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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Dec 07. 2023

Jagged Little Pill-앨라니스(에필로그)

여성 로커의 중흥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여성로커의 중흥

록음악은 언제까지 번성했을까?

1960~70년대?

나의 기준으로는, 조금 더 길게 보아서, 80~90년대도 록음악이 대세였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모든 분야가 그러했듯, 이때까지도 음악계 주류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남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깊은 인상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로커들도 있었다.


록음악 초기의 대표적 인물들이라면 대략 아래와 같다. (   ) 안은 생년월일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1943.01.19.生)

블론디(Blondie)의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 (1945.07.01.生)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스티비 닉스(Stevie Nicks) (1948.05.26.生)

하트(Heart)의 앤 윌슨(Ann Wilson)(1950.06.19.生), 낸시 윌슨(Nancy Wilson)(1954.03.16.生) 자매

더 프리텐더스(The Pretenders)의 크리시 하인드(Chrissie Hynde) (1951.09.07.生)

팻 베네타(Pat Benatar) (1953.01.10.生)

조안 제트(Joan Jett) (1958.9.22.生)

이들을 1세대 여성로커라고 보면 대략 맞을 것 같다.


위쪽좌측부터 시계방향, 1970년의 재니스 조플린, 1977년의 데보라 해리, 2013년의 크리시 하인드, 2013년의 조안 제트(*이미지 출처 : Wikipedia)


90년대로 접어들며, 1세대들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져 갈 무렵, 다시 한번 록음악계의 주류에 명함을 내민, 작곡(Songwriting) 능력까지 제대로 갖춘, 여성로커들이 한꺼번에 대거 쏟아져 나왔고, 여성로커의 중흥을 맞았다.

대표적 인물은 아래와 같다. (   ) 안은 생년월일

셰릴 크로우(Sheryl Crow) (1962.02.11.生)

가비지(Garbage)의 셜리 메이슨(Shirley Mason) (1966.08.26.生)

노 다웃(No Doubt)의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1969.10.03.生)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 (1971.09.06.生)

에바네센스(Evanescence)의 에이미 리(Amy Lee) (1981.12.13.生)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1984.09.27.生)


그리고 그 정점에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1974.06.01.生)이 있었다.


위쪽좌측부터 시계방향, 2014년의 셰릴 크로우, 2015년의 그웬 스테파니, 2016년의 돌로레스 오리어던, 2019년의 에이브릴 라빈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가끔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기도 했지만, 때때로 목소리를 살짝 뒤집는 창법이었다.


이런 창법은 여성 가수들만의 전유물이었는데, 이 즈음에 음악팬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당시의 이런 창법의 거의(?) 대표 격인 가수는, 누가 뭐래도 아일랜드 록 그룹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리드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이었는데,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도 그에 못지않았다.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 이런 창법 인기의 덕을 본 것인지,

반대로 앨라니스 모리셋 덕분에 이런 창법이 더욱 인기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2014년의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서구에서 시작된 이 독특한 창법이 아주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꽤나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도 이 창법을 구사하는 여성 보컬이 여럿 생겼다.

<나는 나>라는 노래가 가장 큰 히트곡인 밴드, 주주클럽의 보컬 주다인,

<낭만고양이>란 곡을 히트시켰던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대표적이다.


일시적인 급격한 유행은, 대체로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듯이, 이 또한 그것을 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창법을 구사했던 보컬리스트들은 잠시 큰 인기를 끌었다가, 얼마 후 거의 사라졌다.


록음악의 영향력 자체가 서서히 약해져 가면서, 현재로선 여성 로커의 명맥을 이어갈 만한, 3세대들의 존재감도 사실 미미하다.

파라모어(Paramore)의 헤일리 윌리암스(Hayley Williams)

외엔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Smells Like <You Oughta Know>

<You Oughta Know>는 여자의 입장에서 쓰인 가사이며,

(양다리를 걸쳤던 나쁜 놈에 대한) 직설적인 독설이 주된 내용이다.


여담이지만,

우연인지, 아니면 다수의 그래미(Grammy)를 수상한 명곡에 대한 오마주였던 것인지,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Jagged Little Pill] 발매 2년 후인,

1997년에 나왔던 국내 가요, 김현정의 데뷔곡 <그녀와의 이별>의 가사가 주는 느낌이 <You Oughta Know>의 그것과 아주 유사했다.


당시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했을 듯한, 직설적인 가사가, (특히 여성팬들에게서) 인기면에서 분명히 큰 몫을 했겠지만, <You Oughta Know>는 구조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곡이었다.


노래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변모하며 변화무쌍하게 진행이 된다.


전주 없이, 결심하는 듯 읊조리며,

“I want you to know, that I am happy for you…” 이런 가사로 노래는 시작된다.


그리고 18초 즈음

"An older version of me..."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곳에서 한번,


또 37초쯤.

"'Cause the love that you gave that we made"의 가사 부분에서 다시 한번 크게, 흐름을 바꾼다


그리고 55초 즈음에

"And I'm here, to remind you..."라는 부분에서

그리고 제목과 같은,

“You Oughta Know”(너는 알아야 한다) 부분에서는 특히 폭발한다.


뭔가 이전의 노래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여성 보컬의 록음악.

새롭고 독특한 느낌, 저항과 반항, 분노와 포효로 마무리되는 것까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You Oughta Know>가 당시에 주었던 그런 느낌은 무엇과 비교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느낌이 그 몇 해 전에 있었던 니르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의 그것과 유사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빌보드 앨범 순위 / 미국 내 판매량(만장) / 전 세계 판매량(만장) / 보컬리스트의 당시 나이 / 발매연도

1 / 1,064 / 3,000 / 24 / 1991

1 / 1,520 / 3,300 / 21 / 1995


앨범과 관련된 여러 수치들도 큰 유사성을 보인다.

위는 니르바나(Nirvana)의 [Nevermind]이고,

아래는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rissette)의 [Jagged Little Pill]이다.

니르바나(Nirvana)의 앨범 [Nevermind](좌)와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앨범 [Jagged Little Pill](우)


두 앨범이 발매 시기로는 4년의 차가 있지만,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사망했던 1994년의 바로 이듬해에 등장한, [Jagged Little Pill]의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상실한, 록음악팬들의 공허함을 슬그머니 채워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Jagged Little Pill][Nevermind]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갖고 있었고,

<You Oughta Know> 또한, <Smells Like Teen Spirit> 정도의 참신함은 분명히 있었다.


음악팬들도 두 앨범에 비슷한 정도로 반응했다.


아쉬운 전성기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1996년에 개최된 제38회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최우수 신인(Best New Artist)의 후보로도 올라서, [Jagged Little Pill] 앨범을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데뷔 앨범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실제로는 이 앨범이 세 번째 앨범이었다는 것을 이미 언급을 했었다.


세 번째 앨범에 와서야, 대성공을 이룬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었지만, 그때가 고작 21살이었다.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네 번째 앨범 [Supposed Former


1998년 11월,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Jagged Little Pill]의 영광을 함께 했던,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와 다시 한번 작업(작곡&프로듀싱)한, 새 앨범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를 발표했다—이것이 글렌 발라드와 작업한 마지막 앨범이 된다.


그러나 반응은 전과 같지 않았다.

미국 내 판매량이 26만 장이긴 했지만, [Jagged Little Pill]에 비하면 1/6로 줄어든 것이었다.

이처럼 흥행이 부진했던 이유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You Oughta Know>와 같은, 강력한 한방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앨범은 꽤 괜찮았지만, 전작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확실히 밋밋했다.


앨범에서는, 타이틀 곡인 <Thank U>가 가장 유명하고 가장 크게 히트했는데, 빌보드 싱글차트(Billboard Hot 100) 17위에까지 올랐을 뿐이다.

개인적으론 수록곡  중에,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That I Would Be Good>을 가장 선호한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매력을 한껏 머금은 멋진 록발라드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때부터 시작된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하향세는 지속이 된다.

2002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Under Rug Swept]의 수록곡 <Hands Clean>이 23위에 오른 것,

2004년에 발표한 여섯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So-Called Chaos]의 수록곡 <Everything>이 76위에 오른 것을 끝으로,

빌보드 싱글차트(Billboard Hot 100)에서도, 완전히 사라졌다.


사그라지는 중

앞서, 두 곡 <You Oughta Know><Smells Like Teen Spirit>,

그리고 두 앨범 [Jagged Little Pill][Nevermind]을 살짝 비교했었지만,

아주 컸던 한방,

너무 짧았던 전성기,

주목받은 기간 대략 4년,

단 2장의 앨범이 커리어의 거의 전부,

20대 초반에 스타덤의 정점,

30살도 되기 전에 음악계의 주류에서 이탈했다는 것까지...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과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두 사람의 행보 또한 정말 닮았다.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 이미 오래전에 음악계를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는 음악팬도 있을지 모르겠다.


음악팬들에게선 사실상 거의 잊혔지만, 그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데뷔앨범부터 매 2~4년마다 새 앨범을 발표하다가,

2012년 자신의 여덟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Havoc and Bright Lights] 발매 후에는 한동안 뜸했다.


2020년에 8년의 침묵을 깨며, 아홉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Such Pretty Forks in the Road]를 발매하며 활동을 재개했고,


다시 2년 만인 2022년 7월, 열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The Storm Before the Calm]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독특하게도 가사가 전혀 없는 명상을 위한 연주곡만을 수록한 앨범이다. 그래도 어쨌든 정규앨범이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Storm Before the Calm] 커버(*2022년 발매)

이렇게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1991년 데뷔앨범부터 30년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이것이 커트 코베인과(Kurt Cobin)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It is better to burn out than fade away.” 

(사그라지는 것보다는 타서 없어지는 것이 낫다)


이 말을 유서에 남기고,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타서 없어졌지만,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마치 서서히 사그라지는 중인가 싶다.


그래도 음악팬들의 곁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어딘가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또 가끔 확인할 수 있으니, 팬으로선 감사할 따름이다.


머지않은 미래의 어떤 날에,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목소리가 빚어낸, 새 노래를 만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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