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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廢業) 전야(前夜)
by
임종훈
Oct 16. 2023
평소 정직(正直)했던 상인(商人)의 폐업 떨이는 그 자신의 목숨을 바겐세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번의 아내 생일케이크와
수시로 소보로며 단팥빵, 바게트 샀던
집 근처 빵가게가
개업 이년 남짓만에 장사 접는다는, 불과 일주일 전
그 앞 지날 때만 해도 없던 폐업 안내문.
개업 당시 처음 이런저런 빵들 사고 계산하면서
성업(盛業)하시라 내 덕담(德談) 건넸을 때
착한 가격의 맛있는 빵으로 보답할 테니
자주 들러달라며 웃던 주인의 얼굴이
뇌리에 선명한데 느닷없는 폐업.
자세한 사정 알 수 없지만 짐작컨대
육 개월여 전 가게 맞은편 들어선
대형 프랜차이즈 빵 가게로 인해
매출이며 이익 갈수록 줄어들었을 것.
처음에는 가성비(價性比)로 경쟁하면 승산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했겠지만
가게 통유리 너머로
대형 빵집 들어가는 손님들 보며
날마다 속 끓였을 것이고 저녁 무렵
재고(在庫)로 남은 착한 가격의 빵들
착하다 못해 어리석기까지 한 가격으로 떨이하며
남모르게 깊은 한숨지었을 것.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말
한낱 장사꾼의 거짓말로 여겼지만
자신에게는 사실이더라는 안내문의 고백은
안간힘 다해 버티다 끝내는 항복한
패자(敗者)의 씁쓸한 심정 토로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가성비보다 브랜드 쫓는 세태에 대한
섭섭한 속내이기도 할 것
폐업 안내문 입구에 걸기까지
아니, 그 이전 오랫동안 주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하루치의 매상과 이익,
그리고 월세 걱정했을 것이고
어떻게 생계 꾸려야 할지 막막해했을 것.
발효(醱酵)되어 부풀어 오르는 빵보다
번민이 더 크게 부풀어 올랐을 것.
폐업 전날 저녁 가게 찾았을 때
이런저런 정리로 매장 어수선했고
반값으로 판다는 마지막 남은 빵들이
종류별로 매대(賣臺)에 놓여있었다.
반값이라 그런지 북적이는 사람들 비집고
평소보다 많은 빵 사서 계산할 때
그러시면 안 된다는 주인의 말 아랑곳 않고
굳이 내 우기며 제값 다 치른 것은
이 년여 전 내 건넨 덕담 대신
건네야 할 위로의 값이었다.
좌절하지 말고 어디 가서든
다시 일어나 부디 성공하시라는 말
차마 꺼내지 못해 그랬던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던 것일까?
문 열고 나가는 내 등 뒤 대고
고맙다는 말 연신 하는 주인 돌아봤을 때
눈자위 붉다고 여겨진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벌써 여러 달째 비어있는 가게와
저녁밥때임에도 손님 없어
주인만 멍하니 TV 보고 있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축하 화환 여러 개
그대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식당 지나치면서
식후(食後)임에도 느닷없이 허기 일던 것인데
무슨 예감 같은
것일까?
바람도 없는데 가로수 마른 잎들
우수수, 떨어지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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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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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두 개의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글쓰기에 입문.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 최고의 작품이길 소망하며 정진중인 문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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