기브앤테이크 - 애덤 그랜트
2019년 02월 07일
발아하다.
씨앗을 심은지 그렇게 오래지 않았는데 벌써 싹이 나타났다. 작년부터 동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조직이 성장할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사내 위키에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뽑는 방법을 작성했다. 그리고 2주 뒤, 동료 기획자가 자발적으로 따라 해 본 것이다. 2월에 가장 기쁜 순간 중 한 순간이었다.
실은 이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멘토가 자발적으로 한 행동을 나도 따라한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조직원의 70% 이상이 SQL을 작성할 수 있었다.(심지어 대표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개발자 동료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직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 나눔이 문화가 되기 위해선 나눔의 노력이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도 결과를 보고 확신이 들었고, 동료들은 나보다 현명하기에 내가 작은 결과물을 만든다면 그들도 나눔을 실천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책임 편향이 낮은 조직, 즉 개인이 스스로 평가하는 공헌도의 합이 100%가 안 되는 이상적인(미친) 조직을 감히 꿈꿔보는 것이다.
그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개인으로서 노력할 점은 아래와 같다.
- 먼저 친절할 것.
- 먼저 신뢰할 것. (자기 충족적 예언의 실현. 동료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로 해낸다.)
- 먼저 도움을 줄 것. (경청할 것,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할 것: 상대가 스스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내가 상대를 먼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상대의 감정이나 느낌이 아닌 생각과 이익을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 먼저 도움을 구할 것.
- 먼저 진심으로 조언을 구할 것.(힘을 뺀 의사소통 - 덜 단정적. 의문을 많이 드러내고 상대의 조언을 구한다. 약점을 드러낸다.)
설득하지 않고 설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KPI를 만들고 실천해보려고 한다. 스스로의 행동이 타인에 미치는 파급효과에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조직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이상을 좇되 실패한 패한 기버, 즉 호구가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책에서는 성공한 기버: (타인의 이익에 대한 관심: 높음) & (자신의 이익에 대한 관심: 높음) 특징을 가지고, 타인과 자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타입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관심이 높아 이 책은 베풀 것을 먼저 강조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이기적일 것을 요구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예전에 호구였던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때 동료들은 나를 최동원이라고 놀렸다. 처음에는 최동원이라고 했을 때 '그래도 나는 조직에서 하는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는 나중에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지속할 수 없이 견디는 인지부조화의 연속이었다. 매일 조직을 위해서 타들어갔다. 내가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도 필요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호구가 되지 않는 이타적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나누는 것과 나를 챙기는 과정에 균형이 있어야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나는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즉 내가 온전하게 선택한 문제를 풀고 싶다. 내가 선택한 문제를 풀면 집중력, 퀄리티, 행복감 모두 올라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긴 하다.) 반면에 남이 선택한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은 일반적으로 나의 행동이 조직과 동료에게 특정한 가치를 주기 때문에 이타적인 행동의 양이 많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기적인 행동, 내가 선택한 문제를 풀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개인의 가치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실패하는 기버, 호구가 되는 것이다. 즉, 이기적인 행동으로 얻는 행복감이 내 나눔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행동에 균형이 필요하다. 이기심이 내가 이타적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다.
문제 자체가 누구의 문제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생기고 흥미가 생기면 내가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한 때는 남의 똥을 치우는 것이라 생각되어 이것이 스트레스로 부정적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신뢰하는 동료가 있다. 믿고 따른다. 그리고 동료들도 나를 신뢰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내가 자발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 상황에 노출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내가 벌여놓은 문제들의 해결하는 우선순위가 높긴 하다.)
재밌는 건 이기적으로 살기 위해서도 베풀 수밖에 없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드래곤 라자-이영도, 여담1.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서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I is not SINGULAR.'이라고 한다. 3인칭과 1인칭이 함께 존재하는 문장이라 매우 흥미롭다!) 나는 가족의 나, 친구들의 나, 동료들의 나, 공동체의 나, 한국인의 나, 세계인의 나, 복수로 존재한다. 또한 평면적이지도 않다. 과거의 나, 미래의 나, 현재의 나도 복수로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모든 내가 이기적이고 스스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만족한다. 그래서 개별의 나는 스스로가 속한 집단이 성장하기 위해 행동해야 만족한다.(여담2. 이걸 주제로 고등학교 2학년 반장 선거 연설에서 얘기했다가 떨어졌다.)
나와 나는 철저히 이기적으로 베풀 것을 선언한다. 초연결 사회가 되어가며 테이커마저도 최소한 매처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베풀기 좋은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기술을 최대한 동료들에게 전파할 것이다. 버프를 주어 주변 사람들의 가치를 더욱 고양할 수 있는 1 이상의 계수(multiplier)가 될 것이다. 아낌없이 나누고 베풀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결국 다 돌아온다. 내가 속한 생태계에 호의의 선빵을 지속적으로 날릴 것이다.(세상에 공짜는 없다 - 뼈아대)
내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기버인 호성님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 2019년 03월 1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