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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Mar 01. 2024

Rush Street - 리처드 막스 (상)

음악이 있는 모든 일에 진심인 리처드 막스(Richard Marx)

한곡의 노래

내가 처음으로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음반을 구입했던 것은, 오직 한곡의 노래 때문이다.


그 곡은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1991년 발매한 자신의 세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Rush Street]의 두 번째 싱글이었고, 당시 라디오를 통해 먼저 친숙해졌다.


아주 낮은 저음, 음산한 분위기의 전자음으로 시작하는 전주, 전주가 끝날 무렵, 또 그만큼이나 낮춘 리처드 막스의 목소리가 어울리며, 노래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가사를 찬찬히 뜯어보면 노래가 이런 분위기인 것이 이해가 간다. 범죄 스릴러스럽다.


그 노래는 <Hazard>다.


이 곡은 그 이전과 이후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수많은 노래와 히트곡 가운데에서도, <Right Here Waiting>, <Endless Summer Nights>과 함께, 지금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그래서 구입한 앨범이 [Rush Street]였다.

1991년 발매한 리차드 막스의 세번째 스튜디오 앨범 [Rush Street]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성실한 알바생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자신의 24번째 생일을 3개월 앞둔, 1987년 6월 15일에 데뷔 앨범을 내며 본인의 가수활동을 시작했지만, 그 이전부터 몇 가지 알바를 지속적으로 했다. 물론 그 모든 일은 음악과 관련되는 것이고,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작업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살짝 한 가지 여담을 하고 가겠다.

우리나라 록밴드 YB의 리드보컬 윤도현은, 본인이 가수로서 유명세를 타기 전, 백보컬리스트 경력이 있다.


<살다 보면>이란 곡으로 잘 알려진, 가수 권진원이 1994년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권진원 Vol.2]에는, 총 7명이 백보컬리스트로 참여했는데, 면면을 보면 꽤나 유명인들이다.

1994년 발매 권진원의 두 번째 앨범 [권진원 Vol.2]

특히 대한민국사람 누구나 다 아는 민중가요 <광야에서>를 작사, 작곡한 문대현을 비롯, 민중가요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관련된 이름들, 배훈, 신지아 등등이다. 그리고 장필순, 윤도현의 이름도 올라있다.


그중에 앨범의 대표곡 <살다 보면>의 백보컬이, 당시로는 무명이었던, 윤도현이다.


노래의 후렴구에 해당하는,

"수~많은 근심걱정 멀리 던져 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이 부분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뒤에—백보컬로는 제법 크게—깔리는데, 확실하게 윤도현이 들린다.


사실 우리가 평소 노래를 들을 때, 백보컬에까지 귀를 기울이며 자세히 듣지는 않아서, 예전부터 이곡을 알고, 오랫동안 들어왔더라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을 수는 있는데, '백보컬이 윤도현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확실하게 윤도현이 들린다. 윤도현은 자신의 어떤 노래 보다도, 자신의 가수 경력보다 먼저, 자신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앞서 다가갔던 셈이다.


리처드 막스(Richrd Marx)의 첫 번째 공식직업이 이런 백보컬리스트다. 그저 일회성이 아니다. 리처드 막스는 이 일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에게는 이런 경험—본인의 데뷔 이후에도 계속—이 아주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리처드 막스(Richard Marx)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너무 샛길로 빠지는 듯도 하지만, 팝음악에 대한 배경지식함양의 기회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겠다.

코모도어스(Commodores)의 1981년 앨범 [In the Pocket]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모타운(Motown) 레이블 소속의 밴드 코모도어스(Commodores)의 멤버였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는 1981년 앨범 [In the Pocket]을 끝으로 밴드를 탈퇴한다. 그리고 1982년 자신이 32세가 된 해에, 첫 앨범 [Lionel Richie]를 내고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


첫 앨범에서부터 줄줄이 히트곡을 쏟아냈는데, 사실 그의 모든 히트곡은 아주 짧은 기간(1982~1987년), 딱 세장의 스튜디오(정규) 앨범에 모두 집중되어 있다—그 5년 동안,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1982년 데뷔앨범 [Lionel Richie],

1983년 두 번째 앨범 [Can't Slow Down],

1986년 세 번째 앨범 [Dancing on the Ceiling], 이렇게 3장이다.

데뷔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Billboard 200) 3위에 올랐고, 다른 두 앨범은 1위를 기록했다.


세장의 앨범에 도합 25곡이 수록되었는데, 그것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4곡이나 싱글로 발매했음에도, 14곡 모두가 빌보드 싱글차트(Billboard Hot100)에 올랐다.

거기서 단 한곡을 제외한 13곡은 Top40에,

다시 한곡을 제외한 12곡이 Top10에 올랐다.

1위 곡은 4곡이다.

※ 1위를 기록한 4곡은 (시간순으로)

Truly

All Nighgt Long (All Night)

Hello

Say You Say Me

이처럼 대단했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의 최전성기 3장의 앨범에,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모두 참여했다.  3장의 앨범 총 9곡에서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백보컬을 했다.

왼쪽부터 [Lionel Richie], [Can't Slow Down], [Dancing on the Ceiling] 앨범 커버(*이미지 출처 : Wikipedia)

앨범 [Lionel Richie]에서 4곡,

Serves You Right

Wandering Stranger

You Are

You Mean More to Me

앨범 [Can't Slow Down]에서 4곡,

All Night Long (All Night)

Love Will Find a Way

The Only One

Running with the Night

앨범 [Dancing on the Ceiling]에서 1곡,

Tonight Will Be Alright

이상 총 9곡이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백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다음은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다.

이곡은 1987년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의 데뷔앨범 [Glenn Medeiros]의 타이틀 곡이다. 팝 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명곡인데, 한국인들 대다수는 어쩌면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의 곡으로만 많이들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조지 벤슨(George Benson)의 1985년 앨범 [20/20]에 수록된 버전이 원곡이고, 이 노래의 백보컬에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있다.

조지 벤슨( George Benson)의 1985년 앨범 [20/20] 커버(*이미지 출처 : Wikipedia)

이 곡은 작곡가 마이클 매서(Michael Masser)작사가 제리 고핀(Gerry Goffin)의 합작품인데, 두 사람은 각자 자신들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명곡도 많은데,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Saving All My Love for You>도 이 두 사람의 작품이다.


조지 벤슨(George Benson)은 이 곡—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을 살짝 과소평가했던 듯하다. LP 앨범의 앞면 5곡 중 4번째 트랙에 배치를 했고, 미국에서는 싱글발매도 하지 않았다.


곡의 창작자들은 곧바로 다른 아티스트를 물색한 모양이다. 원곡발표 불과 2년 뒤, 새 주인을 만난 곡은 바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에게는 대표곡이 되었다. 영국 UK 차트에서는 1위를, 빌보드 싱글차트(Billboard Hot 100)에서는 12위에 올랐다.


다음은, 마돈나(Madonna)다.

마돈나는 1984년에 발매한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Like a Virgin]으로 스타덤에 오르는데, 이 앨범에서 4곡의 싱글이 Top10에, 그중 2곡이 1위를 기록한다.


하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마돈나(Madonna)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것은, 1986년에 발매한 세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True Blue]다. 이 앨범에서는 5곡을 싱글로 발표했는데, 5곡이 모두 빌보드 싱글차트(Billboard Hot 100) Top5 안에 올랐고, 3곡은 1위를 기록했다.

마돈나(Madonna)가 1986년에 발매 세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True Blue]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필자가 이 앨범을 최고로 꼽는 이유는, 당시에 기록했던 차트 성적도 가장 우수하지만, 수록곡 면면이 대단히 수준 높고, 오래도록—지금도 여전히—사랑받기 때문이다.

(  ) 안은 빌보드 싱글 차트 순위

Papa Don't Preach (1위)

Open Your Heart (1위)

Live to Tell (1위)

True Blue (3위)

La Isla Bonita (4위)

이 앨범의 세 번째 트랙에 <White Heat>란 곡이 있다. 이 한곡에만 5명의 백보컬리스트가 동원되는데, 그중에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있다. 아래는 5명의 명단이다.

케이든 카터(Keithen Carter)

재키 잭슨(Jackie Jackson, 잭슨가의 둘째 = 마이클 잭슨의 형)

데이비드 윌리암스(David Williams)

조나단 모펫(Jonathan Moffett)

리처드 막스(Richard Marx)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보컬리스트 경력은 이 외에도 정말 많다.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 시카고(Chicago),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 등등…


그런데 권진원의 <살다 보면>에서 윤도현은 뚜렷하게 식별되지만,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참여한 거의 모든 곡에서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목소리는 사실 거의 식별되지는 않는다. 백보컬이 혼자가 아닌 경우가 많고, 거기다 워낙 튀지 않는 목소리여서인 듯도 하고, 말 그대로 백보컬로서의 역할에만 매우 충실해서 인 듯도 하다.


다음은 작곡가(Songwriter)다.

우리에겐 <Lady>란 곡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 컨트리 가수 케니 로저스(Kenny Rogers)는 1984년 8월에 자신의 열다섯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What About Me?]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되었는데, 이 가운데 3곡에 당시 21살이었던 젊은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작곡가로 참여한다.

What About Me?

Somebody Took My Love

Crazy


그중에서도 이 앨범의 가장 큰 히트곡이자 대표곡은, 앨범과 같은 제목의 타이틀 곡 <What About Me?>이다. 두 명의 유명한 가수 킴 칸스(Kim Carnes)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이 함께하여 세 명이 부른 곡이다.  이들 세명은 모두 당시 기준으로 초특급 슈퍼스타들이다.

※ 그즈음 팝계의 슈퍼스타들만 모였던, 1985년의 프로젝트 USA for Africa의 <We Are the World>에서 각자의 솔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이들이 얼마나 슈퍼스타였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겠다—45명가량이 참여한 프로젝트였는데, 후렴구는 모두가 함께 불렀지만, 그중 자신의 솔로 부분이 있는 가수는 21명이었다.
1984년에 발매된 케니 로저스의 앨범 [What About Me?] 커버(좌)와 앨범의 대표곡 <What About Me?> 싱글 커버(우)(*이미지 출처 : Wikipedia)

세 명이 함께 부른 이곡은, 공교롭게도 작곡자도 3명이다. 우선 앨범 아티스트 본인인 케니 로저스(Kenny Rogers)가 한 명이고, 무려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다른 한 명이다. 그리고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노래는 빅히트까지는 아니었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Billboard Hot 100) 15위에 올랐고, 이것이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란 이름을 처음으로 미국 대중음악계에 알린 계기가 된다. 유명한 다른 작곡가들과의 공동작품이긴 했지만, 무명의 어린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로서는, 꽤나 괜찮은 출발이었다.


이미 대가들이었던, 케니 로저스(Kenny Rogers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같이 곡을 쓸 정도로, 그들에게도 무명의 스무 살 청년이 애송이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인데,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떡잎부터 제대로였던 모양이다.

루더 밴드로스의 <Dance with My Father> 싱글 커버(좌)와 엔싱크의 <This I Promise You> 싱글 커버(우)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이후에도 다른 가수들을 위한 리처드 막스의 창작활동은 계속된다.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2003년 앨범 [Dance with My Father]의 수록곡이자, 이후에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거의 대표곡이 된 <Dance with My Father>는,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와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함께 쓴 곡이다.


가수 겸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가 몸담았던, 보이밴드 엔싱크(N'Sync)의 2000년 앨범 [No Strings Attached] 수록곡이며, 빌보드 싱글 차트(Billboard Hot 100) 5위에 까지 올랐던, <This I Promise You>는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단독 작품이다.


리처드 막스(Richard Marx)가 애정을 쏟은 또 하나의 일은 세션연주자다.


본인의 앨범에서, 아티스트로서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정말 다재다능하다. 일례로 1987년 본인의 데뷔앨범 [Richard Marx]에서는, 보컬뿐 아니라 키보드, 드럼,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를 했다. 그리고 악기연주 재능을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에도 많이 참여했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1985년 데뷔앨범 [Whitney Houston]에서는 백보컬뿐 아니라, 기타 연주로도 참여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의 1999년 앨범 [A Love Like Ours]에서 <If You Ever Leave Me>를 단독 작곡했고, 키보드 연주까지 했다.

2004년에 발매한 싱글 <You Raise Me Up>의 한 버전으로 유명한 가수 조시 그로반(Josh Graban)의 2001년 데뷔 앨범 [Josh Groban]의 타이틀 곡 <To Where You Are>를 작곡하고, 키보드와 피아노 연주도 했다.

진정한 뮤지션

리처드 막스(Richard Marx)의 이런 전방위적 음악 활동은, 본인이 가수로 데뷔하기 전, 무명일 때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로도 꾸준히,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백보컬활동도, 악기 세션연주도, 작곡활동도 그렇다.


그는 진정한 가수이고, 작사작곡가이고, 연주자여서, 진정한 뮤지션이다. 리처드 막스(Richard Marx)는 오직 (본인과 타인의) 음악에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 Rush Street - 리처드 막스(Richard Marx) (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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