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조지 베일런트
어른이 되길 원한다.
단순히 만 19세 이상의 사람이 아닌,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grown-up이 되고 싶다. 10대 시절에는 빨리 나이 들고 싶었다. 20대도 아니고, 빨리 30살, 40살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사회적으로 자유롭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9세 마지막 날이 생각난다. 20대가 지나간다는 우울감은 전혀 없었다. 이뤄놓은 것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고 성숙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나 한 명 정도는 생존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어서 30대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짧은 기간을 돌아보면 나는 인복이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존경할 수 있고 버팀목이 되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계셨던 것이다. 실은 어른다움에 나이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려도 어른다운 동료가 있고 진실로 존경한다. 예전 회사에서도, 지금 회사에서도 그런 분들과 동료로 함께 할 수 있어서, 힘든 시기에 의지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최근에도 개인적, 조직적 방황의 시기에, 팀 리더가 외풍을 막아 주셨고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셨다. 실로 감사하다.
올해 초에 회사에서 신입 분석가를 채용했었다. 나는 단순히 우리의 일을 같이 해나갈 수 있는 자질과, 우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만을 찾으려 했었다. 하지만 신입을 뽑을 때는 그 사람이 가지는 기회비용을 우리가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신 어른이 계셨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채용을 한다는 것은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다른 기회를 뺐는다는 것이다.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이면 더 성장할 수도 있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로 훌륭한 분이 들어오셔서 무거운 책임이 현실로 다가왔다. 많은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들어오신 분이라,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게 돕고 싶은데 스스로 성숙하지 못함을 절감한다.
그럼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 성숙하다고 느끼는가? 어떤 사람을 어른이라고 느끼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삶에 충격이 가해져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7가지 조건을 이야기한다: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년수, 안정된 결혼생활, 비흡연, 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규칙적 운동, 알맞은 체중. 나는 이 중에서도 방어기제를 어른이라고 여기는데 매우 높은 가치를 둔다. 이번 할머니 장례식에서도 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눈물을 쏟으면 스스로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상황에 충실하면서 모든 감정을 털어내고도 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일을 처리하셨다. 나는 쓰러질까 무서워 바람을 버티려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바람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었다. 자유로웠다.
실은 삶에 정상상태란 없다. 항상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정상상태라고 여겨지는 순간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역으로 정상상태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가장 위험하고 안일해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위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피드백 메커니즘을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방어기제이다.
아래는 나의 이화 방어기제 검사 결과이다.
억제와 예견이 높게 나온다.
억제: 스트레스나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충동을 의식화시키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예견: 미래의 내적 불편감에 대해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대처함. 일상에서 신중한 일처리를 하여 실수를 범하지 않는 긍정적 요소도 있으나 소극적으로 현실을 대응하고 회피할 우려가 있음.
성숙한 방어기제 중에서 승화와 유머가 부족하다. 특히 유머는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처음 만나면 꽤나 진지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리고 가볍게 유머로 대처해도 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며칠 전에 4살 조카와 함께 있을 때 일이다. 조카는 뻥튀기를 먹고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조카에게 뻥튀기를 달라고 말했다. 조카는 낯선 사람이라서 내 뒤로 숨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몰라, 나눌 줄 몰라."라고 말했다. 나는 조카와 함께 자리를 피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서 후회했다. 유머 있게 넘어갔으면 어떨까? "하하하, 그럼 저도 10만 원만 주시면 안 될까요?" 정도면 어떨까? 저 상황에서 좋은 대처방법이 있으면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렇게 순간순간의 나의 행동을 반성하고 피드백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순간을 잡기 위해 메타인지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사소한 순간,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인지하여야 방어기제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 2/4분기에 들었던 가장 소중한 칭찬은, 우리 씽큐베이션 팀의 김주현 팀장님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인정받아 진실로 행복했다. 내가 여기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어른이 인정해 줄 때, 아이처럼 기뻐진다.
저 칭찬을 받은 순간의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 데일리 리포트에 '칭찬' 항목을 추가했다. 매일 한 번 칭찬을 하거나,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감사 일기를 적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해야 한다. 이런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여유가 생기면 나도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지지 않나 싶다.
#대교, #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체인지그라운드, #행복의조건, # 조지베일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