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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Mar 15. 2023

Use Your Illusion-건즈 앤 로지스 (중)

Guns N’ Roses (중)

걸출한 커버곡

[Use Your Illusion I][Use Your Illusion II]에는, 기존 팝음악 팬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노래를, 커버한 곡이 하나씩 수록되어 있다.

우연찮게도, 원곡은 모두 1973년에 발표된 곡이다.


‘Live and Let Die’

: [Use Your Illusion I]에 수록되었다.

이 노래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당시 자신의 밴드였던, 폴 매카트니 앤 윙스(Paul McCartney and Wings)가, 로저 무어(Roger Moore)가 주연을 맡았던 1973년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8번째 영화 ‘Live and Let Die (한국 개봉 제목: 007 죽느냐 사느냐)'의 사운드트랙을 맡으면서, 내놓았던 동명의 주제곡인데, 당시에 빌보드 2위까지 올랐던 꽤 유명한 히트곡이다.

Paul McCartney and Wings의 ‘Live and Let Die’(좌)와 Guns N’ Roses의 ‘Live and Let Die’(우) 앨범 커버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Live and Let Die’도, 빌보드 Hot100 33위까지 올랐으니—원곡만큼은 아니지만—제법 인기를 누린 셈이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원곡 느낌과 정말 비슷하게 이 노래를 만들었다.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어느 중간부분만 얼핏 들으면, 이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것인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것인지, 살짝 헷갈릴 정도다.


두 노래는 러닝타임도, 원곡이 3분 12초, 커버곡이 3분 04초로 거의 차이가 없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이 노래를 가급적 원곡에 충실하려 노력했을 텐데, 이 때문에 이 노래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가진 매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패배(?)의 원인이라고 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선곡표에서 이 노래 제목으로 조회하면, 조회되는 최초일(2006년 2월 14일)—배캠 선곡표의 데이터베이스는 2006년이 최초인 것으로 보인다—이후 현재까지 대략 17년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26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14회 방송되었다.

큰 차이는 아니고, 원곡을 그래도 반 이상은 쫓아간 셈이지만, 어쨌거나 폴(Paul)의 원곡이 더 인기 있다는 것—물론 우리나라에서 만의 이야기지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Knockin’ on Heaven’s Door’

: [Use Your Illusion II]에 수록되었다.

이 노래의 원곡 또한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1973년에 발매된 앨범 [Pat Garrett & Billy the Kid](한국 개봉 제목 : 관계의 종말)는, 밥 딜런(Bob Dylan)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 앨범이며, 동시에 그의 열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Knockin’ on Heaven’s Door’가 이 앨범의 대표곡인데, 빌보드 Hot100 12위에 올랐다.

밥 딜런의 원곡 싱글 커버(좌)와 건즈 앤 로지스의 리메이크 싱글 커버(우)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이 노래를 커버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짧고 단조로운 포크송인 원곡을 탈피했다. 긴 전주와 간주를 포함해, 많은 반주를 더한 하드록으로, 또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만의 색채—앙칼진 액슬 로즈의 보컬, 멤버들의 코러스, 걸쭉한 블루스스타일의 연주 등—까지 더하여, 그들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변모시켰다. 원곡(2분 32초)의 두 배가 넘는 러닝타임(5분 36초)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밥 딜런(Bob Dylan) 또한 내가 아주 사랑하는 뮤지션이다.

시를 읊조리는 듯, 때로는 무심한 듯, 가사를 툭툭 내던지듯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방식도 정말로 좋아하지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맘먹고 그들의 방식으로 해낸 리메이크에는 마력이 있다.

이 노래는 그냥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판단은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비슷한 생각인듯하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선곡은 기본적으로 청취자들의 신청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제목으로 조회되는 최초일(2006년 3월 9일) 이후 현재까지 17년간,

밥 딜런(Bob Dylan)의 원곡은 단 5회인 반면,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32회나 방송되었다.

이 정도면, 여기서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완승이다.


사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Knockin’ on Heaven’s Door’는 빌보드 Hot100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곡으로, 이 노래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뒤에 밥 딜런(Bob Dylan)의 원곡을 들었다면, 일단 같은 노래인지 아리송했을 것이고, 그런 다음엔 원곡의 단조로움, 맹맹함에 실망했을 것이다.


나름 괜찮은 보컬 액슬 로즈(Axl Rose)

미국의 저명한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에서는 2008년에 100명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Greatest Singers of All Time)’—179명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작성됨—를 발표했다.

2008년 롤링스톤 기사 표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엘비스 프레슬리, 아레사 프랭클린, 밥 딜런, 존 레넌 (*이미지 출처 : Rolling Stone)

이것은 다른 업적이나 대중의 인기를 떠나, 진짜로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뽑은 순위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프랭클린(Franklin)은 이런 류의 순위에서, 경쟁자조차 없는, 항상 부동의 1위다—이 1위를 차지한 이 대단한 순위에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리드보컬 액슬 로즈(Axl Rose)는 무려 64위에 올랐다.


나는 액슬 로즈(Axl Rose)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고, 그의 노래 또한 무척이나 좋아하긴 하지만, 앞편 글—Use Your Illusion - 건즈 앤 로지스 (상)—에서, 액슬 로즈(Axl Rose)의 목소리를 듣기에 따라서는 앵앵거리는 소리로 들린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목소리인 것이다.


2008년의 순위를 보고, 나는 두 가지 점 때문에 놀랐다. 첫째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도 없는데 액슬 로즈(Axl Rose)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액슬 로즈가 역사상(All Time) 64위라니 무척 놀랐다. 첨엔 다소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팝음악의 태동기부터 있었던 그 많은 전설들과, 우리 시대에만 해도 즐비한 그 많은 ‘노래의 신들’과의 우열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2008년 롤링스톤 선정 ‘1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에서 64위에 오른 액슬 로즈(Axl Rose) (*이미지 출처 : Rollin Stone)

당시 순위에서

-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리드보컬 톰 요크(Thom Yorke)(66위)

-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74위),

-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86위),

- 이글스(Eagles)의 돈 헨리(Don Henley)(87위) 등의

큰 이름들을 따돌렸다.


심지어, 주옥같은 목소리의 대명사인,

-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79위),

-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보컬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94위) 보다 순위가 높다.

매우 놀랍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은 소수집단의 주관적 의견으로 작성된 이런 순위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고, 또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2008년 순위발표 후 15년이 흐른 2023년 1월 1일, 기존보다 100명을 늘려, '역사상 위대한 가수(The 2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 200명'의 명단을 다시 발표했다.


수많은 별이 뜨고 지고, 유행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음악계에서 15년은 아주 긴 시간이다. 그 시간은 기존에 있던 인력풀에 새로운 이름을 대거 합류시켰다. 평가자의 면면도 바뀌었을 것이고, 기존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명단이 100명까지인 것과 200명까지인 것은 크게 다른 것이다. 2008년 순위에서 우리가 100위 바깥의 이름을 알 수 없듯이, 200위까지 발표한 순위에서, 101과 200 사이의 이름은 옛날기준으로는 탈락인 것인데...


어쨌든 롤링 스톤이 새로운 명단을 200위까지 발표해 준 덕분에, 우리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3년 롤링스톤 선정 The 2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 134위에 오른 액슬 로즈(Axl Rose) (*이미지 출처 : Rolling Stone

2023년에 액슬 로즈(Axl Rose)는 134위에 올랐다.

이전처럼 100위까지만 발표했다면, 우리는 명단에서 액슬 로즈(Axl Rose)의 이름을 만나지 못할 뻔했지만, 200위까지 확대된 것이 어쩌면 액슬 로즈(Axl Rose)를 위한 것이 되었다. 순위가 70 계단 하락한 것은 분명 아쉽지만, 그래도 역사상 134위라니 여전히 놀랍고, 만족스럽다.

명단 안에 살아남은 것 자체로 고무적이다.


아래는 액슬 로즈(Axl Rose)보다 아래에 자리한 익숙한 이름들이다.

로린 힐(Lauryn Hill)(136위)

U2의 리드 보컬 보노(Bono)(140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irstina Aguilera)(141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147위),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185위),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194위),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198위)


2008년과 2023년에는 모두 순위와 함께 약간의 메모가 첨부되어 있는데, 액슬 로즈(Axl Rose)의 목소리에 대해 공통적으로 사용된 형용사는 'Outrageous(터무니없는)'이다.

 

터무니없는 이유는 그의 목소리가 소화하는 노래의 다양성에 기인한다. 날카롭고, 다소 앙칼지고, 분노의 보컬임과 동시에 발라드에서도 탁월한 전달력을 가져서 소화할 수 있는 범위(Range)가 넓다는 것을 모두 칭찬하고 있다.


2023년의 메모에서는 몇몇 노래를 예로 들며 분노의 고음, 건방진 허풍 등 여러 모습과, 'Patience', 'November Rain'같은 발라드로 영역을 넓힌 것까지 언급한다. 그 메모의 마지막 문구를 옮겨본다.


"그의 목소리의 DNA에는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만큼 많은 엘튼 존(Elton John)이 있음을 팬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래서인지,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November Rain'만이 아닌 다른 발라드들도 대단히 훌륭하다. 'Don't Cry', 'Estranged', 'Civil War' 강력히 추천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에 여전히 액슬 로즈(Axl Rose)를 포함시킨, 롤링스톤(Rolling Stone)의 판단에 한없이 동의한다.


2023년 순위에 대한 추가정보

2023년에 발표된 순위에는 여러 가지 놀라운 내용이 많다.

그중 가징 큰 것은 대한민국 가수가 둘씩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19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의 정국,

135위—134위인 액슬 로즈(Axl Rose)의 바로 뒤—에 오른 아이유(IU)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걸출한 아티스트의 위상을 이런 곳에서까지 확인하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한국 가수의 빌보드 Hot100 1위 때만큼이나 놀랍다.

롤링 스톤의 2023년 ‘2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에 이름을 올린 정국(좌)과 아이유(우)

2008년의 명단에 있었지만,

100위 밖으로 밀려난 이가 24명이고, 200위안에도 들지 못하고 명단에서 아주 빠져버린 가수가 18명이다.

- 47위였던, 도어스(The Doors)의 보컬 짐 모리슨(Jim Morrison)도,

- 86위였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86위)도,

- 96위였던 비비 킹(B.B. King)(96위),

- 99위였던,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도 빠졌고,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더 클래식' 1집에 수록된, 노래는 이승환이 했던, '제리 제리 고고'의 주인공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67위)의 이름도 사라졌다.


반대로, 2008년의 명단에는 없었다가, 2023년에 새로이 이름을 올린 가수는 100위 안에는 42명, 200위 안에는 119명이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차지한 주인공은 빌리 홀리(Billie Holiday)(5위)이다.


2008년 대비 가장 높은 순위 상승을 기록한 가수는 75 계단을 오른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100위→25위)이고, 가장 많이 하락한 가수는 137 계단 하락한 보니 레이트(Bonnie Raitt)(50위→187위)이다


끝으로, 2008년과 2023년 사이에 자리를 크게 바꿔 앉은, 우리에게 친숙한, 아티스트 몇 명만 언급하겠다.

[아티스트 : 2008년→2023년]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 34→2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 79위→5위

비욘세(Beyonce) : 없었음→8위

아델(Adele) : 없었음→22위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 없었음→43위

레이디 가가(Lady Gaga) : 없었음→58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 없었음→62위

리아나(Rihanna) : 없었음→68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25위→86위 

엘튼 존(Elton John) : 38위→100위

U2의 보노(Bono) : 32위→140위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 없었음→198위


당연히 있을법하지만 흔적조차 없는 가수들이 너무나 많다.

마돈나(Madonna) 같은 댄스 가수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팝음악계를 한 번씩 주름잡았던 팝뮤지션들, 나름 노래 좀 한다고 인식했던 가수들 가운데, 2008년 100명에도, 2023년 200명의 이름에서도 만날 수 없는 고금(古今)의 큰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냇 킹 콜(Nat King Cole),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빌리 조엘(Billy Joel),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의 멤버들, 셀린 디온(Celine Dion), 필 콜린스(Phil Collins), 리안 라임스(LeAnn Rimes),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브루노 마스(Bruno Mars),  등등...

그러니 2008년이든, 2023년이든, 100명이든, 200명이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액슬 로즈(Axl Rose)는 위대한 가수(Great Singer) 임이 분명하다.


이런 것을 결정하는데 절대적 기준이란 있을 수가 없다.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한 것도 아니고, 순위결정에 참여한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대중을 대표한 것도 아니니, 순위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고, 이름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재미 삼아 한번 참고해 보는 자료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15년 간격의 양쪽 명단 모두에 액슬 로즈(Axl Rose)가 있다는 것은, 분명 만족스러운 사실이다.


※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샌 것 같다. 모두 액슬 로즈(Axl Rose)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 Use Your Illusion -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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