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의 비행을 시작한다.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매일 매일 나에게 묻고 또 돌아갈 수 있어 라고 내게 답을 하며 3년을 그렇게 지내면서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도 나는 작은 슬픔을 가슴에 담고 또 새로운 기대감으로 대기권에 가까워지는 듯 한 느낌의 창밖을 보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리안을 떠 올리기도 한다.
마리안을 떠 올리면 나는 나도 모르게 한줄기 눈물을 훔치고 있고 그리움에 사진을 꺼내보지만 쉬 진정되지 않는 가슴이 무언가 차올라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여전히 겨울이다.
처음도 겨울이었는데 돌아가는 지금도 겨울이다.
차디찬 바람이 기체를 스치는데 마치 내 살결을 긁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은 아마도 내 마음을 오타와에 두고 와서가 아닐까.
불행이라는 것은 소리 없이 다가왔고 그 길고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포기를 하기도 하였는데 마지막 포기를 위해 나는 결심을 하였었다.
“그래 이 정도면 많이 한 거야. 아니 난 충분히 나 자신에게 헌신적인 치료를 한 거야. 그런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 이제 그만하자.”
그렇게 나 자신을 포기하려 할 즈음 내 앞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사람.
나 보다 더 힘든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늘 내 앞에서 웃어준 사람.
그 사람으로 나는 포기라는 것을 내려두고 다시 무거운 생이라는 짐을 짊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난 무엇을 위해 내 삶을 다시 시작하였는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두 번째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차츰 의문스러워진다.
첫 번째 기내식이 나왔지만 먹지를 못했다.
아니 먹기를 거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호흡기를 착용하고 긴 잠에 빠진다.
마치 이건 꿈이야 그러니 어서 깨어나야 해하는 식으로 현실을 거부하며 나는 다시 마리안을 만나러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있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시계를 들여다보지만 가늠을 하지 못하고 물 한잔을 청하고는 호흡기를 내려놓았다.
아직도 내 몸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아니 살아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제 서너 시간 후면 인천에 도착을 할 것이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짧았던 오타와에서의 생활을 잊고 살아가겠지.
그러면 내 기억들도 점점 옅은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내 시야처럼 점점 흐려지겠지.
그러면 안되는데. 7살 마리안에게 너무 미안해지는데 하며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내 작은 신부 마리안 난 너를 절대 잊지 않을게 널 영원히 내 가슴에 간직하고 널 그리워할게 내가 너에게 한 마지막 약속인 널 잊지 않을 게를 자꾸만 다짐하듯 그렇게 뇌리에 비문을 새기듯 굵은 생채기를 내며 내 편도체가 이것만큼은 잊지 말았으면 하며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가녀린 가지와 같은 왜소한 작은 소녀 미운 7살의 마리안을 기억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