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쉽게 똑똑해지는 법

크라센의 읽기 혁명 - 스티븐 크라센

by 경규승

첫 만남, 첫 사랑, 첫 키스


누구나에게 처음이 있다. 그 아련한 순간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뇌 안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다. 설렌 마음으로 입 맞추던 어린 날의 추억이 서려 있는 그 감정은 우리의 기억에 박혀있게 마련이다.




당신의 첫 키스 같은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저자는 독서를 재밌다고 느끼게 된 한 권의 책을 만나도록 아이들을 도와주라고 한다. 이를 홈런 북이라고 한다. 나의 홈런 북을 살펴보고, 내가 어떻게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 상태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회고해 보고자 한다.




내 홈런 북은 드래곤볼, 전략 삼국지, 드래곤라자였다.


처음 책에 익숙해진 것은 드래곤볼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 오랜 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지루하게 생활하던 와중 사촌 형이 드래곤볼을 35권까지 선물해주었다.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지 않은 시절, 지금의 게임이 폭력성을 키운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화가 폭력성을 키운다고 하던 시절, 부모님은 관대하게 내가 힘든 시절을 이길 수 있도록 만화책을 용인해 주었다. 그렇게 만화책과 상상하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그다음은 요코야마 미쯔테루 작가의 60권짜리 전략삼국지였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너무도 재미없었기에 그 당시에는 삼국지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삼국지는 나에게 꽃이 되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10살짜리 꼬마는 60권을 순식간에 읽었다. 나는 유관장 삼 형제의 우정을 함께 했고 제갈량과 함께 북벌을 나아갔으며 마지막 60권에서 촉의 강유가 검각에서 분전하던 중 촉의 황제 유선이 항복했다는 서신을 받고 칼을 내리치면서 울분을 토했을 때 함께 뜨겁게 울었다. 나는 영웅들과 함께했고 나도 현실에서의 영웅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만화책에 빠저 지내다가 만화책 대여점에서 판타지 소설을 추천받았다. 드래곤라자였다. 처음 읽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재밌게 읽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 더 가벼운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판타지 소설 자체가 읽기 쉬워졌고 중학생이 되어서 다시 드래곤라자를 읽었을 때, 내가 성장함을 느꼈다. 이쁜 문장들이 많아서 일기장에 필사를 해두기도 했고, 문장에서 무언가 느낌을 받으면 그 문장에 대해서 짧은 글을 쓰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읽기를 증폭했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드래곤라자의 가장 유명한 글귀인 '나는 단수가 아니다'를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던 아이는, 지금 취미가 독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판타지 소설은 고등학교 이후로 보지 않게 되었고(그래도 드래곤라자는 가끔씩 본다) 만화책과 웹툰도 잘 보지 않는다. 집에는 이미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 있는 책장이 언제든 나를 반겨준다.


아직도 만화책에 대한 시각은 일반적인 책에 비해서 부정적이라고 느낀다. 온라인 상에서 만화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을 '오덕'이라는 단어로 폄하하기도 한다. 나의 학창 시절 당시에도 만화책에 대한 시각은 비교적 좋지 못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학생이 만화책을 가지고 오면 압수했었다. 그리고 부모님도 내가 만화책을 너무 많이 봐서 학업을 소홀히 할까 걱정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만화책만 읽어도 리터러시(literacy, 읽고 쓰는 능력)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고급 수준까지 올리지는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만화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다른 책을 적게 읽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가벼운 읽기를 통해 조금 더 어려운 문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심리적 허들을 낮춰준다는 면에서 만화책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만화책이라고 모두 질 낮고 저급한 수준의 책만 있는 것도 아니다. 『 언플레트닝』을 한번 보아라. 한 장 한 장 쉽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될 건, 일반 책도 수준 낮은 책이 무수히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 만화책 외에도 하이틴 로맨스를 언급한다. 나에게는 이것이 판타지 소설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진부한 흐름의 소설이지만 앞으로의 이야기의 전개를 상상하게 된다. 여러 판타지 소설을 통해서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에 익숙해졌고, 지문을 읽는 속도가 향상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해리포터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많이 읽는 자녀가 있다면 걱정될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고, 내가 부모가 되더라도 걱정될 것이다. 평균적으로 만화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 다른 책도 보통 아이들 만큼 읽는다는 것이지 내 아이가 그러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변 환경을 독서하는 환경으로 꾸미고 부모 스스로가 독서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고 해도, 아이가 독서를 좋아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을 뿐, 내 자녀가 독서를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육아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개개인성에 따라 특성의 발현이 너무나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기라는 행위 자체가 가져다주는 이점 포기할 수는 없다. 특히 자율 독서로는 너무도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독해력, 쓰기, 문법, 철자법, 어휘력 모두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특히나 쓰기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은 나에게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1. 내용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2.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명백히 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특히 생각을 명백히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 역시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억의 작업대 위에 많은 소재를 올려놓은 상태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여러 기억들을 융합할 수 있게 되었고 주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즉 쓰기를 통해서 의사소통 가능한 사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읽기는 쓸 거리를 제공해주고, 쓰기는 당신을 현명하게 만들어준다.




올해의 목표 키워드가 4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는 '단단한 기본'이다. 그래서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를 연습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4가지를 한 번에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독서이다. 그래서 독서를 평생의 습관이자 취미로 삼기로 결심했다.


학자는 헤어져 3일이 지나면, 눈을 비빈 후에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사람은 삼일을 만나지 않으면 똑똑히 눈을 크게 뜨고 상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여몽


수불석권하여 괄목상대하는 삼국지 여자명의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대교, #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체인지그라운드, #크라센의읽기혁명, #스티븐크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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