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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Mar 25. 2023

Use Your Illusion-건즈 앤 로지스 (하)

Guns N' Roses (하)


영화가 사랑한 Guns N' Roses

영화와 음악은, 서로 밀접한 관계로, 공생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만한 거장들,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마이클 카멘(Michael Kamen), 한스 짐머(Hans Zimmer) 등등 평생을 영화와 함께한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존재도 그렇고, 내가 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데도, 어딘가에서 꼭 영화를 언급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편 글(Use Your Illusion -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중))에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커버곡 2곡—Live and Let Die', 'Knockin' on Heaven's Door'—을 언급할 때도 원곡들이 모두 영화—‘Live and Let Die(007 죽느냐 사느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관계의 종말)’—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영화와 음악은 서로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영화 ‘Live and Let Die’(좌)와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우)의 영화 포스터(*이미지 출처 : Wikipedia)

가만 생각해 보면, 영화와 음악이 만날 때, 서로에 대한 선택권은 분명 영화(제작자) 쪽에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그다지 길지 않았던 그들의 시간에, 영화제작자들에게서 유독 많이 간택받았다.


'Knockin' on Heaven's Door'

: 폭풍의 질주 (Days of Thunder) [1990]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는, 1986년작 탑건(Top Gun) 1편을 감독했던, 토니 스콧(Tony Scott)이 감독을 맡은 영화다.


이 영화는 두 개의 사운드트랙 음반이 있는데, 하나는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영화음악(스코어) 음반이고, 다른 하나는 인기 있는 여러 뮤지션들의 노래를 담은 음반이다. 이 음반에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Knockin' on Heaven's Door'가 있다—원곡도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곡인데,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커버곡 또한 그렇다.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는 탑건(Top Gun)과 같은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 외에도, 유사한 점이 더 있다. 비행기와 자동차라는 것만 다를 뿐 엄청난 속도와 굉음의 이동수단이 계속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는 것, 젊디 젊은 탐 크루즈(Tom Cruise)가 주인공이라는 것, 그리고 음악이다—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탑건(Top Gun) 사운드트랙에,

Take My Breath Away - 베를린(Berlin)

Danger Zone - 케니 로긴스 (Kenny Roggins)

Top Gun Anthem - 헤럴드 폴트마이어(Harold Faltermeyer) & 스티브 스티븐스(Steve Stevens)

등 좋은 록음악이 실린 것처럼,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 사운드트랙도 유사하다.


딥 퍼플(Deep Purple)과 화이트 스네이크(Whitesnake)에서 보컬을 맡았던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을 필두로, 티나 터너(Tina Turner), 시카고(Chicago), 엘튼 존(Elton John), 셰어(Cher), 조안 제트(Joan Jett) 등 유명한 뮤지션들—대체로 락뮤지션—의 음악과 함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음악도 실린 것이다.

 

이 노래가 사운드트랙에는 실려있지만, 영화에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1990년 사운드트랙 음반에 먼저 수록되었고, 그 후 1991년에 발매된 [Use Your Illusion II]에도 실렸다. 두 버전이 약간 다르다고 하는데, 사운드트랙 버전은 들어보지는 못했다.

‘폭풍의 질주 사운드트랙‘ 커버(좌)와 '터미네이터 2 사운드트랙' 커버(우) (*이미지 출처 : Wikipedia)

'You Could Be Mine'

: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 Judgment Day) [1991] 

1991년에 나왔던 영화, 거장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명작 중의 명작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 심판의 날)' 속에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음약이 직접 나온다—영화 사운드트랙에는 없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Tri-Star)에서 주연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에게 영화의 뮤직비디오와 주제음악을 선정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슈워제네거가 직접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를 골랐다고 한다. 그들이 인기 있는 데다, 영화에 총(Gun)과 장미(Rose)가 나오기 때문이었다고 하는, 사실이지만, 농담 같은 이야기다—영화에서 T-800역을 맡은 아널드는 존 코너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코너를 구하기 위해, 들고 있던 (장미로 가득한) 상자 속에서, 숨겨둔 총을 뽑아 드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어린 존 코너는 양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 코너가 양부모 집 차고에서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손보는 동안, 휴대용 카세트로 음악을 듣는데, 그때 나오는 노래가 ‘You Could Be Mine’이다. 양부모에게 반항적인 존 코너의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You Could Be Mine’을 알고 나서, 또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라도 알고 나서, 이 영화를 보면 노래가 아주 잘 들릴 것이다. 음악은 영화에서 아주 강렬하다.


'Sympathy for the Devil'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 : The Vampire Chronicles) [1994]

원곡은 영국의 록밴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1968년에 발매한 앨범 [Beggars Banquet]—영국에서 7번째, 미국에서 9번째 앨범—의 수록곡인데,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사운드트랙에,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커버곡이 실렸다.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 음악이 나온다. 이 음악도 원곡과 꽤나 유사하게 커버를 잘했다. 원곡은 공략하지 못했던 빌보드 Hot100에서 55위에 올랐다—2004년에 발매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Greatest Hits]에도 수록되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사운드트랙‘ 커버(좌)와 건즈 앤 로지스 [Greatest Hits] 앨범 커버(우) (*이미지출처 : Wikipedia)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게펀 레코드(Geffen Records) 소속이었는데, 이 영화는 계열사인 게펀 픽쳐스(Geffen Pictures)에서 제작했다. 소속사 사장님 부탁으로, 그때 인기밴드였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작업한 것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본다.


여기까지는, 당시 최고 인기 밴드라는 위치에 있었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1990년대 초중반의 이야기다. 한창 있기 있는 뮤지션을, 영화 흥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활용했던 시도였다고 본다. 영화의 흥행이나 사운드트랙 음반판매량에서 나름의 효과도 보았을 것이다. 단순히 인기가 있다는 것 말고도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는 밴드의 매력도 분명히 어필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뮤지션의 인기를 조금이라도 활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좋은 음악 그 자체를 영화에 활용한 시도였다고 나는 본다.


'Welcome to the Jungle',

'Paradise City',

'Sweet Child O' Mine'

: 토르 : 러브 앤 썬더 (Thor : Love and Thunder) [2022]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Thor)

2022년에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 (Thor: Love and Thunder)‘의 예고편이 풀렸을 때, 예고편 자체보다는, 같이 흘러나온 음악이 너무나 반가웠다. 가슴을 울리는 'Sweet Child O’Mine'의 전주,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상징과도 기타 리프, 그 기타 리프말이다.


감독의 선호에 따라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채택되었다고 한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시대에 10대~20대였을, 1975년 뉴질랜드 태생인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에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어떤 의미일지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감독은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데뷔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 빌보드 Top10 히트곡 3 대장—Sweet Child O’ Mine, Paradise City, Welcome to the Jungle—을 자신의 영화에 총출동시켰다.


영화 시작 12분가량 지났을 무렵, 망토를 입고 있던 토르가 입고 있던 망토를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면서 ‘Welcome to the Jungle’의 전주가 시작된다. 거기서 6분 정도 더 지난 18분 정도부터, 낙원 같은 도시(뉴 아스가르드) 느낌의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Paradise City’가 나온다. 장면장면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영화의 끝부분 마지막 내레이션이 시작될 무렵부터 가슴을 울리는 ‘Sweet Child O’ Mine’의 전주 나오기 시작한다.

[Appetite for Destruction]은 좋은 노래로 가득하지만, 대성공에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유일한 빌보드 Hot100 1위 곡 'Sweet Child O’Mine'의 기여도가 가장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의 백미는 전주에 나오는, 슬래쉬(Slash)의 기타 리프다. 이 매력적인 기타 리프가 앨범 판매량을 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본다

'토르 : 러브 앤 썬더 사운드트랙' 커버(좌)와 건즈 앤 로지스의 [Appetite for Destruction] 커버(우)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어쩌면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음악팬들에게 이제 많이 잊힌 이름이었을 텐데,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음악들이 두 사람의 작곡가—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 나미 멜루마드(Nami Melumad)—가 만든  ‘토르 : 러브 앤 썬더 (Thor: Love and Thunder) 사운드트랙‘을, 오히려 지워버린 느낌이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에게 향수를 품고 있던 팬들에게는, 영화에서 만난 음악이, 무조건 반가웠을 것이다. 그들의 노래를 신곡으로 받아들일, 그러니까 영화를 볼 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음악을 처음 들은 젊은 세대들의 느낌은 어떠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신들의 세상에서, 아주 진보된 천국과 같은 느낌의 전경에서도, 무려 35년 전의 노래가, 눈곱만큼의 진부함이 없이 잘 녹아들어 나는 신기했다. ‘역시 명곡은 영원한 것인가 보다.’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감독이 음악은 잘 골랐다. 다만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의외로 깊이 있는 가사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그들은 지속적인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그것들이 주로 나쁜 쪽인 것이 약간 문제였지만...

요즘으로 치면 누구랑 비슷하다고 해야 느낌이 올까?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정도 될까?


멤버들 사이의 불화, 다른 뮤지션들과의 다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았고, 뚜렷하게 기억나는 뉴스로, 로즈(Axl Rose)가 자신의 약혼녀에게 예물로 값비싼 보석을 선물했었는데, 파혼을 하면서 보석의 반환을 요구했다는 것도 있다. 아무튼 그들이 활동하던 내내 이런 뉴스들이 끊임없이 이슈가 되었고, 특히 액슬 로즈(Axl Rose)의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골수팬이 아닌 경우라면 대체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것들이 생각이 있는 놈들인가..."


이런 사고뭉치, 악동의 이미지는 그들을 끊임없이 유명세에 올려놓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가진 것을 저평가되게 하거나,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들의 바깥 이미지와 다르게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멤버들이 직접 만든 노래들의 가사가 의외로 다양하고 훌륭하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모든 멤버들이 작곡에 참여한 서정적인,

Sweet Child O' Mine의 가사

She's got a smile that it seems to me

그녀는 나에게 보내는 것 같은 미소를 가지고 있어요

Reminds me of childhood memories

그것은 어린 시절을 내게 떠올리게 해요

Where everything was as fresh as the bright blue sky

모든 것이 눈부신 푸른 하늘처럼 싱그러웠던 곳

Now and then when I see her face

가끔 그녀의 얼굴을 보면

She takes me away to that special place

그녀는 날 그 특별한 곳으로 데려가요


이렇게 시작하는 달콤한 노래.


액슬 로즈(Axl Rose)가 만든 은유적인,

November Rain의 가사

Nothing lasts forever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어요

And we both know hearts can change

그리고 우리 둘은 모두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And it's hard to hold a candle

그리고 촛불을 들고 있기가 어려워요

In the cold November rain

차가운 11월의 빗속에서는


Or I'll just end up walkin' in the cold November rain

그러니 날 사랑하고 싶다면 자제하지 말아요

So if you want to love me then darlin' don't refrain

그렇지 않으면 나는 차가운 11월의 빗속을 계속 걷게 될 거예요


이런 은유적이고, 시적이고, 철학적인 노래.


이런 가사들과 함께 특히, 그들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노래는,

액슬 로즈(Axl Rose), 슬래쉬(Slash),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이 만든,

아주 정치적이고, 현실 참여적이고, 직설적인, Civil War의 가사다.


국내 여러 집단들 사이의 끊이지 않는 갈등과 반목, 지구촌 어딘가에서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등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린 지금 소통 부재에 놓여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접근도 할 수가 없어요

지난주의 일은 바로 그 때문이고, 이건 저 녀석이 원하는 거예요

결국, 그는 원하는 걸 얻었어요! 나도 당신들만큼이나 이 상황이 싫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노래


당신네 청년들의 싸움을 보아요

당신네 여인들의 울음을 보아요

당신네 청년들의 죽음을 보아요

그들이 항상 해 왔던 대로


우리가 낳은 증오를 보아요

우리가 기른 공포를 보아요

우리가 사는 삶들을 보아요

우리가 항상 해 왔던 대로


내 손은 묶여 있어요
수천억의 돈이 옮겨지며
세뇌당한 자부심에 의하여 전쟁은 계속 이어져요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들의 인권을 위하여였으나
이들 전부가 옆으로 밀려나요


우리의 내전에 담긴 거짓을  

역사는 숨기고 있어요

...


당신도 검은 완장을 찼나요?

평화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 그를

그들이 쏘았을 때요


내 가장 어릴 적 기억 속에

그들은 케네디를 쏘았어요


내가 보는 것을 배웠을 때,

무감각해졌어요


그래서 베트남을 위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어요.


당신들의 내전은 필요 없어요

가난한 이들을 를 땅에 묻으며 부자의 배를 채울 뿐이고


우리가 가져왔던 의심을 보라

우리가 따랐던 지도자를 보라

우리가 삼켰던 거짓들을 보라


당신들의 내전은 필요 없어

더 이상의 전쟁은 필요 없어

더 이상의 전쟁은 필요 없어


7분 42초의 긴 노래는 이런 가사들로 쭈욱 이어진다. 그리고


What's so civil about war anyway?

대체 전쟁의 어떤 면이 문명적이란 거지? “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civil 이란 단어를 중의적으로 사용한 것이 기발하다

civil war는 내전이라는 뜻인데, 전쟁이 civil(문명적) 않다는 것으로 또 표현한 것이다.

가사 전체를 찾아보시기를 권한다.


아직도 악동 이미지로 건즈 앤 로지스와 액슬 로즈를 기억하신다면, 그들 노래의 가사를 통해 조금 달라지기를 바란다.


끝무렵의 대작 [Use Your Illusion]

현재의 우리는 지금 노래하는 어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지금의 그가 자기 경력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것이지는 알 수 없다. 이런 것은 언제나 한참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전성기에 발표한 [Use Your Illusion]이라는 대작 앨범으로, 나는 그들을 처음 만났는데, 그때가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하향세의 시작점이었음을, 나는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Use Your Illusion I][Use Your Illusion II]를 처음 갖게 된 후, 나는 당연히도 이전에 나온 앨범 두장—[Appetite for Destruction]과 [G N' R Lies]—을 구입했다. 그때만 해도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현재가 영원할 것만 같았고, 시간이 그들의 많은 신보를 만나게 해 줄 것이란 단꿈에, 나는 젖어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Use Your Illusion]이, 오래오래 갈 것 같았던, 그들의 전성기 끝무렵을 장식하는 대작이 되어버린 것은 많이 아쉽다.


그때는 내가 열심히 CD앨범을 사 모으던 때였는데,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새 앨범이라면, 한달음에 달려가 모조리 구매했을 텐데... 그 후로 내가 레코드가게에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신보를 만난 것은 단 한 번 뿐이었다.

내가 보유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음반 5장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1993년에 새 앨범 [The Spaghetti Incident?]를 내놓는다. 이것이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앨범으론 내가 구입한 마지막앨범이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창작곡은 전혀 없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커버한 13곡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이라, 당시에 들었을 때도 그들의 다른 앨범들과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금도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잘 듣지 않는 편이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5장의 앨범으로 마감된 그들의 전성기는 많이 아쉽다.


2008년에 [Chinese Democracy]라는 다소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한 타이틀로 돌아왔으나, 임팩트는 없었다.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그들이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11월의 노래

노래에 특정 시기 또는 특정 시기와 관련된 단어를 담으면, 매년 그때마다 그 노래가 생각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캐럴을 듣고, 벚꽃이 필 때마다 ‘벚꽃엔딩‘을 듣게 되고, 방송에도 많이 나온다.

물론 역설적으로, 그때가 아니면 듣지 않게 된다는 맹점이 있기는 하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캐럴도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November'란 단어가 들어간 곡이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팝음악 팬들에게는, 'November Rain'이 어쩌면 30년 넘게 11월을 대표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11월이면 유독 이 노래를 많이 듣게 된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한번 더 '배철수의 음악캠프' 선곡표를 인용해 보자면,

'November Rain'으로 조회되는 최초일은 2006년 11월 27일이며, 총 19회 방송되었다. 그 19회 중에 11월이 아닌 때에 방송이 된 것은 2번(2009년 9월 6일, 2012년 2월 7일)이고, 나머지 17번은 모두 11월에 방송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간 것도, 2022년 11월 1일이다. 확실히 11월의 노래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그러나 역시 11월이 아니면 선곡이 안 되는 것인지... 신청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 저 17번의 방송이 나간 날 중에 비가 내리는 날—MBC 소재지 기준—은 또 며칠이었을지 문득 궁금하다.


나는 지금도 이 노래를 너무나 좋아한다. 잊을만하면 듣고, 한번 들으면 또 몇 번씩 듣곤 해서, 수백 번을 들었을 텐데, 이 노래를 알게 된 후로, 단 한 번도 싫증난 적이 없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듯한 변화무쌍함이 한곡 속에 모두 담겨있어서 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클래식하게 시작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발라드로 진행되다, 휘몰아치는 듯한 절정으로 치닫다가, 빗소리와 함께 끝난다.


특정 뮤지션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할 때는 자연스레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듣게 되는데, 건즈 앤 로지스에 대해 써보기로 한 후에 'November Rain'에 다시 한번 빠졌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2018년 건재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이 유튜브 10뷰를 기록했다는 빌보드 기사(*이미지 출처 : Billboard)

2018년 7월 빌보드는 ‘November Rain’이 90년대 노래 가운데 유튜브 10억 뷰를 달성한 최초의 곡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저때는 'November Rain'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간 지 5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 5년이 더 지난 지금은 20억 뷰를 돌파했다. 전 세계서 약 5년에 10억 뷰 정도씩 시청 중이다. 배캠에서 보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나 보다. ‘November Rain’은 여전히 건재하다.


연중의 모든 비와는 다른 11월의 비만이 가진 특징이 있다. 11월은 가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고, 비도 바람도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노래에서도 November rain이란 가사 앞에는 꼭 Cold가 붙는다. 그저 시원하기만 하던 빗물이 차갑게 느껴질 때는, 언제나 이 노래가 생각날 것이다.


So never mind the darkness, we still can find a way

그러니 어둠은 신경 쓰지 마요, 우린 여전히 길을 찾을 수 있어요

'Cause nothin' lasts forever, even cold November rain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차가운 11월의 비조차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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