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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Dec 30. 2022

나의 2022년

함께 걸어주고 손 잡아주고 제 목소리를 듣고 제 글을 읽어준 것만으로도

응원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022년은 기분 좋게 숫자 2가 세 번이나 들어가고, 발음도 이천이십이 이 공 이 이 

다가올 2023년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공이공 우주의 원더키디보다 두 살 더 먹은 2022년 올 해는

짜 응원을 마구마구 받았고

름이 아닌 나의 닉네임을 고민해서 만들었고 (내 이름은 스스로 짓지 않아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앤나우^_^




원더키디 세상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아이캔과 예나가 열심히 모험하고 데몬 마왕을 무찔렀다. 그보다 2년 후 2022년, 올해 내 세상은 원더키디 만화를 푹 빠져보던 어린 내가(내가 8살에 나온 만화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났고  생각지 못한 장소와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었고 도전을 받았으며 '추앙'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 파바박 꽂혔다.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는 추앙이 아닌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염미정(김지원)의 대사처럼 


응원하는 것, 너는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것.

혼자선 의지박약이라 아무것도 못했던 나인데, 대학교 시절 콩트, 단편 소설 10장도 채우기 힘들어 뭉그적거렸던 나인데 올 한 해 나를 움직이게 했던 시작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작은 응원이었다. 


[말]
나경아, 자신에 대해 계속할 말이 많고 쏟아져 나온다는 건 대단한 거야.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많이 떠올리지 못하거든. 정리를 잘하고 간단하게 표현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없고 나를 잘 몰라서, 평소에 네가 이렇게 자기 자신을 계속 계속 생각하고 나를 안다는 건 중요해. 

[카카오톡]
오전에 나경이 글 다 읽음. 그동안 안 쓰고 어떻게 살았어.
성장은 진짜 제대로 누리는 자의 것이다, 나경아 뭐가 돼도 될라나 보다.


내 글을 새벽에 자다가도 읽어주고 댓글을 달아주고 웃어주고 눈물 나게 좋다고 해주는 내 친구 연희. 어린 시절 우리가 유치원 꼬꼬마시절부터 인디언 분장을 하고 함께 찍은 사진도 있는데 연희의 작은 모임[나*킬*콘-나만의 킬러 콘텐츠]을 시작으로 나는 나를 찾고 싶었고 무수히 쏟아내는 나! 진짜 나를 열어보고 싶어졌다. 왜 그랬을까. 오랜 친구의 편안함과 단단함이 늘 생각나고 부러웠는데 작은 독서 모임, 줌 강연을 통해서 '나만의 방법'과 탈출구를 올 해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은 똑같았지만 이제는 책을 읽고 책을 덮는 일상이 아니라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를 플러스하고 싶었다. 독서를 하며 좋은 구절들을 쓰고 나누기도 하고 그림도 그렸고 떠오르는 생각을 짧게나마 메모했다. 메모에 그치지 않고 '보여주기'도 시도해 봤는데 별 거 아니었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평가를 기대한 일이 아니라 나의 기록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길 바랐으니까. 계획도 잘 못 세우고 실천력도 제로에 가까운 내가 그나마 무거운 책임감만 많아서 숙제가 주어져야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는데 나에게 연희의 도닥거림이 첫 발걸음을 내딛게 했다. 

혼자 하면 심심하잖아. 뭐든 같이 해야 더 재밌고 좋아. 

연희가 가볍게 건넨  말 한마디가 '너 내 동료가 돼라!'보다 묵직하게 느껴졌다. 가볍지 않은 응원. 진심을 다한 생각을 가볍게 말로 툭 던졌을 때 심장도 두근두근 손가락이 움직인다. 


[카카오톡]
나경님 오늘도 아이와 함께 복작복작거리고 계실까요? ㅎㅎ뭐 하나 여쭤보려고요. 나경님은 브런치 작가 생각 없으세요? 나경님의 글은 거의 손보지 않고도 콘셉트 자체가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여서 바로 합격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ㅎ 이미 쓰신 글로 그냥 휘리릭 합격하실 거예요:) 너무 힘쓰지 않으셔도, 충분히!ㅎ ㅎ

[작은 손편지]
오래전 페이스북 로그인을 해서 나경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나요. 내면의 보물이 많은 분! 전 내면의 보물이 많지 않아서 그 보물이 많은 사람을 잘 알아봐요. 
나경님은 보물을 많이 가지신 분이에요. 무엇이 되든 계속 써보세요.


글 쓰는 오늘의 이너조이님.  글 쓰는 오늘이 아니었다면 일상 글쓰기의 시작도 없었고 다시 와다다다 뭔가를 쓰는 기쁨은 누릴 수 없었을 거다. 멀리서나마 나를 응원하겠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새벽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응원해주신 분이라는 걸 잘 안다. 브런치를 만들어 놓고 글 공유가 안된다고 늦은 밤, 새벽에 혼자 답답해하다가 말을 걸었는데 다정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신 말에 감동했더랬다. 아, 브런치는 작가를 신청해서 뭔가가 돼야 글도 등록하고 보게 할 수 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뭔가를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써놓은 글로 이너조이님의 '말' 한 마디 덕분에 신기하게도 지금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이 즐거운 지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너조이님 덕분에 내면의 보물을 자꾸자꾸 캐고 싶어졌다. 


[문자 메시지]
말에는 힘이 있어요.  말에는 힘이 있어요. 어머님의 말에는 힘이 더한 것 같아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겠죠? 그래서 그 말로 오늘 감동의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갑니다. 모든 사회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어요. 저도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또 찔끔거리고 있네요. 세상에게 아이들에게 희생하는 소금 같은 사람으로 살려고 애쓰지 마세요. 나로서 살기 위한 발자국을 내딛기 시작한 것 축하드리고 나를 위한 삶이 결국 모두의 삶에 좋은 영향력이 흘러간다는 걸 경험하시게 될 날이 속히 올 것 같아 너무 반가워요. 누구누구 맘이 아닌 '나경'으로 주신 편지도 너무 반가웠어요.


 나와 우리 아이 상담을 해주시는 주영 소장님. 나는 누구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이 필요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냥 끄덕여주는 고갯짓 한 번이면 내가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 그 부분을 깨닫게 해 주셨다.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는 상담을 통해서 그걸 깨달았고 나는 별로 변한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기도 했다. 이미 내 안에 솔직함이라는 힘이 있기에 그 빛나는 감정이 나를 다시 세워줄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 분. 감정이 마구마구 올라왔을 때가 사실은 우리가 누구나 성장할 때라는 거, 가장 울고 싶고 분노하고 싶을 때 그걸 누르기 보다 폭발하고 터뜨려야 인생의 주인공이 되듯이 나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의 감정폭발을 해보기로 했다. 글로 터뜨리면 웃었다가 울었다 요동치는 감정들이 이내 곧 사그라들고 잠잠해졌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랬다. 나는 원래가 희생하고 애쓰는 소금의 모습은 아니지만 유독 아이들에게는 왜 그리 미안한 마음이 자주 들었던 걸까. 아이들에게도 '내 모습 이대로' 그대로 나로 살기로 시작하고 마음먹은 순간 나도 변했지만 내 아이들도 편안해졌다.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지 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만한 일이 돼요!

-

또 등장하는 나의 해방일지 속 염미정(김지원)의 대사.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다. 글쓰기를 하면 행복했고 나를 채워가는 느낌이 들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괴롭지만 빨리 앉아서 글을 쓰고 싶었고(처음엔 미친 듯이 핸드폰으로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악, 엄청난 오타와 띄어쓰기 오류들;;; 나는 그때만 해도 나의 일상을 가끔 올릴 수 있는 공간이 페북이 밖에 없었기에) 블로그를 만들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동시에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어느 날은 글을 쓰다가 눈물도 나왔다. 그런데도 즐거웠다. 살아있는 기분, 육아에 지친 날에도 앤나우가 돼서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

지난날을 떠올리고 내가 좋아하고 속상하고 힘든 걸 떠올리는 건 힘들지만 그걸 글로 쓰는 일은 즐거웠다. 이상도 하지, 그런데 이건 뭐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글자가 지나간 자리마다 마음이 개운해지는 기분도 들고 나를 좀 더 보듬어 주고 싶었다. 일상 글쓰기에 이렇게 단단한 힘이 있는 줄 몰랐다.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이 돼 있는 거?
추앙하다 보면 다른 사람 돼 있을 거라며.
한 번도 안 해봤을 거 아니에요? 난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 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한 번도 안 해 봤던 걸 하기도 했다. 기한을 갖고 글 쓰는 모임에 들어간 거, 줌으로 단체로 코칭을 받기 시작한 거, 개인 상담이야 몇 번 해보고 아이를 위한 상담도 받아봤지만 단체로 내 인생을 통틀어 계획을 짜보고 막연했던걸 구체적인 기한 안에 만들고 실천해 보는 일들, 그걸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줌으로 이어지는 독서 모임과 만남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거야 해봤지만 도서관에서 글을 써보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한 번도 안 해 본 그 일이 진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움직이게 했다. 


[말]

나경언니는 그런데도 싫은 사람들의 공기의 흐름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람이야. 싫은 사람 틈에서도 얼마든지 언니의 말 한마디, 생각 하나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 솔직함이 강점!

고마워 은진아, 이맘때 난 작은 아씨들 드라마에 푹 빠졌는데 오인주에게 '작은 태풍'이라고 칭해준 도일의 대사에 빠져있었거든. 네가 이 드라마를 봤는지는 모르지만-안 봤다고 해서 더 놀랐어!- 나를 '작은 태풍'에 비유해줘서 고맙고 반가웠어.




어제 방구석 낭독회를 하면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기다리는데 사람들 닉네임이 한 명 한 명 뜨고 까만 화면 속에서 저마다의 이름, 혹은 별명들이 빛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퇴근해서 이제 막 씻고 소파에 누워있을 시간, 아이들 저녁 먹이고 분주하게 정리하고 씻기고 하루의 끝자락을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이렇게 들어와 주셨구나. 나 역시 줌으로 독서 모임도 하고 상담도 해보고 수업도 참여해 봤지만 '온라인 만남'이 쉽고 빠른 것 같아도 막상 그 일을 하려 하면 아이들의 방해로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어떤 마음을 먹고 기다렸는지 잘 알기에 더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 화면만 들여다보는데도 웃음이 나고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까만 화면을 보는데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찰칵 찍어뒀다. 이름 하나하나 한 분 한 분이 풍선처럼 붕붕 떠올라서 나에게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응원받는 기분은 이런 거구나. 




내 글을 늘 친구에게만 공개하고 그 안에서 '친구'등록 됐지만 누군가는 또 안 읽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누군가 잠시 들러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해주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 일이라는 것을, 별로 대단하지 않은 그 순간이 나에게 힘이 된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도 있었음을. 


십여 년 만에 만나도 그 공백을 채울 만큼 벅찬 응원으로 다가와준 정희, 일산에서 만난 나의 크리스마스방 같은 모임 정영언니 선주언니, 은진이, 사실 지금도 정영언니가 우리 선율이를 봐주는 덕분에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ㅜㅜ 짧은 어린이집 방학 기간 내내 지친 나를 위해 기꺼이 아이를 봐주겠다고 살펴주는 그 마음에 감사한다.) 어서 빨리 야망을 가지라고 말해준 봄봄, 먼 길도 유하와 기꺼이 찾아와 줘서 고마워. 우리 소팔이와 쑥이의 응원도 나를 괜스레 눈물 나게 했다. 우리 집까지 차를 끌고 와서 하루종일 늦은 밤까지 내 아이랑 보드게임을 해주고 방구석 캠핑장을 꾸며서 함께 놀아주고 나는 계속 쉬라고 말해줄 때 나를 위한 응원은 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거란 것도 깨달았다. 나는 뭘 하면서 쉬어야 가장 즐거워질까, 찬찬히 생각할 수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힘도 얻었다. 일산에서 도서관 카드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아이들 소식도 전달해준 민정이도 생각난다. 선재를 생각하는 이음이 마음도 고마웠지만 그걸 또 기록해서 나에게 남겨주는 민정이의 마음에 감동했어. 기록과 전달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힘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향해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고 싶다. 이미 내 주변 누군가들에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기도 했지만 올 한 해 내가 받은 사랑을 똘똘 뭉쳐서 가만히 가지고만 있지 않겠다. 돌려줄 것이다. 되갚아주고 싶다.


글을 써보라고, 뭐든 쓰고 이야기해보라고 답답함을 털어놔보라고, 심심하거나 우울에 빠졌을 때도 이야기하라고 내가 종이처럼 흡수해주고 들어주겠다고 힘줘서 끄덕여 줄 것이다. 


작게는 나의 가정 속 내 작은 아이들과 섬세한 우리 신랑에서부터 출발하겠지만 내가 뭘 하든 내 글을 읽으러 달려와주는 나의 다정한 벗들과 따뜻하고 고마운 이웃들, 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까지 퍼져나가겠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본 적 없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나는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닿을 수 있도록.


온통 나로만 똘똘 뭉쳐진 내 이야기가 더 이상 부끄럽거나 두렵거나 창피하지 않다. 그냥 이게 나인데. 그러라고 해라, 좀 더 세게 말하면 그러든지 말든지, 2022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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