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廢業) 전야(前夜)

by 임종훈

평소 정직(正直)했던 상인(商人)의 폐업 떨이는 그 자신의 목숨을 바겐세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번의 아내 생일케이크와

수시로 소보로며 단팥빵, 바게트 샀던

집 근처 빵가게가

개업 이년 남짓만에 장사 접는다는, 불과 일주일 전

그 앞 지날 때만 해도 없던 폐업 안내문.

개업 당시 처음 이런저런 빵들 사고 계산하면서

성업(盛業)하시라 내 덕담(德談) 건넸을 때

착한 가격의 맛있는 빵으로 보답할 테니

자주 들러달라며 웃던 주인의 얼굴이

뇌리에 선명한데 느닷없는 폐업.

자세한 사정 알 수 없지만 짐작컨대

육 개월여 전 가게 맞은편 들어선

대형 프랜차이즈 빵 가게로 인해

매출이며 이익 갈수록 줄어들었을 것.

처음에는 가성비(價性比)로 경쟁하면 승산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했겠지만 가게 통유리 너머로

대형 빵집 들어가는 손님들 보며

날마다 속 끓였을 것이고 저녁 무렵

재고(在庫)로 남은 착한 가격의 빵들

착하다 못해 어리석기까지 한 가격으로 떨이하며

남모르게 깊은 한숨지었을 것.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말

한낱 장사꾼의 거짓말로 여겼지만

자신에게는 사실이더라는 안내문의 고백은

안간힘 다해 버티다 끝내는 항복한

패자(敗者)의 씁쓸한 심정 토로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가성비보다 브랜드 쫓는 세태에 대한

섭섭한 속내이기도 할 것

폐업 안내문 입구에 걸기까지

아니, 그 이전 오랫동안 주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하루치의 매상과 이익,

그리고 월세 걱정했을 것이고

어떻게 생계 꾸려야 할지 막막해했을 것.

발효(醱酵)되어 부풀어 오르는 빵보다

번민이 더 크게 부풀어 올랐을 것.

폐업 전날 저녁 가게 찾았을 때

이런저런 정리로 매장 어수선했고

반값으로 판다는 마지막 남은 빵들이

종류별로 매대(賣臺)에 놓여있었다.

반값이라 그런지 북적이는 사람들 비집고

평소보다 많은 빵 사서 계산할 때

그러시면 안 된다는 주인의 말 아랑곳 않고

굳이 내 우기며 제값 다 치른 것은

이 년여 전 내 건넨 덕담 대신

건네야 할 위로의 값이었다.

좌절하지 말고 어디 가서든

다시 일어나 부디 성공하시라는 말

차마 꺼내지 못해 그랬던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던 것일까?

문 열고 나가는 내 등 뒤 대고

고맙다는 말 연신 하는 주인 돌아봤을 때

눈자위 붉다고 여겨진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벌써 여러 달째 비어있는 가게와

저녁밥때임에도 손님 없어

주인만 멍하니 TV 보고 있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축하 화환 여러 개

그대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식당 지나치면서

식후(食後)임에도 느닷없이 허기 일던 것인데

무슨 예감 같은 것일까?

바람도 없는데 가로수 마른 잎들

우수수, 떨어지던 것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닷가 우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