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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Mar 03. 2023

하와이에서 길을 잃다 2

*사진은 부곡 하와이가 아니라 영주에 있는 야외 물놀이 수영장입니다*

하와이 바다


와와, 도착! 하와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야자나무는 여름인데도 시원해 보여요. 곳곳에 시원하게 뻗은 야자나무들과 커다란 숲에 둘러싸인 커다란 수영장, 어마어마하게 높은 미끄럼틀이 무지개 색깔 별로 한눈에 길게 이어져 내려왔어요. 여태껏 본 어떤 풍경보다 넓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가득해요.

-언니, 무지개다!

동생 이영이가 영영이 손을 잡아서 미끄럼틀을 가리켜요. 진짜 구름에서부터 내려오는 무지개처럼 미끄럼틀이 엄청 높이 떠 있어요.

-너희 저거 탈 수 있겠어? 아빠랑 이따 저거 같이 탈까? 아빠가 수영 엄청 잘하는 거 알지?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도 수영을 엄청 잘했대요. 

-엄마, 엄마, 여기 진짜 멋지다! 이렇게 멋진 데는 처음이야! 

영영 이는 하와이에 온 것도 신났지만 이렇게 파랗고 맑은 수영장에 가족 모두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어요.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여보, 얼른 탈의실 가서 내가 애들이랑 옷 갈아입고 나올게, 저기 저쪽 그늘 막에 당신은 아까 집에서 안에 수영복 입고 왔지? 그거 돗자리 깔고 자리 좀 잡고 있어. 그리고 저기 저 나무 앞에서 만나. 그늘로 된 데 시원한 데다 자리 잡아. 꼭! 김밥은 상하지 말아야 하는데.

-김밥 멀쩡해, 내가 차가운 물을 몇 통이나 얼려서 그 위, 아래에 뒀다고. 지금도 아주 얼음이 땡땡 합니다. 애들하고 천천히 나와. 짐은 나 주고. 


하와이 여행 출발 


예쁜 수영복을 입은 엄마랑 영영이, 이영이는 발걸음부터 가벼웠어요.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이런 데는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몰랐나 봐요. 

-빨리 가자, 엄마, 빨리빨리.

미끄럼틀부터 빨리 타야 한다고 손잡고 끄는 이영이를 달래느라 한참 진이 빠진 엄마는 이영이 손에 사탕을 하나 몰래 쥐어주고 먼저 김밥을 먹어야 한다고 꼬드겼어요.

꼬르륵.

사실 아까부터 너무 먼 길을 걸어온 탓에 배도 고파요. 

보온병에 따뜻하게 계란 국물까지 챙겨서 넣어 온 엄마 덕에 체하지 않고 꼭꼭 김밥을 씹어 먹었어요. 밖에서 먹는 김밥은 전부 다 꿀맛이에요. 다 먹은 후엔 엄마가 예쁘게 담아 온 포도랑 아삭아삭 귀여운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도 먹었고요. 밥을 먹으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사람들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전부 어디서 온 걸까요? 온 주위가 빼곡하게 나무들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요. 아빠가 그래도 시원한 그늘이 있는 큰 나무 쪽에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영영이네 가족들은 점심을 먹고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 아래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해요. 이영이는 잠도 스르륵 오는 것 같아요. 

-당신이 그럼 영영이 데리고 여기 한 바퀴 돌아요. 영영이 튜브 잘 챙기고. 

-어어, 그러지 뭐. 그럼 이영인 이제 배 부르고 좀 졸리는 것 같은데 당신이 잘 챙겨.

-여보, 여기 사람 진짜 많아, 이런 데서 애 잃어버리기 십상이야. 이런 데서 애 잃어버리면 그건 백 프로 부모 탓이잖아.


미아보호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장지호 어린이, 6살, 별가람 유치원 장지호 어린이가 현재 미아보호소에 있습니다. 아빠 이름은……


부곡 하와이에선 싱그러운 하와이 음악 대신 미아보호소란 곳에서 나오는 방송이 쉬지 않고 나왔어요. 거긴 아이를 잃어버리면 잠시 보호해 주는 곳이래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갈 것 같기도 해요. 영영이는 참 무서운 방송이라고 생각하며 아빠 손을 더 세게 꽉 쥐었습니다. 

-영영아, 만약 저 방송에 나오는 미아보호소 있잖아. 저기 가서는 무조건 네가 사는 동네, 이름, 전화번호 이걸 다 말해야 한다. 알지? 기억하고 있지? 영이 네가 다니는 유치원 이름도.

-응응, 그럼! 꼬마별 유치원 병아리 반이야! 

영영이는 대답하며 뒤를 돌아봤어요. 엄마는 엄마 다리를 베고 잠든 이영이에게 커다란 부채로 바람을 살랑살랑 부쳐주고 있었어요. 이따 이영이랑도 재미있게 놀아야지, 저기 오리 모양 분수 앞에서 내가 이영이 튜브도 태워 줄 거야, 속으로 작은 다짐도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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