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솔직히 만날 수 있는 시간

by 앤나우

어제 아이들 초등학교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올해 입학한 둘째 아이도 첫째와 같은 초등학교로 입학하게 돼서 드디어 아침마다 (*사이좋게 손 붙잡고 가지 않아도) 함께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총회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일 학년이 된 엄마들은 걱정되고 떨리는 자리기도 한 것 같다.

이미 큰 아이가 6학년인 내게 이런 질문들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나요?

뭘 시키거나 말해야 하나요?

총회에 가면 바로 임원이나 이런 거 다 맡아서 해야 하죠?

상담하는 자리인가요?



질문엔 답을 해야 인지상정!

(사실, 질문하고 질문받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친절하게 답해 드립니닷!



총회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모이면 인원이 많기도 하고 아빠들까지 오시기도 하거든요. 반대로 바빠서 못 오시거나 개인 사정으로 못 오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인원은 그때그때마다 달라요. 참고로 우리 아이들 학교 총회 인원은 반도 많은 편이 아니라(학생수도 적고) 적은 인원이 모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공개 수업 때 보다 더 적은 인원이 모여요.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하거나 뭘 시켜서 그대로 해야 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담은 노노!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학사 운영,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아이들 각자 반에서 시간을 갖습니다.

총회에서 투표를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이런 경우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는 이미 운영위원회 회장, 부회장부터 임원진이 전부 뽑혔어요. 반대표 같은 것까지 이미 학기 초에 다 뽑힌 걸로 알고 있어요. 반 대표 중에 학년 대표처럼 이미 된 사람들 중에 정하는 자리만 있으니 '절대'부담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네 맞습니다. 직접 반에서 아이들 전반적인 수업 내용과 상황도 들을 수 있고 좀 더 궁금하거나 질문이 있다면 좀 더 상담을 나누실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공개 수업'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학부모 총회에는 그보다 관심이 덜 하다는 게 한편으론 조금 아쉽기도 하다. 새 학년이 시작될 때 학교에서 준비한 첫 공식 모임인 만큼 1년 교육 계획과 전반적인 학사 일정과, 방침을 들어볼 수 있다. 요즘에는 디지털 교육으로 이어지는 수업이나 학교 폭력에 대한 것들도 자세히 말해주는 편이어서 실생활에 도움 되는 사항들도 많다. 담임, 교장선생님 등 교직원들까지 소개받을 수 있는 자리기에 얼굴을 익혀둔다면 오며 가며 동네에서 인사도 나눌 수 있다.


공개 수업 때도 물론 아이들의 교실에 들어가 보고, 체육이나 영어 수업 같은 것도 직접 참관해 볼 수 있지만 총회 시간은 학기 초,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꾸민 내용들로 가득 찬 교실을 처음으로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이것 때문에 '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공개 수업은 뒤에서 서서 구경하는 자리라면 학부모 총회는 아이들의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직접 부모님들이 참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재밌었던 점은 1학년과 6년 교실을 오갔는데 1학년 아이들의 책상 걸상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마치 유치원 아이들 의자인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큰 아이 책상 서랍은 구경하지 않았지만(사춘기라 프라이버시가 중요함) 둘째 아이 자리에선 서랍에 집어넣은 교과서도 꺼내보고 글씨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1학년 교실 뒤는 식판과 음식을 그린 그림으로, 6학년 교실은 아이들이 정한 규칙과 자기소개로 꾸며졌다.



둘째가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1학년 교실로 향하기 전에 6학년 큰 아이 교실에 먼저 갔는데(사실은 선생님과도 자주 소통하는 편이라 살짝 인사만 드리고 올 생각이었다) 세상에나;;; 아무도 교실에 온 사람이 없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큰 아이 담임을 맡아주신 선생님께선 각 자리마다 자료도 올려놓고 ppt자료도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아무도 안 왔다며 서운해하셨다. 나도 덩달아 민망하고 쑥스러워졌다. 많이들 오시라고 아이들에게도 전달했지만 다들 바쁘고 개인사정으로 못 온 것 같다며, 곧 일 학년 교실에도 가야 하는 나를 위해서 선생님께선 ppt학교 생활, 학습에 대한 건너뛰시고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덕분에 그 자리는 화기애애하게 큰 아이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편하게 궁금한 점도 물어볼 수 있었다.



선생님께선 이번에 반장이 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칠판 지우기나 청소 같은 것도 도맡아서 한다며 어쩔 땐 혼자 하기 힘들고 어려울 텐데도 늘 성실한 자세로 끝까지 다 한다며,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러면서 아이가 지운 칠판이라며, 얼마나 깨끗하게 지우는지 모른다며 가리키시는데 웃음이 나왔다. 역시, 사춘기 아이들이란 집에서와 바깥에서 행동이 참 다르구나 싶다가도, 6학년이 되고 사춘기가 찾아와서 표정은 없어졌지만 학교 생활을 재밌게 잘하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궁금한 걸 물어보라 해도 수업 중 궁금한 질문을 하는 아이가 아무도 없는데 큰 아이는 늘 알 때까지 수업이 끝나고도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나와서 질문하는 태도도 엄청 좋은 점이라 칭찬해 주셨는데 왠지 쑥스럽고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내 칭찬도 아닌데 자식에 대한 칭찬이나 응원을 받으면 괜히 내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붕 뜨기도 한다. 또 이런 자리가 아니었으면 만약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자세히 들어보지 못했을 이야긴데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나눠주시고 부족한 부분보다 좋은 태도와 마음을 높여주시고 세워주시는 선생님의 배려에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후다닥 또 급히 일층 일 학년 교실로 가야 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큰 아이는 학교에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아서 급한 전달 사항이 생기면 가끔 하이톡을 이용해서 선생님과 소통하기에 그런 방식이 좀 방해되지 않았냐고 여쭤보니 오히려 전달사항을 이야기해 주고 선생님께서도 편하게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소통해 달라고 해주셔서 기분 좋게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둘째 아이 교실에선 일 학년 신입생답게 ppt 자료를 함께 보고 설명을 들었다. 일 학년답게 질문사항에서 학부모님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선생님께선 하나하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해주셨다. 작년에 '책 읽는 엄마'를 할 때, 일 학년 교실에서 뵌 적이 있는 같은 선생님이라 아이들 수업 전 책 읽기나 학습 분위기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우리 둘째 아이 담임선생님으로 만나니 더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도 둘째 아이에 대해 부족한 학습이나 수업 태도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했고 선생님께선 긍정적인 이야기와 칭찬으로 대답해 주셔서 안심도 되고 앞으로 더 잘 지켜보고 가정에서도 잘 지도해야겠단 다짐이 들었다.



두 아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순수하고 귀엽다, 아주 착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아, 총회 이야기를 쓴다며 결국은 (나만) 기분 좋은 자식자랑으로 끝난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ㅋㅋㅋ)


사실 부족한 부분을 들었어도 그런 부분을 듣고 같이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역시 귀한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집 안에서 혹은 바깥 놀이에서 나랑 있는 아이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우리 아이 모습은 참 다른 부분이 많다.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나누고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라면 (대부분 선생님들께선 긍정적인 부분을 높여주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한 번쯤 참여해 봐도 좋지 않을까.


꽃샘추위로 바람이 쌩쌩 차갑고 추워서 목도리에 장갑까지 둘둘 말고 갔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학교와도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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