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나우 Oct 01. 2024

조회수와 라이킷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

모 있는 글쓰기


줄여서 몹쓸 


원래 단어 뜻만 놓고 본다면 악독하고 고약하고 하찮아 보인다. 부끄럽지만 글쓰기로 마음먹기까지 나에겐 글쓰기가 그렇게 느껴진 순간도 있었다. 물론 나에게 '글'이라는 건 유일한 안식처가 되고 기쁨이자 다정한 벗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뛸 듯이 기뻐서 뭐라도 차근차근 매일 글을 써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는데, 먼데이 마더스를 하면서 매거진도 처음 써보고 한 달에 한 번 내 이야기를 할 공간이 생겨서 숨통이 트인 순간도 분명 있었는데 글을 쓰고도 공유할 공간이 없어서 맞춤법 검사조차 되지 않은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주욱 와다다다 글을 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쓰지 않을 때 글은 마치 '몹쓸'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속이 체한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명치에 들어앉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넘쳐나는 글감들과 날마다 번뜩이는 일상들이 '제발 좀 써줘~'아우성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걸 붙잡아 기록해놓지 않으면 다시 뜬 구름이 되어 날아가는 기분이 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미루면 미룰수록 글쓰기와 동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카메라에 차곡차곡 저장된 사진처럼 머릿속과 마음속에 날마다의 나를 붙잡고 만나는 건 글쓰기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년간 멈춰 있던 브런치를 다시 꺼내어 먼지도 훌훌 털어내고 더듬더듬 오랜만에 피아노 치듯 자판을 두드리기까지 나는, 용기가 좀 필요했던 것 같다. 1년 전에 별로 큰 일은 아니었지만 큰 아이가 독감과 수족구가 동시에 걸리고 나와 신랑이 번갈아서 아팠다. 끙끙 앓았던 2, 3주 됐던 시간이 건강을 온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두 달간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억울하고 암울했다. 겨울방학을 통째로 날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글을 쓸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무너지고 가라앉은 내 마음을 꺼내기 싫었던 거다. 완벽한 나는 아니지만 회복되면 이때 감정을 차분하게 써야지 착각하고 있었다. 아프고 무너져 내렸을 때 내 마음도 그냥 나였는데 말이다.


착실하게 차곡차곡 좋은 습관을 쌓기까진 노력과 다짐이 중요하지만 원래의 원점으로 돌아가기까진 아무런 다짐도 필요 없다는 걸 제대로 배웠다. 뒹굴거리고 틈만 나면 쉬고 언제나 노트북은 한 번 켜면 아무것도 못해, 외면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놓기 싫어 나는 시작한 지 얼만 안된 인스타에 일기처럼 기록을 가끔 남겼는데 그것마저 일기처럼 긴 글이 됐다. 사진 위주로, 재밌는 영상 위주로 글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에라도 주저리주저리 뭔가를 끊임없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땐 스스로 애처로웠다. 언젠가 글감으로 쓰기 위해서 그나마 순간을 붙잡아놓기 위해 간략하게 쓰는 거야, 했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안 쓰는 날조차 글 쓰는 나를 상상하고 글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좀 쓰지!!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이상하다. 어떤 이상한 고집과 관념이 벽처럼 나를 막았는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아직도 찾는 중이다.)


스스로 쓸 힘을 기르고 키우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는 잘 못하는 나이기에 뭔가 시작이 어려운 나에게 연희가 몹쓸 글쓰기 모집 소식을 알려줬다. 연희와 나눴던 라이프 코칭 시간을 통해 여전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글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꾸준히 나아가는 삶'이란 걸 깨달았다.







몹쓸 글쓰기 7기 
쓸모 있는 글쓰기
쓸게 많은 글쓰기




알레님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글쓰기에 앞서 짧은 OT시간도 가졌다. 완벽주의가 아닌 완료주의의 마음으로 글을 쓰자고 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또 완벽해지고픈 마음이 나에게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임은 분명해 보였다. 퇴고는 이후에 계속할 수 있으니 일단 쓰고 맺음을 마무리하고 공유해 보자고. 글자수도 35자 이상이라니,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해서 써야겠네, 부담을 줄이고 늘 숙제를 성실하게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내 심리를 끌어올려 한 달간 재밌게 써보자 결심했다. 



솔직한 자기표현 

꾸준한 습관형성

따뜻한 소속감과 커뮤니티

내석 성장과 성찰

스토리 브랜딩 

글로 수익까지 창출한다면 '벌' 라프 실현하기 *글로벌 라이프! 



분량도 상관없고 어디에 글을 인증해도 전부 상관없다는 글쓰기 모임. 정말 "쓰고 완성하는 한 편"이 소중한 곳이구나, 나도 거창한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 한 편만, 일단 써보자! 그래, 매일의 루틴을 잡아 하나씩 써봐야지!



1) 글쓰기 안전지대를 만들고

2) 느슨한 연결로

3) 호흡하는 글쓰기를 이어가는 삶



OT가 재밌어서 메모까지 하며 열심히 들었다. 여기 근데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았다. 글 한 편을 인증하면 되는데 갑자기 삘 받으셨는지 막 3편, 4편씩 그것도 엄청난 분량으로 글을 쓰시는 분부터(조아님, 이분의 열정과 끈기는 새벽 달리기부터! 와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아침마다 글감과 카드레터를 배달해 주면서 글쓰기를 독려해 주는 다정한 글향님, 담담하게 일상을 담아내는 네오님, 내 글에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주신 수풀림님. 내 글에 달아주는 인상적인 댓글 덕분에 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그리고 쓸모 있는 글쓰기를 이끌고 아우르는 알레님. (영국에 사시는 두 분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아...! 나는 함께 달리고 걸으면서 같이 글을 쓸 사람들을 찾았고 기다렸던 거구나, 

자발적으로 아무 대가 없이 날마다 글을 쓰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언제나 자극이 됐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크고 작은 영감을 주고 움직이게 하고 주저 없이 노트북 앞에 앉게 하고 시간에 쫓겨서 후다닥 먼저 발행을 누르게 하는 힘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 조회수가 2000이 넘는 글도 라이킷이 30이 넘는 글도 만나게 됐다. 숫자가 중요한 건 전혀 아니지만 나는 내 조회수를 보는 기능을 알게 된 것도 얼마 안 된다. 알람이 떠서 알게 됐다. 편안한 마음으로 남편이 코로나 걸렸을 때 열심히 식판에 밥을 해준 이야기와 나만의 설거지 이야기가 유독 반응이 좋은 게 신기했다. 뭔가 힘을 주고 쓰진 않아도 이런 글이 스스로 써넣고 우와, 한 글엔 전혀 반응이 없고 그냥 먹고, 설거지하는 글, 달리기를 하는 이유 같은 날마다 일상에 한 번씩 관심 갖고 읽어줬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나는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보단 '라이킷'이란 말 자체에 좀 더 기분이 좋고 힘이 솟아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친한 친구들도 라이킷은 건너뛰고 정성스러운 답글을 달아주는 걸 보고 아, 사람마다 표현의 방식도 응답의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재밌고 인상적인 글에 하트를 꾹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는 걸 즐거워하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자꾸 날 대입하게 된다. 자식이 잘생기고 귀엽다고 하면 내 칭찬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만 "아이쿠,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게 되는 것처럼 내 글에 눌러주는 라이킷이 마치 나를 "좋아해요!" 하는 응원 같아서 기분이 좋다. 

함께 달린 지 한 달이 채워지는 몹쓸 글쓰기! 이제 곧 8기를 모집한다. 다시 운동화 끈을 묶고 기꺼이 나갈 준비가 됐다. 저마다의 속도를 다르고 운동복이 달라도 상관없다. 느슨하게 연결된 커뮤니티라고 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응원과 감동을 너무 많이 받았기에.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쿠키 한입의 인생수업 /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책 읽는 곰 2008.1.21




희경이가 선재가 태어나던 해에 선물해 준 그림책. 쿠키 하나에 모든 인생을 담았다.



만족스럽다는 건, 너랑 나랑 둘이서 쿠키 하나씩 들고 계단에 앉아만 있어도 좋은 거야.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 그림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부분을 읽기 위해 언제나 첫 장부터 다시 차근차근 책장을 넘겼다.  




글을 쓴다는 건, 너랑 나랑 둘이서 쿠키 하나씩 들고 계단에 앉아만 있어도 좋은 거야.




언젠가 이렇게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미 그런 날이 나에게 와버린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몹쓸 #몹시쓸모있는글쓰기 #소중한글쓰기 #글메이트

작가의 이전글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