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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Aug 30. 2023

 글로 코칭

강점 에세이 쓰기 3주간의 여정을 마치며 with  이너조이

늘 나에 대해 궁금했다. 기억은 어렴풋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항상 말랑 푹신한 한쪽 허벅지를 내어주며 귀를 파주었는데 아래로 깔린 손 말고 반대편 손으론 내 귀를 딱 붙잡고 있어야 했다. 지금처럼 핀셋에 불빛 달린 기계도 없었을 때라 늘 내 손으로 귀를 끝까지 당기면 엄마는 내 속을 환하게 보시곤 귓밥이 엄청 많네, 많아, 하면서 요정이 쓸 법한 작고 긴 티스푼 모양의 귀이개로 꼼꼼하게 귀지를 파주셨다. 그 시간이 좋았다. 내가 볼 수도 없는 귀지까지 말끔하게 파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았다. 때론 너무 깊숙하게 귀이개가 나를 찔러서 고막까지 닿을 것 같은 통증에 난리를 치기도 했다.


'아아, 아프다고, 좀 그만 좀 해! 귀 후비개가 끝까지 닿아서 고막에 피 날 것 같아!' 했지만 사실은 그래놓고도 또다시 엄마 허벅지에 척하고 눕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귀 파는 시간.

귀지를 파다가 소르르 잠든 기억도 좋았고, 늘 해가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도란도란 엄마랑 밀착되고 가까이 붙어있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또 내 속의 먼지와 엉킨 찌꺼기들이 하나씩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은근히 즐겼던 것 같다, 나는. 


나는 그런 걸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네. 너무 깊숙이 찌르고 들여다보면 아픈 것 같지만 사실 나를 알고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고 내가 궁금했다. 지독한 중2병을 앓았던 십 대 사춘기 시절에도, 노는 걸 좋아했던 20대 때도, 늘...  


서른 살 무렵부터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조금 더 많아졌고 형태가 변했다. 내 마음을 일기장에 담거나 친구와 신랑에게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결혼후보다 출산 후에 훨씬 더 강하게 이런 질문을 자주 했다.


나는 지금 왜 화를 내고 있지? (이 때도 감정 주체가 잘 안 된 모양이다)

지금 내 감정은 어떤 거지?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지?

나는 뭘 할 때 가장 즐거운 걸까? 


귀지를 파는 것처럼 내 속을 꺼낸다는 게 결코 즐겁기만 한 경험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때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잘못 들어간 귀이개처럼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고, 아프고, 이 정도밖에 안 된 게 나라니,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엉엉 운 적도 많다. 그래도 그 결과가 나를 찾아 헤맸던 그 여정이, 나에겐 후련하고 좋고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지금도 나에 대해 할 말이 많고 

그냥 내가 좋다.







이너조이님이 진행한 글쓰기 -

[시즌 14 글로 코칭 강점에세이 쓰기]에 참여했다. 


프롤. 자기 탐구의 동기, 마음, 시작 ★
강점에세이 - 1. 고유성
강점에세이 - 2. 경험자원
강점에세이 - 3. 벽
에필. 사람과 일을 향해 나아감 (코칭 후기) ★


나를 포함해 6명이 참여했고 첫 시작과 마지막에 한 번씩 줌으로 이너조이님께서 가이드와 코칭을 해주셨다. 앞서 함께 한 '에니어그램 코칭'이 정말 좋았기에 더 깊이 있게 내면을 탐구해 보자 생각하고 선뜻했으나 세 가지 주제는 나에게 즐거우면서도 버거웠다. 왜냐?


▶ 너무 할 말이 많아 끝이 나질 않아서. ㅋㅋㅋㅋ  재밌고 즐거운데 끝은 나질 않아 끝내기 싫어서 아쉬웠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나는 이런 글을 쓴 것도 처음이라 한 챕터씩 다시 따로따로 좀 더 세밀하게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자꾸 생겼다. 

Note. 세상에, 이렇게나 길게 쓰고? 뭘 또 쓰냐, 할 수도 있지만 실패 경험 같은 건 대강 떠오르는 사건만도 몇 개가 되는데 따로 모아놓아도 어마어마한 글감인데, 나에겐. ㅎㅎㅎ


이너조이님께선 체계적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들도 꼼꼼하고 세밀하게 가이드해 주셨는데 글 쓰는 과정은 즐겁고 쉬웠지만 역시나 주요 맞춤법 띄어쓰기, 오탈자만 체크하는 나에게 다시 꺼내서 내 글을 보고 또 보는 건 버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점 에세이를 쓰면서 이 과정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좀 더 촘촘하게 살피고 발견하고, 더 쓰고 싶은 부분이 나온다면 언제든 움직여 보는 건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고.



[나]는 언제나 신기한 글감이라고 하며 

앞으로도 계속 자기 탐구형 에세이를 권해주는 이너조이님. 


매년 쓰고 있는데 매년 새로운 걸 쓰고 있는 이너조이님이야 말로 좋은 코치가 아닐까. 눈으로만 쓱 읽고 말로만 코칭해 주는 게 아닌, 코치님은 우리와 함께 글을 쓰고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열어서 한껏 보여주고 자기 글을 한낱 예시라고 했지만 누구보다 진솔하게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있었다.


아앗, 나도 발견했다. 이너조이님의 강점 

쑥스러워할지도 모르지만, 이너조이님이 나의 강점을 착착 정리해 주신 것처럼  나도 이너조이님에 대해 몇 자 적어봐야겠다.(아, 즐거워라~)



이너조이님은 자신도 매년 강점 에세이 쓰기에 참여하고 탐구형 글쓰기, 회고 글쓰기를 해마다  척척 정리해 오셨다. 오랜 시간 꾸준히 글쓰기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경험만큼 좋은 게 있을까?)

3주간 주는 친절한 가이드는 이너조이님의 색깔이 분명하다.

내가 필사 모임에 참여했을 때 첫날 첫 가이드 글에도 벌써 눈물이 번질 만큼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 적이 있었다. 아, 이분은 단단하고 오랫동안 읽고 탐구하고 글 쓰기를 갈망하신 분이구나. 필사모임에서 마저 자신의 필사를 공개하며 늘 동참해 주신 리더.

누가 너의 좋은 리더, 선생님이냐고 묻는다면 이너조이님처럼 같이 달려주고 넘어져보고 멀리 갔지만 자기도 거기에서 계속 뛰어주는 사람이라고 답하고 싶다.



코칭 대화는 담백했지만 산만한 내 화법에도 늘 중심으로 돌아왔으며 여러 차례 내 마음을 구석구석 살펴주고 끝까지 봐주었기에 나도 몰랐던 놓쳤던 내 부분을 대화하며 발견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약점 벽, 한계 중 하나가 끈기가 없고 첫 시작만 반짝한다는 건데 실제로 폭발하듯 글이 터진 이 일 년간 10년 동안 멈추고 안 썼던 나의 글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글감도 많고 해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그만큼 많았다. 그러나 마음 한쪽엔 '언젠가 다 싫증 나서 놔 버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도사리고 있었다. 흥미가 떨어지면 싫증도 과감하게 빠르게 놓아버리는 편이라. 이런 마음을 한 겹 씩 꺼내다 보니, 

-아, 이렇게 폭발할 때 뭔가 기반을 다지고 이런 루틴으로 훈련을 해놓고 바짝 해놓은 걸로 반짝해서 꾸준히 하면 되겠네요, 하는 생각이 파바바바박 (쏟아내고 마음껏 쓴 초반의 글들로 차고 넘치게 쌓아가고 싶다는, 대충 이런 바람)

Note.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웃기다. 말로는 엄청 간단하고 조화로운 작업 같은데. ㅋㅋㅋㅋ )
내 생각에 맞장구치고 웃어주던 이너조이님, 감사합니다. 


나 말고도 나를 이렇게 가만히, 촘촘하게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고 든든한 경험이다. 


함께 '라이프 코칭'을 받으며 맺게 된 작은 인연이 글쓰기 모임으로, 독서 모임으로 더 쫀쫀한 연결을 이어 가고 있다. 멀리서나마 날 응원하겠다고 한 첫 손글씨 편지가 누구보다 든든하게 가까이에서 나를 세워주고 웃게 만드는 크고 귀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와 닮은 듯 다른 듯 잔잔하고 요동치지 않는 단단함과 강인함을 가진 이너조이님과의 코칭은 나에게 행복한 여름을 선물해 줬다. 3주 차 벽을 쓸 때는 내면에 쉽게 자주 넘어지는 나를 다시 또 바라봐야 한다는 게 괴롭고 싫었지만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됐는가,라는 자괴감이 아닌 한계와 두려움, 불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아간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애정해 주고 지지해 줬던 가족들, 식구들, 든든한 친구들의 모습이, 내가 좋아한 책과 영화가, 기도하려고 모은 두 손이 떠올랐다. 


내가 자기애가 높았던 것도 실은 누군가 나를 백 프로 충족시킬 만큼 사랑을 주지 못할 만큼 나는 어딘가 결핍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냥 나라도 마음껏 나를 사랑해 주고 껴안아줘야지, 나한테 있는 대로 다 솔직해져서 나는 나를 똑바로 봐야지, 두려워도 불안해도 나한테 만큼은 숨기지 말아야지 결심했던 날들이 쌓여갔다. 이제 그 생각은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난 특별해 딱 너만큼
넌 소중해 딱 나만큼



어느 시인이 강연에서 한 말인데 올여름, 강점 코칭을 받으면서 나의 마음이, 세상을 향한 눈이 이렇게 열리면 좋겠다고 소망했는데 맞아, 세상의 주인공은 나지! 그리고 네 세상의 주인공도 너야!로 또 바뀌는 과정이 있음을 알았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강점 에세이 코칭' 특별한 이너조이님과의 코칭을 권해드리고 싶다. 








나를 발견한다는 건 내적 기쁨을 누리는 일 : 언제나 정성스러운 이미지와 글로 나를 반겨준 이너조이님




나를 설명하는 아홉 개 단어 중 내가 뽑은 넘버 파이브! 주저함 없이 뽑았어요, 바로!!





갑자기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서, 서순라 길 솔방울 베이커리에서  



P.S. 이너조이님, 가장 추운 날 겨울에 종묘까지 헤매며 걸었던 저를 솔방울 베이커리에서 기다려주셨죠. 함께한 우리 선재와도 헤어질 때 한 번 포옹해 주고. 눈을 빛내며 제 글을 재밌게 읽었다고 한 그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꺼내면 꺼낼수록 어떤 상처는 뼈와 혈관과 맞닿아 있어서 잘못하면 터지기도 한다는데 전 그럼에도 자꾸 이야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이야기가 많은 사람,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게 바로 저라고 이야기해 줘서 감사해요. 행복했던 우리의 삼주도 잊지 않을게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앤나우 N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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