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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Jun 23. 2022

이직 후기

여전히 이곳은 신기한 곳이다.

작년 8월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 입사를 했다. 이직을 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직접 프로덕을 만들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리고 시장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말하자면 내가 만든 상품으로 직접적으로 가치를 줄 수 있는(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길 바랬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고객에게 상당히 가까운 환경에서 데이터 드리븐 프로덕을 만들고 있다.


벌써 이직을 한 지도 거의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10여 달 동안 팀 내에서 자주 나왔던 말과 토픽들을 살펴보면 참 신기한 조직이란 생각이 든다.

신기하다. 이게 되네. 말이 된다.

미친 짓. 상식에 어긋남.

Winning Mentality(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할 수 있다. 힘든데 다들 웃고 있음)

높은 싱크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PMF(Product Market Fit), 현장, Operation, QA, 고객사명, 고객사의 Champion 명


처음에는 회사와 팀이 잘 되는 일들을 보며, 우연히 적당한 타이밍에 운좋게 진행되는 일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나는 "운이 참 좋은 곳이다"라고 생각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도 한두 번이어야지. 계속 잘 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성공의 대부분이 운에 달려 있다면, 계속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운으로 인해 성공한다는 것을 믿는다면 나는 왜 스타트업에 있는 것일까?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분명히 있긴 했지만, 성공할 확률을 올리는 행동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성공할 확률이라는 모형을, 성공과 실패가 있는 이항 분포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확률변수 K가 매개변수 n과 p를 가지는 이항 분포를 따른다면, K ~ B(n, p)라고 쓸 수 있다. 이는 n번 시행 중에 k번 성공할 확률을 확률 질량 함수로 표현할 수 있고 이는 아래와 같다.

성공이 운에 맡겨져 있다면 p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n만 늘리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었다. 시도를 무진장 많이 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p를 조작하는 부분도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을 연역적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귀납적으로 경험하며 p(한 번에 성공할 확률)를 높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시행착오 횟수를 줄인다라고 내부적으로 표현한다.


기존의 나는 n(시도 횟수)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에 성공은 달려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자본력, 안티프레질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통해 무한 번 시도할 수 있는(n이 높은) 지속 가능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분명 우리 회사와 팀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노력한다면 성공할 것이다는 믿음이 있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성공할 것이다. 무한 번 슬롯머신을 당기는 것이다.


이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무한히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라는 제약 사항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한 번 시도 이내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이 미래를 계획하고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방향대로 설계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명확한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p를 높이며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진보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두 가지를 준비해 놓고 나면 그제야 운이 개입하게 된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90%라고 하더라도 계속 실패할 수 있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0.1%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다. 


진인사 대천명. 


결국 현실에서 발현되기 위한 마지막은 단계는 여전히 운이 작용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성공을 하였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쭐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계속해서 우리는 다른 버전의 B(n, p) 문제를 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결과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진보시키고 있다. 단순히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매일의 행동이 세상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이곳에서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리고 있고, 누구도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받았다. Cutting Edge에 서있는 것은 위험하지만 두근거리기도 한다.


1년 전과 지금의 우리 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화한 것처럼, 앞으로의 1년도 기대된다.




Reference.

Motion2AI

제로 투 원 - 피터 틸

위키백과 - 이항분포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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