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졸업 시즌이다.
얼마 전 우리 둘째도 교회에서 졸업·진급 예배를 드렸다. 주일학교에선 12월에 항상 마무리 예배를 드린다. 졸업·진급 예배를 드리고 1월부터 새 학기에 접어든다. 3월에 입학하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교와 달리 졸업과 진급을 미리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졸업'은 과연 즐거운 것일까.
아이의 졸업예배 사진을 보고 신랑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애들이 왜 이렇게 전부 다 우울해 보이냐.
7세에서 8세로 올라가는 아이들 표정이 어째, 모두 입이 댓 발 튀어나와 있거나 울먹울먹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이거나 무표정, 어딘가 어두워서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도 웃음이 빵 터졌다. 뭐, 우리 아이도 별반 다를 것 없이 그냥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졸업증명서와 상장을 줄 땐 가만히 서있지도 못했다. 잠깐 서있는 내내 건들건들 움직이고 주머니에 손까지;; 휴. 거슬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_-+
나는 '졸업'이라고 하면 헤어짐보단 마냥 신나고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낯선 세상, 낯선 세계로 가는 두려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중·고등학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대학생), 그런 출발들이 마냥 신나기만 하진 않을 터, 마냥 축하만 건네기에도 사실 뻘쭘해진다. 내년에 8살을 맞이하는 아이들 표정도 이토록 어둡다니!
이제 학교 = 공부 지옥이라는 걸 미리 알아서일까.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못 뗀 둘째에게 지난날처럼 편하게 선생님들이 다 예뻐해 주고 챙겨주는 걸로 좋아했다면 학교는 '너 스스로'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돼!라고 제대로 겁을 준 첫째 아이의 말이 생각났다.
노는 건 하나도 없고 운동하는 시간도 공부라고 한 것도. ㅎㅎㅎ
적당히 겁주라고 큰 애에게 눈치를 줬지만 아무래도 학교 정문부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발을 질질 끌면서 학교를 거부할 작은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요즘 졸업식 풍경은 어떨지도 궁금해진다.
'코로나'시기여서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초등학교 입학식도 모두 비대면으로 치러야 했다. 최소한의 인원만 허용되었기에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궁금했는데 1학년 담임선생님께선 다정하게도 여러 장의 사진과 글로 상황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직접 가보질 못해서 마음이 더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이가 그동안 정들었던 공간과 제대로 인사를 하고 못 떠났다는 생각이 찜찜했고(유치원 졸업식도 제대로 못하고 일산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졸업식을 제대로 못해줬다는 그 사실이 마음에 좀 걸리기도 했다.
정들었을 공간, 놀이터, 친구들, 선생님에게라도 따로 인사하게 해 줄걸. 마스크를 쓰고 부랴부랴 혼자서만 유치원 선생님들을 겨우 찾아봬야 했던 마지막 날도 떠오른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 온 수많은 나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겠지
우리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봐요
어느 차가웁던 겨울날 작은 방에 모여
부르던 그 노랜 이젠
기억 속에 묻혀진 작은 노래 됐지만
우리들 맘에 영원히
노래* 015B의 《이젠 안녕》 1991년 발매/ Second Episode의 수록곡/ 작사·작곡 정석원
나는 졸업시즌만 되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신해철이 함께 했던 팀이기도 했던 무한궤도와 솔로로 나온 신해철도 참여한 적 있는 015B의 <이젠 안녕>이란 노래다. 차갑고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은 물론 행복하고 따뜻하고 정들었던 옛날(지난날)과 헤어질 때의 심경을 세심하게 잘 표현한 어마어마한 곡이다.
회자정리, 영원한 헤어짐도 아니고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고 헤어짐이 있다면 또 다른 만남도 이어지는 법이다.
어린 시절 졸업식 때마다 선생님들께선 칠판에 크게 '회자정리'라는 글자를 한자어로 적어주시거나 아이들과 함께 이 노래를 합창으로 부르기도 했다. 저마다 한 명씩 이름에 롤링페이퍼를 꾹꾹 손으로 눌러가며 가득 채우기도 했다. 눈물이 뚝뚝 흐르기도 했지만 우린 모두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꽃다발을 들고 모여서 시끌벅적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언니와 내 졸업식마다 휴가를 내서 꼭 함께했고 그때마다 우리 네 식구는 점심으로 짜장면집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배달해 먹지 않는 짜장면 맛은 기가 막혔다. 아빠는 우리에게 짜장면을 사주실 땐 꼭 '삼선'이 들어간 걸 사주셨는데 그때 그 짜장면이 특히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삼선 짜장면과 꽃다발, <이젠 안녕> 노래로 기억되는 나의 졸업식이 떠오른다. 엄마는 대학교 졸업식 때도 노란색 프리지어 꽃을 한 아름 사 와서 나에게 안겨주셨다. 게으르고 예민했던 내가 12년 개근을 이루고 대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이 분명하다.
그만큼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세대도 달라졌지만 졸업과 입학 앞에 두근두근한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는다고 졸업을 한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나이에 맞는'책임을 가져야 진짜'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졸업식 때마다 깨달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졸업식을 한 번씩 치를 때마다 하여간 진지한 마음이 들었다.
졸업을 맞이한 모든 학생들, 어른들께 축하를 보내주고 싶다. 험난하고 팍팍한 요즘이지만 한파만 온 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도 추위를 체감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려온 시간 모두모두 수고했고 버틴 하루하루가 대단하다고 박수 쳐주고 싶다.
새 날, 새 기쁨으로만 충만해야 하는 게 꿈만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서로가 가야 할 길 앞에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웃을 일이 생기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 곡은 원래 신해철의 솔로 데뷔 이후 무한궤도의 남은 멤버들이 팀을 만들어서 일종의 기념 앨범처럼 내고 발매 이후에 해체하려고 했는데 1집이 생각보다 수익을 거두어서 2집을 만들었고 2집 발매 이후 정말로 팀을 해체하려 했는데 이 곡을 들어있는 2집이 꽤나 성공을 거두어서 결국 3집까지도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세상일은 진짜 알 수 없는 게, 진짜 헤어짐을 생각하고 '안녕'을 노래하는 노래 덕분에 다시 모여 활동을 하게 된 사연도 신기하고 재밌다. 진심은 서로 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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