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한(恨)이든 정(情)이든 속엣것 있는 대로 끌어올려 절규하듯 토해내는 것에는 울림이 있기 마련이라 듣는 자의 몸과 마음도 더불어 떨리게 된다. 그것이 노래든 울음이든.
몇 해 전 여름 늦은 오후의 어느 폭포에서였다.
그날 오전부터 내린 폭우로
오래간만에 폭포는 제 구실 다해
쏟아져 내리는 물의 굉음으로 귀 먹먹했고
그에 질세라 주변 숲의 매미들은 우중(雨中)에 쟁여놓았던 울음 한꺼번에 토해내 웬만한 소리는
그에 묻혀 아예 들리지도 않을 그곳에
마흔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울고 있었다. 그 울음,
고개 숙인 채 숨죽여 흐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늑대가 포효하듯 허공 향해
몸 안의 물기란 물기 죄다
그 한 번의 울음에 실어버리겠다는 듯
통렬하게 울어 젖히던.
추측컨대, 차마 세간에서 쏟아내지 못한, 혹은
타인의 이목 저어하여 거개는 묻어두고
찔끔찔끔 흘렸을 눈물을
폭포소리에 묻어갈 요량으로
마음껏 방성(放聲)하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걷다 맞닥뜨린
연인의 낯 뜨거운 연애질의 목도처럼
돌아서 가지도,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내 엉거주춤하며 계곡 한쪽 쪼그리고 앉아
어쩌면, 여인의 눈물이 반(半)일 물로
이마 훔치는 척했던 것인데
참으로 묘했던 것이
떨어져 부서지던 물소리와
치열하게 울어대던 매미소리조차
다 묻지 못하던 울음이 귀를 울리다
어느 순간 내 안 저 깊은 곳의 무엇을
건드리기라도 했던 것인지
나도 모르게 느닷없이 울컥해지던 것이다.
오래전 고향 집 뒤란 대숲에서
서걱거리던 댓잎 소리에 섞여 들려오던
홀어머니의 울음이 나로 인한 것이었듯
그 울음의 이유가 바로 나 때문인 듯만 여겨져
여인에게로 걸어가 그 곁에 앉아
등 토닥여주거나 더불어 울고 싶던 것이었다.
울음으로써 울음 달래고 싶던 것이었다.
뜨겁던 햇볕 다소 누그러지고
매미 울음 기진맥진하게 들리던 즈음
여인이 떠났고 대신 그 자리에 내 앉아
눈물의 이유 이리저리 가늠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 무엇이든
한낱 추측일 뿐일 것이고 그리하여 그것보다는
그렇듯 처절한 울음 쏟아내고 난 뒤의
여인의 속내 짐작하게 되던 것이었다.
때로는 눈물이 짜디짠 것만이 아니라
내내 쌓아두기만 했을 생의 응어리들 쏟아내고 나면
후련하기도 할 터 지나칠 때 언뜻 본
여인의 표정이 밝아도 보이던 것은
허튼 짐작만이 아닐 것이었다.
그날, 내 들은 것은 분명 울음이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득음(得音) 위한 가인(歌人)의
곡진(曲盡)한 노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던 것이었다.
가사도 곡조도 없는, 그저
폐부에 속속들이 박힌 정한(情恨)
꺼이꺼이 목 놓아 풀어내던 그것으로 하여
여인이 아니라 내가
한바탕 잘 울고 난 듯 마음이
그리도 후련하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