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붕어

낚시소설 붕어 - 기억 2

by 한천군작가

상민의 뒤를 따라 그들도 동행을 했다.

그런데 좀 전부터 두 남자는 연신 주절대고 있었다.

경상도 특유의 빠른 말투와 억센 톤으로 둘이 싸우는 것 같이 대화를 하며 좌대에 올랐다.

어디 저수지에선 얼마짜리를, 또 어디 저수지에선 어떤 고기를 낚았다는 이야길 하고 있었다. 별 신경을 안 쓰고 낚시 가방을 열고 낚싯대를 펼치기 시작하는데 아까의 초록색 조끼의 남자가 또 뭔가를 물어 온다,

" 형씨 안동호에는 가 봤능교? 내가 작년에 안동호에서 마 90cm짜리로다 한 마리 올렸다 아입니까..잉어로 말임다. 카아 그놈아 힘 직이데... "

" 네에 그러셨어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였는데도 그 남자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 와 90Cm가 말이 90Cm 지 마 미치겠데요. 내는 낚싯대 뿌아 지는줄 알았다 아입니까..하하하 그때의 그 찌 올림만 생각 하모 아직도 가심이 띤다 아임니꺼..'

" 이 놈아야 또 그 얘기 하나... 내는 이제 니 얘기 들으모 귀가 아프다 아이가 고마해라 좀.."

" 이기 미친나. 와 니가 몬 잡은 거로 내가 잡아서 배 아프나 솔직히 니 보다는 내가 한 수 위 아이가..하하하 니도 인정을 해야지 인정할 거는.. 하하하"

어느 낚시터를 가든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다.

어디를 가든 월척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으니 그리고 꾼 들의 소원이 바로 월척이니 더 할게다. 그리고 꾼 들의 이야기는 반만 믿으라고 하지 않은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다시 낚싯대를 펼치고 미끼를 끼워 던진다.

아직도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그 남자는 계속 주절 대고 있다.

" 우와 그때 니도 안 봤나 찌가 우짜데? 아이고 미치겠네... 그때 찌가 이리 안하더나."

마치 그때를 연상하게 하려는 듯이 한 속에 찌를 들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바바라 좀 찌가 이리 안 하더나. 찌가 수면 위로 천천히 올라 와서는 발랑 안 눕더나. 우와 그때 그렇게 자빠지는 찌를 니도 밨다 아이가.... 진짜 그때는 미치겠데... 그라고 한참을 씨름 안 했나 쩝 어제는 좋은 꿈도 몬 꿌는데 그런 놈을 또 만나겠나...'

그러면서 그 남자도 담배를 피워 물었고 이번엔 초록색 조끼의 남자가 한마디 거들었다.

" 아이고 이 빙신 ..니 그때 내가 쪽대 안 들이 댔시모 니가 그 놈을 우찌 잡노. 다 행님의 빠른 몸 놀림 덕인 줄 알아야지 지만 잘 났다카네....이제라도 안 늦었다 행님 고맙심다 함 해봐라."

" 하하하 두 분 진짜 그러다 쌈 나겠네요. 저도 월척이 꿈 아닙니까. 하긴 꾼 치고 월척 안놀이는 사람이 없지만요."

그러고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남자 중 말이 유난히도 많았던 남자의 찌가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뭔가 좀 큰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남자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순간 우리 셋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 남자의 찌를 보고 있었다.

과연 어떤 놈이 올라올지 궁금해하며 그 남자의 찌만 보고 있었다.

물안개가 채 가시기도 전의 수면 위를 천천히 솟아 오르는 찌의 몸놀림이야 말로 환상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그 남자의 손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낚싯대를 채 올렸다.

묵직

순간 남자는 어깨가 결려올 정도로 힘이 좋은 녀석이구나 하고는 다른 한 손을 낚싯대에 가져다 둔다.

" 아이고 이기 머꼬... 또 누구 미치는 거 볼라 카는갑다..."

웃음이 입안 가득한 남자는 옆에서 바라만 보는 일행에게 어슥대면서 말을 했고 초록색 조끼의 남자는 자기 자신이 낚아 올리는 것 같이 들뜬 맘으로 탄호성을 지른다.

" 하하하 니 또 미친는갑다...벌써 올해 만 몇 번째고....아이고 이 문디야 왼쪽으로 좀더 들어 올리라..머하노...그리 힘이 없나.."

" 저거 완전히 역적 아이가 ...이 반피같은 놈아 니가 함 해봐라. 이놈아가 얼매나 힘이 쎈지 내 어깨가 다 아프거마 머라카노.."

" 그래 인자 오른쪽으로.....아이다 아이다 그기 아이다..."

" 됐다 고마 씨부리라...내는 뭐 몰라서 이카는줄 아나.."

" 아이고 저 문디.."

한참을 둘이서 옥신 각신을 하다가 초록색 조끼를 입은 남자가 쪽대를 가져다 대고는 그 힘센 황소 같은 놈을 건져 올렸다.

역시 대단한 놈 이였다.

황금빛 그 자체였다.

또 크기는 대략 눈짐작으로 봐도 4짜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 아이 문디야 머 보고 있노...자부터 가지고 않오고.."

" 알았다 저놈아 또 낼로 저거 집 머슴 부리듯 할라카네.."

계측한 결과 틀림없는 42Cm였다.

" 축하 합니다"

" 뭘예 다 운이다 아입니까..하하하"

" 운은요 옆에서 다 보고 있었는데요...실력이 대단 하시던걸요..하하하"

" 아이고 실력은 무슨 얼어죽을 실력인교 소 뒤걸음 치다 쥐 밟은긴데...저 놈아는 한번씩 저래 미친다 아입니까..하하하"

누가 잡든 월척은 기분이 좋은 거 였다.

어느 저수지를 가든 월척이 나오면 순간 모두 긴장을 하고 또 얼마나 큰놈인지 모두 모여 보곤 하는 것이 꾼 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그리고 월척을 낚으면 내가 잡지 않아도 신이 나는게 또 꾼 이 아닌가.

또 한 개의 담배가 다 타들어 간다.

상민의 낚싯대에서는 잔챙이 몇 수 외엔 아직도 찌가 꼼짝을 않고 있다.

그러기를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오후의 햇빛이 따가워 좌대의 세 남자는 모두 그늘에 누워 잠시 눈을 붇히기로 했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언제 봐도 정겨웠다.

그렇게 바라보는 하늘은 아련한기만한 첫 출조때가 떠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그때가 아마 중학교때 일거라 생각이 든다.

1월 어느날 이였던걸로 상민은 기억 한다.

저녁을 먹고 뒷집 선배인 오성환 선배와 친구인 부정국 이와 함께 밤 낚시를 가게 된 것이 처음 가 본 낚시 였다.

그전에는 한번도 그런걸 꿈도 않 꾸고 살았다. 왜 낚시를 할까 하는 생각만 가진체...

매거진의 이전글낚시소설 붕어-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