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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술 Jul 22. 2022

오픽과 아빠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오픽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어렸을  기억을 묻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오픽 시험에서 '사전에 미리 외운 준비된 답변 (스크립트)'은 최대의 빌런으로 통하고,

이는 최악의 점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답변을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오픽 질문들 중에서는 

'무조건' 과거 경험을 묻는 질문이 있는데,


어렸을 때 누군가를 방문했던 경험,

어렸을 때 산이나 바다에 갔던 기억,

어렸을 때 휴일에 대한 기억,

어렸을  보았던 , 영화... 등등 

무궁무진한 과거 경험에 대한 질문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기억을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경험에 대해서 대답을 하다 보니,

다양한 어린 시절 경험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한 사람이 보였다.


아빠.


아빠는 도대체 나한테 어떤 아빠였던 것일까.

어렸을  친척집에 방문할 때도 데려다준 것은 항상 아빠였고,

등산에 대한 기억도 아빠와 함께한 한라산 등반,

바닷가에 놀러 가서 아빠와 함께 성게랑 전복을 잡았던 기억,

크리스마스 때 아빠가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었던 기억.


2020년 8월. 동해 바다에서 잠수하는 아빠.

의도치 않게,

오픽은 유년 시절 내가 가진 소중한 경험들은 전부 아빠와 함께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빠와 함께한 추억 Part 1


특히, 아빠는 바다를 정말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바다로 휴가를 자주 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족은 모두 수영과 잠수를 곧잘 했는데,

깨끗한 동해 바다에서 잠수를 해서

바닷속에 있는 성게와 게 같은 것을 잡고 놀곤 했다.

한 번은 바다에 끌고 나간 작은 고무보트에

손수 잡은 성게와 게를 담았는데,

성게의 뾰족한 가시에 찔려 

결국 고무보트에 빵꾸! 났다.

보말을 넣은 보말라면과 성게, 진짜 맛있다!

그날 저녁, 우리가 잡은 성게를 까서 

코딱지만  성게알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직접 잡은 게를 넣은 해물 라면을 끓여 먹으며

빵꾸가  고무보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족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

 모든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영어로 설명할  있다면

최고 등급은 따놓은 당상일 텐데...


아무튼,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나에게 나의 아빠와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난 아마 오픽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참 동안 생각하다

떠오르는 것이 없어 포기하게 되지 않았을까.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삼척 장호항 (or 갈남항? 헷갈린다)


다음 , 아빠는 갑상선 반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전부 아빠와 함께했던 기억인 것처럼,

나중에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누군가 가장 소중했던 경험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물어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딸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도록

아빠와  많은 시간, 행복하게 보내야지.


매일 하는 다짐, 오늘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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