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투명해야 더 신뢰할 수 있다고요?

새로운 신의 탄생: 대중

by 경규승

참고

장문입니다. 바쁘신 분들은 글 하단의 요약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9년 7월 30일 01시 15분


나는 낯선 사람의 차에 올랐다. 분명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낯선 사람의 차는 타서는 안된다고 부모님께 교육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의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는 마음이 편안한 것일까? 분명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고 시간도 자정을 넘긴 어두컴컴한 심야임에도 나는 왜 이 사람이 그리 신경 쓰이지 않을까? 오히려 이렇게 편안한 것일까?




택시 타서 그렇다.




물론 늦게까지 일하고 내일 대휴를 얻어서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해도 되니 편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택시비도 경비 처리해도 되니까 내 돈 안 나가고 편하게 집으로 가는 거니까 편안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에서 말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심야시간에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편안함을 느꼈다. 즉 택시를 신뢰할 수 있었다. 왜 그런 걸까? 택시를 많이 타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기사님의 친절한 인사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택시가 세상에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니었다. 몇십 년 전에는 택시를 타는 것은 매우 불편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아니 자동차를 타는 것 자체가 불편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서 택시를 신뢰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택시가 부여하던 가치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왜 우리는 택시를 점점 불신하게 되고 있을까? 결국 뻔하지만 어려운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나는 어떤 것을 신뢰하기로 결정할까?

신뢰한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이다.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 중 하나이다(여담으로 개미도 진사회성 동물이다). 사회성이라는 특질은 관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인간이라는 노드와 노드 간의 관계, 즉 연결로 구성된 그물망이 우리 종을 가장 잘 설명하는 특징이다. 그리고 연결의 강도는 신뢰에 비례한다. 그래서 한 개인을 기준으로 볼 때 연결의 강도가 강하고 다양할수록 우리는 인간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 오늘의 이야기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 신뢰에 대해서, 그리고 신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신뢰란 무엇일까?

신뢰는 내 동료가 나를 위해서 일을 해준다고 말하면, 동료는 정말로 일을 해주고 싶어서 일하고, 나는 동료가 일을 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의 말을 빌리면 '신뢰는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다'.




신뢰의 역사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지역적 신뢰'의 시대이다.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살던 시대다. 하지만 던바의 법칙(사람이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는 법칙)에 따라 우리는 150명이 넘어가는 공동체에 속하게 되면서 '제도적 신뢰'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신뢰가 계약과 법적 상표 형태로 작동한다. 중개 기관에서 인증된 사람에 대해서 신뢰를 형성하게 되는 시대다. 세 번째 시대는 '분산적 신뢰'의 시대다. 현재 우리는 제도적 신뢰의 시대에서 분산적 신뢰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분산적 신뢰의 특징은 투명성(transparency), 탈중앙화(decentralized), 상향성(bottom-up), 책임성(accountable)을 포함한다.

신뢰의 역사




우리는 왜 분산적 신뢰로 이동하고 있을까?

기술의 발전이 신뢰의 촉발시킨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동한다는 것은 기회비용이 드는 것이다. 기존의 편한 것을 버리려는 데는 분명히 대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즉 제도적 신뢰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줄어드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더 이상 인증된 대형 중개기관들을 믿지 않게 된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새로운 이중 화법 사전: 엘리트 = 형편없는, 교육받은 = 어리석은, 회의적인 = 징징대는, 애석해하는 = 반동분자, 전문가 = 바보"라고 트윗을 날렸다. 전문가와 엘리트의 말이 신뢰를 보장하는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떤 경우에 필요한 것일까?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불확실성을 건널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다리다. 우리는 신뢰를 통해서 모르는 것에 다가갈 용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99번 잘하더라도 1번 잘못하면 신뢰는 무너진다는 말에는 두 가지 함의하는 바가 있다. 단 한 번의 기대하지 못한 행동만으로도 신뢰는 부서질 수 있다는 뜻과 99번은 잘해야 신뢰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99번을 행동하기 위해서는 1번 행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행동을 '신뢰 도약'이라고 한다.

신뢰 도약


인류는 많은 신뢰의 도약을 통해서 편의성을 높여왔다. 운송의 영역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면서, 운전하면서 사고 날까 걱정하며 타지 않는다. 요즘은 비행기를 타면서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율주행 차를 타면서 걱정하지 않는 날이 올 거다. 결제 방식도 짧은 시기에 많은 신뢰의 도약을 성공했다. 우리는 이제 거리낌 없이 온라인에 내 카드 정보를 입력한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물건을 사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드 입력하는 것이 불편해서 카드나 계좌를 등록해 두고 비밀번호만 입력한다. 아니, 이것도 귀찮아서 지문만 찍는다.




그럼 과연 그 첫 신뢰의 순간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차량 공유를 예로 들어 보자. 첫 번째로는 차량 공유 개념이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그런 개념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나쁜 운전자들을 걸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운전자의 평점과 댓글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믿을만한 대상인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개인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개념 → 플랫폼 → 개인의 순서로 '신뢰의 더미'를 쌓아야 겨우 첫 신뢰를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신뢰의 더미: 개념, 플랫폼, 개인


이런 신뢰의 더미를 쌓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세 가지 개념: 캘리포니아 롤 원리, WIIFM(What's in it for me?,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은 건데?) 원리, 신뢰 인플루언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 롤 원리

초밥이 처음 미국에 유입된 1960년대, 날 생선은 미국 사람들에게 생소해 보였다.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초밥에 익숙하지 않던 미국인을 위해 요리사 마시타 이치로는 생소한 재료를 익숙한 재료와 결합하고 익숙하지 않은 김을 밥 안으로 숨겨서 겉과 속을 바꾸어 친숙하게 만들었다. 수요가 폭발했다. 즉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에 다가갈 때 내가 아는 부분이 있어야 시도할 용기가 난다. '처음 보는 건데 음... 알겠어 이건 내가 평소에 알던 OOO 같은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WIIFM(What's in it for me?,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은 건데?) 원리

결국 새로운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회비용이 필요하다. 그 기회비용을 극복하고 나에게 좋은 이득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이 새로운 것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기술에 열광한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이거 쓰면 뭐가 좋은 건데? 이거 쓰면 내가 돈 얼마나 벌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신뢰 인플루언서(Trust Influencer)

신뢰 인플루언서는 어떤 일을 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얼리 어답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얼리 어답터는 새로운 기술을 사랑하고 먼저 써보기를 바라는 괴짜(Geek)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이들이 아니라 의외의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의외의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개념을 위험하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이다.




여전히 신뢰하기 힘든 플랫폼

새로운 분산적 신뢰가 되고 있고 새로운 신뢰를 시작하는 방식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두렵다. 개념은 알았지만 플랫폼을 신뢰하기는 여전히 두렵다. 최근의 여러 사건을 보아도 그렇다. 우버의 운전자가 일반인에게 총을 쏘고 나서도 버젓이 손님을 받아 운전하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P2P 대출 업계 3위 플랫폼이 폰지 사기를 저지르고 관계자가 징역을 구형받았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페이스북의 실험쥐이다. A/B 테스트라는 개념을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웹페이지의 두 가지 버전을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어떤 페이지에 반응하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라는 직업이 생겨났다.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다. 그런데 왠지 다들 데이터에 주목하는 듯하다. 하지만 과학자라는 속성에 집중해보자. 과학자는 연구하는 사람이다. 연구는 어떻게 정량적으로 할까? 실험을 통해서 한다. 그럼 데이터 과학자들의 실험 대상은 누구일까? 실험쥐는 누구일까? 넷플릭스의 데이터 과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가? 한번 구글링 해보아라. 아 그것도 조심해라. 구글에서 검색할 때도 우리는 실험당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번 익숙해져 버린 플랫폼을 떠나기 힘들다. 대세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플랫폼에게 책임이 요구된다. 그래 좋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유익한 점은 알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사용자라면 당연히 알고 싶어 할 것이다. 플랫폼이 사람들을 연결해 주기만 하는 단순한 역할만 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그 이상의 역할을 해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인가?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큰 책임을 지는지에 달려있다.




높은 신뢰성의 특징

이렇듯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힘들다. 첫 신뢰를 쌓는 행동을 하는 것도 어렵고 여러 번 지속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신뢰가 주는 가치를 안다. 그러면 신뢰 가는 개인, 조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첫 번째로 능숙함(competence)이다. 그 일을 한다고 하면 그 일을 잘하는지를 의미한다. 두 번째로 확실성(reliability)이다. 나에게 해주기로 한 일을 내가 기대하는 수준에서 일관되게 해주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공감(empathy)이다. 상대의 의도와 내 의도가 일치한다. 네 번째로 진실성(integrity)이다. 이 일을 는 데 얼마나 이 일을 진솔하게 하고 싶어 하느냐이다. 억지로 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이 가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능숙함, 확실성, 공감, 진실성


나는 직장인이다. 요즘 투명한 조직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조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지 않다. 내 그릇이 그만큼 크지 못하다. 그리고 모든 부분을 안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 그 방대한 양을 처리하지 못한다. 차라리 나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당신들이 진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경험을 달라. 피드백을 달라. 그거면 족하다. 그거면 우리의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나는 회사를 믿는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우리는 더욱 상대를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럼 이 글의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투명성이 높아지면 우리는 더욱 상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신뢰하기 위한 속성으로 투명성은 중요하다. 모르는 상대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처음으로 신뢰하고 행동하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신뢰를 위해서 더 투명하기를 바라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앞서 말한 신뢰성을 높이는 4가지 방법이 더 중요한 것이다. 능숙하게 지속적으로 내 의도와 일치하는 일을 진솔하게 처리해주는 경험이 중요하다. 다시 말한다. 투명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뢰를 발전하는 데는 더 투명하게 하는 것보다 앞서 설명한 4가지 속성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제목에 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더 높은 투명성은 더 높은 신뢰를 보장하지 못한다.




플랫폼의 신뢰 강화 방식

그럼 최근의 플랫폼들은 위 4가지 속성을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신뢰를 강화하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간단한 예시는 사용자 평가와 평점이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보다,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 물건을 찾고 먼저 소비한 사람의 평가를 듣는 것이 훨씬 믿을만하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르지만 믿는다.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쓰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 물론 그 바닥도 고여버리면 되면 사람들은 새롭게 신뢰할 대상을 찾아 이동한다. 그래서 맛집을 찾을 때 네이버 블로그 평가는 사람들이 잘 안 믿는다. 차라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이제 바이럴 마케팅이 워낙 활발하여 다른 곳으로 신뢰의 대상이 옮겨가는 중이다. 대중이 개돼지라고? 하하하. 대중은 현명하다. 대중은 효율적이다. 대중은 빠르다. 대중은 민감하다. 대중은 영원히 진화한다.


실은 나는 이런 사회적인 신뢰의 이동의 관점에서 굉장히 불리하다. 나는 데이터 분석가이다. 그중에서도 점수를 매기고 사람들을 평가하는 모형에 친숙하다. 작게는 신용평가모형인 CSS(Credit Scoring System)의 속성의 가중치를 변경하기도 하고, 크게는 게임 내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승리하기 위한 행동을 했는지 모형을 만든다. 즉 플랫폼의 전문가(aka. 바보)로서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만든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플랫폼보다 다른 대중을 더 믿기 시작한다. 링크드인(Linkedin)에는 사람에 대한 평가 점수가 없다. 만들 수 없어서 없는 걸까? 그들은 안다, 링크드인에서 다른 사용자로부터 받은 추천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권위 있는(aka. 형편없는) 점수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평판이 중요해지는 세상

물론 무언가를 정량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행동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집단을 대변하는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는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점수를 가지고 개인을 해석하려 해서는 안된다. 수능점수 300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냥 점수 그 자체다. 언어영역 100점, 수리영역 100점, 외국어영역 100점, 탐구영역 0점 일 수도 있다. 언어영역 100점이라고 말을 잘할까? 모른다. 100점 점수 그 자체다. 개개인을 해석하는데 점수로 의미부여를 하면 개개인성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데는 유용한 도구다. 개인들이 각자의 점수로 각자를 평가하고 비교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도구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신용 등급 1등급인 사람은 미래에 연체하지 않을까? 아니다, 연체할 확률이 다른 집단에 비교해서 낮을 뿐이다. 개개인을 명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개개인을 예측하려고 하면 철저하게 알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이 수준까지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런 시도를 최근에 중국에서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SCS(Social Credit System, 사회 신용 시스템)이다. SCS에서는 개인의 신뢰도를 점수로 환산한다. 점수가 높으면 보증금 없이도 사회 인프라를 예약할 수 있다. 점수가 낮으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도 없다.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2020년 정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판 빅브라더가 실행되는 것 같아 무섭게 느껴진다. 현대판 새로운 시민계급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중국인들은 봉기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누군가는 오히려 이 제도를 찬성하는가? 절대 무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중은 현명하다. 어느 대중 집단은 그 시스템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 혜택을 받는 주체가 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래의 평판은 중국의 SCS와 같이 큰 기관이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공동감시(coveillance) 시스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퍼지고 있다.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행동

혹시 당신은 호텔에서 수건을 마음대로 쓰는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있다. 위 이미지처럼 화장실 바닥을 닦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수건으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몸을 닦은 적이 있다. 즉 제공하는 목적과 달리 내 마음대로 사용한 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비엔비를 이용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어비엔비는 게스트가 호스트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호스트가 게스트를 평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나의 평판 관리는 중요하다. 즉 나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평판을 관리한다.




새로운 신의 탄생: 대중

대중의 감시는 이미 우리의 삶을 감싸고 있다. 대중이 곧 권력이다. 모두가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대중이 곧 신이 된다.


토론토 대학교 임상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는 말한다. "I Act As If God Exists(난 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무신론자임에도 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내 삶을 가꾸는 데 괜찮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대중이 신이 되어도 괜찮다. 대중을 신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는 걸어가기를 원하고 그 감시를 대중이 해준다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겠다. 그 짐을 받아들이겠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더 큰 그릇을 가지고 더 큰 책임을 지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이를 누군가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는 봉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더 많은 짐을 지는 사람이다.


호머 심슨. D'oh!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짐을 지는 사람은 가장이다. 심슨 시즌1 첫 에피소드를 보자. 호머 심슨은 참으로 바보 같은 행동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심슨가의 가장이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크리스마스에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지 못한 호머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리석지만 어리석은 대로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견디기를 선택한다. 진정한 어른이다.


Lift a load. 책임을 져라. 공동감시의 시대가 되면,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많은 구성원이 있어야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실수를 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의 본질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관용의 정신으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 건강하고 발전된 사회이다.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나는 공동감시 시스템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이미 멈출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탔다. 그렇게 흘러가는 사회 흐름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내가 개인으로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행동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는 방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신뢰성 있는 사람이 되도록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맡은 책임을 다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다. 기술의 발달로 신뢰의 근거가 넘쳐나고 평판이 빠르게 공유된다. 대중의 신뢰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한다.





요약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로 기본적인 특질은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다. 신뢰가 무엇이고 신뢰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신뢰는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다.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지역적 신뢰 → 제도적 신뢰 → 분산적 신뢰 시대의 흐름으로 나아간다. 지금은 분산적 신뢰의 시대를 막 맞이하였다.


신뢰하기 위해서는 '신뢰 도약'을 해야 한다. 첫 신뢰를 하기 위해서는 개념 → 플랫폼 → 개인 순서로 '신뢰의 더미'를 쌓아야 한다. 이 더미를 쌓기 위한 방법은 캘리포니아 롤 원리,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은 건데 원리, 신뢰 인플루언서가 있다.


신뢰성이 높기 위해서는 능숙함, 확실성, 공감, 진실성 4가지 특질을 지녀야 한다. 단, 투명성이 있다고 신뢰성을 높일 수는 없다.


플랫폼의 역량이 강화되는 시대다. 플랫폼에서 대중은 대상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신뢰한다. 신뢰가 대중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진다. 평판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평판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가며 대중의 권력이 강해진다. 대중의 권력이 강해지는 세상이다. 신뢰 있는 사람, 평판이 좋은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다가오는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Reference.

신뢰 이동- 레이첼 보츠먼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1984 - 조지 오웰

Why You Should Embrace Surveillance, Not Fight It

The Currency Of Trust (Rachel Botsman, author 'Who Can You Trust?') | DLD 19

We've stopped trusting institutions and started trusting strangers | Rachel Botsman

Rachel Botsman: The currency of the new economy is trust

Rachel Botsman: The case for collaborative consum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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