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진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전> 훑어보기
(사실 글 제목은 전시를 가기 전부터 '거스키, 다이스키'로 정했는데 바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에 다녀왔다. 사실 이 전시는 존재조차 몰랐는데, 인친의 스토리로 이 전시의 연장 소식을 들으면서 알게되었다. 뒤늦게 알아서 전시를 놓쳤다면 정말 아쉬웠을 만큼 시각적 만족감과 영감을 채워주기 충분했다. 모름지기 전시는 직접 보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기에 이번에도 역시나 짧은 글로 후기를 전하는걸로.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독일 출신의 현대 사진 거장이다. 현대 사회의 상업화 혹은 산업화스러운 풍경들을 주로 찍었는데,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는 대신 멀찍이 떨어진 채로 모든 모습을 담아내다보니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인데도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우리가 스쳐지나가던 것들이 멀리서 보면 얼마나 광기어리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품의 사이즈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총 40여점의 사진 중 극히 일부 (아마 4-5점)를 제외한 모든 사진의 폭이 2-3미터를 아득히 초과할 정도로 거대하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위 사진도 평범해보이지만 4-5미터는 되었던것 같다. 수많은 디테일을 가진 이미지를 가까이 또 멀리 보면서 디테일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찍는 건 큰 의미가 없어보여서(인터넷으로 찾으면 훨씬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으니), 정말 맘에 드는 것만 몇 개 찍었는데 이 F1 경기 피트 스톱 장면을 담은 사진이 그 중 최애. 사진에서 분주한 소리가 느껴진다. 포스터나 엽서로도 팔지 않아 너무 아쉬웠던.
또 한 가지, 인스타에도 적었지만 거스키 전에 가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반하고 왔다. 오랜만에 쾌적하고 (비교적) 관람객이 적었던 전시라 너무나도 기분좋게 보았다. 넓고 대담하게 공간을 쓴데다 사진 간의 간격이 넓어서 사람이 몰려도 보는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줄 서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보다보니 더 재밌어서 한 바퀴 더 돈 건 안 비밀.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원시원한 공간에서 정말로 시원시원한 눈뽕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안드레아스 거스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2. 03. 31 - 2022.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