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산다

by 한천군작가

비가 내리면

붉은 보도블록이 사랑을 한다

분주히 움직이는 인영의 숨소리

비를 피해 도망하는 발자국들

그사이로 밟히다 숨 돌이키는

틈새 풀 한 포기를 사랑한다


바람이 불면

익어 고개 숙인 갈대가 사랑을 한다

호흡이 멈춘 듯 조용한 산자락

눕지 못하는 나무의 밑동을

조용히 잡고 있는 대지에

갈대는 고개 숙여 입 맞춘다


사랑하며 산다

해를 따라 걷는 해바라기,

낚시 찌 눈 높이 고추잠자리,

달빛으로 고개 드는 달맞이꽃

모두가 사랑으로 산다

나는 사랑하며 산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 보다.

나지막이 내려 앉은 저녁 노을 아래 세상은 아름답다.

우리네 사랑도 그렇게 아름답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 아름다움을 우리는 늘 시간이 지나고서야 추억하며 아름다워한다,

인생이 추억이 전부인양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속에 살던 사람이 추억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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