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
붕어
방 언 : 참 붕어, 쌀붕어, 감잎, 전차표, 깻잎, 토종붕어
학 명 : Carassius 또는 Carassius carassius
영 명 : Crusian carp
온수성 담수어로써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댐, 호소, 늪에 널리 분포한다.
플랭크톤이 많아 물빛이 흐린 곳을 좋아한다. 수온이 오르는 4-6월에 수초대에 산란을 하는데,
암컷이 산란한 자리에 수컷이 정액을 뿌려 체외수정을 한다.
20도씨의 수온에 3-4일이면 부화, 1년이면 5-6센티미터 정도 자라며,
3년이면 산란이 가능한 성어가 되고 5-6년이면 월척이 된다.
최대 50-60센티미터급까지 자라며 국내 최대 기록은 64센티미터였다.
수초대를 낀 감탕뻘, 진흙바닥 등을 포인트로 낚시가 이루어지며, 대낚시와 릴낚시가 행해지며
낚싯대는 1.5칸대(2.7m)~3.5칸(6.3m) 대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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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아직은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기분이 드는 시간.
자리를 잡기 전에 라면이라도 하나 먹을 요량으로 근처 구멍가게를 들렀다.
예전에도 한번은 와 본 듯한 곳이라 낯설지가 안았다..
타고 온 차를 마당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설 때엔 벌써 시끌 시끌하다. 먼저 온 꾼 들로 자리가 없을 지경 이였으니 말이다.
" 어서 오세요 "
" 식사될까요? "
여주인의 걸쭉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듣기 싫은 정도는 아니었다.
" 그럼요 우선 여기 앉으세요 "
목소리와는 다른 친절함이 몸에 베인 여주인은 의자를 꺼내어 남자에게 전해 주고는 끓고 있는 찌개에 불을 낮추고 능숙한 손 놀림으로 파를 썰었다.
이리 저리 둘러 보다 메뉴를 보고는 매운탕으로 이른 아침을 정할 즈음에 여주인은 어제 온 듯한 꾼 들을 깨우고 있었다.
" 다섯 시가 넘었어요. 어여들 일어들 나세요."
늘 꾼 들은 그랬다.
어머니께서 깨우듯 시간만 말을 해도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게 꾼 들이니 말이다.
불을 켜지 않은 방안에 두 명의 검은 그림자가 일어나고 연이어 여주인은 형광등 스위치를 올리며 방안을 보았고, 방안은 두 그림자가 옷도 입은 체 잠이 들었는지 입은 그대로 잠이 모자란 듯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나 방을 나온다.
" 춥지 않았어요? 봄인데도 아직은 밤 공기가 차가워서... 이그 이번 주말엔 무슨 일이 있어도 보일러를 고쳐야지..원....어여 씻구 나와요 찌개 끓여 놨으니깐.."
대답 대신 남자들은 가방에서 수건과 세면 도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잠이 들 깬 듯한 두 남자에게 상민이 한마디 던진다.
" 어제는 입질을 좀 하던가요? "
" 아~함~ 밸로 였어예. 요새는 봄에 월척을 낚기란 꿈 아입니까. 춘몽... 하하하"
" 그래요 "
경상도 특유의 억센 발음이 듣기 좋았다.
여주인도 뭔가를 말하려 하며 상민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고는 한마디 던진다.
" 잡는 사람은 잡고, 못 잡는 사람은 못 잡고 뭐 초 봄 낚시가 다 그렇잖아요"
그렇다.
그래서 낚시에 빠지는 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많이 잡으면 싫증이 날게다.
그런데 잡히는 날과 안 잡히는 날 이 있으니 - 하긴 붕어를 만나는 것도 어쩌면 꾼들의 운수가 아닌가 하며 여주인을 한번 본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장사를 - 밥 팔고 좌대 빌려주는 저기 여주인은 아무래도 잘 잡히길 바랄지도 모른다 - 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 되지 않은가.
매운탕을 기다리며 상민은 오늘 날씨를 점치기라도 하듯 창 밖을 보고 또 여기로 올 때의 밤하늘을 떠 올려 본다.
그 하늘엔 별이 참 많이도 있었으니 필시 오늘은 좋은 날씨가 되지 않을까 하며 이곳에 모인 꾼 들의 얼굴을 살핀다.
꾼 들의 얼굴은 언제 봐도 낯설지가 않다.
모두가 비슷비슷하니 말이다.
" 혼자 왔십니까?"
" 네..."
" 아이고 혼자가 마 장땡 아입니까. 누가 옆에서 찝짝대도 안 하고 얼매나 좋노. 그렇다고 개기가 안 잡힌 다꼬 가자 카는 사람도 엄고 얼매나 좋은교.."
" 하하하 두 분은 어제 오셨어요?"
" 예.. 어제 와가꼬는 머 잡은거도 엄꼬 그라이 머 술만 묵었지예... 진짜 가간이었어예 어제는.."
" 왜요 입질이 시원찮았어요?"
" 아이고 입질이 머입니까.. 그놈에 바람 때문에 다 조짔다 아입니까.."
" 하하하 바람이요 "
" 예.. 말도 마이소...바람이 얼매나 미친 짓을 하는지 마... 돌아 삐는지 알았심더.. 갤국에는 머 할 짓이 엄슨께 술판이 벌어졌지예.."
초록색의 조끼를 입은 남자가 상민에게 관심을 모이며 한마디 던진다.
" 형씨는 어데서 왔는교? 표준말을 하는 거 보이까네 서울서 왔는가베.."
" 네에 서울서 왔습니다."
" 아이고 억수로 멀리도 왔네.."
" 네에 낚시가 좋아서, 아니 붕어 얼굴을 안 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오다 보니 여기 까지 왔네요 하하하 "
낯선 사람과 어색한 대화를 싫어했는데 그리고 잘 하지도 않았는데 낚시를 다니고부터는 자신도 놀라게 변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을 먹고는 좌대에 올랐다.
이곳에 오면 항상 오르는 좌대를 찾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