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사에서

by 한천군작가

조용함에 젖어드는 잎새들
흰 구름 물러나고
동자승의 절음 사이로
빗물이 토박 토박 걸어간다

통통 튀기는 빗방울이
장독대를 두근거리게 만들고
안개는 산을 보듬는데
산사는 여전히 품안에 있구나

안개를 쓸고 계시는지
먹장구름을 쓸고 계시는지
스님의 비질에는
산사의 겨울이 쓸리고 있다



겨울 산사는 겨울이 아닌 봄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한 발작에 겨울을 털어내고 한 발작에 겨울바람을 털어내는 무겁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그래서 겨울 산사는 정겨운가 보다.

비록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과 흐느낀 듯 내리는 눈이 있을지언정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땔감의 열정으로 그렇게 깊어가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그 속에서 시작을 찾고 또 끝이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니 산사는 참 좋은 휴식처일 것이다.

삶이란 기억할 수 있는 기억과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사이에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내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이 풍부해져 가는 이치와 같이 그렇게 그 자리에서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산사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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