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실학자의
Connecting the dots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책만 읽는 바보 - 이만수

by 경규승

이번 주는 참으로 기묘했다. 원래는 <책만 보는 바보>를 함께 읽기로 했는데 의도하지 않게 <책만 읽는 바보>를 샀다. 절반을 읽은 이후에 <책만 보는 바보>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서 책을 바꿔 읽었다. 그렇게 책을 부랴부랴 읽고 나니 절반만 읽은 것이 아까워서 나머지 한 권의 책도 마무리 지었다. 원래는 <책만 보는 바보>만 읽고 끝내려고 했으나 종결 욕구가 발동한 것이다. 물론 두 권 모두 얇아서 부담이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다.


책만보는읽는바보.png 바보가 우연히 두 권의 책을 엮어서 서평을 쓰게 되었다.


<책만 보는 바보>는 긴 호흡으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기 따스했고, 다른 한 권은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독서 습관을 형성하도록 시스템을 발전시킬지에 대해 차갑게 구성되어 있었다. 즉, 제목이 한 글자만 다른 책임에도 불구하고,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책만 보는 바보>의 주인공 형암 이덕무와 그의 스승인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로 <책만 읽는 바보>는 글을 시작해서 <책만 보는 바보>를 볼 때 편하게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책만 읽는 바보>에서 알려준 탐구적 독서법 SQ3R(Survey, Question, Read, Recite, Review)을 바로 적용하며 책 읽기를 실습해볼 수 있었다. <책만 보는 바보> 목차를 살펴보며 던진 질문은 '과거와 현재 모두에 통용되는 학습이란 무엇일까?'였다. 그리고 먼저 나는 답변을 '독서'라고 적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덮고서 나는 조금 더 깊은 답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에서는 유명한 유적이 나온다.

백탑과 규장각


원각사지10층석탑(국보2호) - 국사편찬위원회(우리역사넷).PNG 백탑. 원각사지 10층 석탑


정조 때 북학파 지식인들이 백탑파로 불릴 정도니 백탑이 어떻게 생겼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백탑의 원명은 원각사지 10층 석탑이다. 국보 2호다. 백탑이니 당연히 희고 뽀얀 모습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흰 빛은 사그라들었고 지금은 유리벽 안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과연 예전의 백탑을 바라보며 안정을 느끼는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아래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의 사진이 아닐까 한다.


원각사지10층석탑-본 이미지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유물정보에서 서비스되는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PNG



규장각은 나에게 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덕무는 39세에 규장각 검서관으로 벼슬길에 올랐다. 규장각에서 밤늦게 일을 하고 글을 읊는 모습이 책을 읽으며 그려졌다. 나도 규장각 안의 주합루에서 글을 읽고 달을 바라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창덕궁으로 찾아가서 이덕무의 손길, 발길이 닿았던 곳을 나도 찾아보리라고 어느 순간 다짐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추픽추를 보러 가야지!'라는 생각은 들었어도 이덕무의 창덕궁이라니. 나와 칭덕궁이 이덕무를 매개체로 연결되었다.


규장각도 - 김홍도.jpg 규장각도 - 김홍도



전반부는 왜 이 책이 양서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단순히 유명인의 친구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캐릭터 설명하는 데 한 책의 절반을 쓴 것이다. 하지만 책의 절반이 지나고 앞서 단편적으로 보였던 캐릭터가 아주 빠른 속도로 융합되었다. 글의 분량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양서라는 향기가 물씬 풍겼다. 적은 양으로도 요리의 퀄리티를 한껏 높여주는 트러플같은 책이었다.


이덕무의 친구들을 살펴보자.


유득공은 두 달간 심양에서 만주를 직접 보고 느끼고 중국의 책을 읽었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연구하고 더 글쓰기를 6년, <발해고渤海考>를 집필했다. <발해고渤海考>는 한국에서 현존하는 발해 역사서 중 최초의 역사서다.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를 집필했다. <북학의北學議>를 쓰기 위해서 연경(북경)에 도착해서 관광 명소만을 다닌 것이 아니라, 유리창 거리를 다니며 치열하게 청나라의 일상을 배우고 매일을 기록했다. 그리고 정조의 대대적인 국정 피드백 요청이 왔을 때 닷새만에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백동수는 강원도 기린협에서 세월을 보내다 정조의 부름에 서울로 돌아와 <장용영壯勇營>에서 초관을 지내며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편찬에 벗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참가하였다. 자신의 무예를 글과 그림으로 녹여내어 문무겸비를 실천하는 작업에 기여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이덕무. 이덕무는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아들 이광규가 남긴 <청창관전서靑莊館全書>는 70여 권이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꾸준함의 끝판왕이었다. 한 나라의 국왕까지 감동시킬 정도의 독서광이었다. 간서치였다.


그래, 모두 다 죽어라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수 년, 수십 년을 갈고닦아 우연한 계기로 업적을 남긴 공통점이 있었다.


Connecting the dots.

너무도 유명한 글귀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다. 처음 이 문장이 나온 연설을 들었던 건 성인이 되기도 전이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추가적인 경험을 하며, 나는 저 문장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벌인 모든 일들은 미래에는 연결되어 의미가 생길 것이니 걱정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연결미래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다르게 느껴진다. 자연의 섭리를 볼 때는 연결이 중요했다. 모든 것들은 연결될 수 있고 그 안에서 창발이 일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연결보다 을 중요시하는 것이 옳았다. 개인의 경험이 시간을 초월하여 연결되기 위해서는, 짙고 많은 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 즉 순간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더욱 중요했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대의 흐름이 어떠하건 자신의 을 만들어 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시대가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점들이 이어져,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을 추억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순간영원이 되었다.


그렇다고 연결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운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가까이하고 많은 시도를 하는 일은 필요했다. 생태계 안에서 내가 만드는 을 키워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덕무와 벗들이 드나들던 연암의 사랑방 같은 곳을 항상 찾아 헤매었다. 그 결과, 조금은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회사의 동료들과 세미나를 하며 지식을 나눈다. 물론 아직 부족하여 나는 듣는 역할이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동학한 동료들이 비정기적으로 모인다. 같이 공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서로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생각이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모임을 찾았다. 3개월간 진심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11명의 사람들을 얻었다. 힘들게 얻은 가치인 만큼 헌신하려 한다. 인생의 을 키우고 연결해서 구현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 책을 만나며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자. 시대를 초월한 학습이란 무엇일까? 학습을 하는 이유부터 생각해보자. 학습은 왜 할까?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 관계, 성장 등과 같은 시대를 초월한 질문에 답하기 위함이다. 학습하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를 마련하고 사고의 사용법을 익히기 위함이라고 실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이 선으로 연결되고, 그 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면이 되고, 시간이 지나 다양한 면들이 나오게 되면서 현실로 구현화될 것이다. 언젠가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충실하면 된다. 결국 미래에 실현되는 끝을 생각하며 순간의 점을 남기게 되는 삶이, 시대를 초월하는 학습이라고 스스로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 순간의 점을 남기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결국은 미래와 닿으며 영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기 이미지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유물정보"에서 서비스되는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pixabay, 국사편찬위원회(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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