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사랑이 무엇인지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 왔다. 기존의 사랑이라고 생각해 왔던 경험을 곱씹어 보기도 했고, 내가 받아왔던 사랑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무형적 가치의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사랑이 뭘까?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인류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을 것일까?
사랑은 분명 존재한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자연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이 뭔지 몰랐다. 다른 사람은 알고 나는 모르는 그 사랑은 무엇인지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주체적인 행동 양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었다. 내가 사랑을 준 적이 있었을까?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무겁게 생각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이란 대가 없이 상대를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가 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었다. 단순히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얻는 대가는 생각하지 않은 상태로 행동하는 것을 친절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친절하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사랑은 용기가 있어야 했다. 사랑은 내가 먼저 상대를 위해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상대가 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내가 해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다가가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먼저 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그럼 우리는 사랑이 왜 필요한 것일까?
동물은 사랑 없이도 생존과 번식 활동을 통해 잘 살아가는데 왜 우리는 다를까?
인간은 태어나면서 실존적 고독을 가지고 태어난다. 보통은 이런 고독감, 외로운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한다. 술, 파티, 섹스와 같은 도취적 합일. 정치, 종교에 참여하여 스스로를 표준화시키는 집단과의 합일. 일을 열심히 하여 외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조활동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니다. 도취적 합일은 일시적일 뿐이며, 집단과의 합일은 자신의 개성을 상실하게 되고, 창조활동은 창조자-창조물의 권위에 귀속되게 된다.
결국 실존적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리히 프롬은 성숙한 사랑을 4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보호, 책임, 존경, 지식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관심을 가진다. 나의 시간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상대의 안위를 살핀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내 일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상대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하기를 다짐한다. 나는 기꺼이 이 넓은 세상에서 너에게 항상 반응한다. 상대를 존경하여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존경이 없다면 공서적 합일로 전락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상대에 대한 지식과 맥락을 통해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다가갈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결단이다. 사랑은 감정적 경험이 아닌 이성적 훈련의 영역이다.
과거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들었던 '박원 - 노력'이라는 곡에서 나온 가사는 나를 참 많이 울렸었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저 때의 좁은 범위의 사랑으로는 공감이 갔지만 지금은 그러지 아니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랑은 노력해야 한다.
사랑을 위한 탐구의 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성숙한 사랑이 무엇인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오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부터 사랑의 기술을 실천하려 한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