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쿵쿵 쳐 보기도 하고 매만져 보기도 하지만 내 속에 자리 잡은 녀석은 나를 힘들게 만든다. 힘겹도록 독한 약을 먹어야만 그 고통이 잦아들고 식은땀으로 온몸을 샤워하고 나면 그 때야 잔잔한 호수와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간간이 내 기억은 잘라낸 영화 필름처럼 까만 부분이 자주 생긴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던 것 까지 기억이 나는데 병원이고 집 앞에서 고개를 들면 침대에 누워있기를 여러 번 나는 캐나다행을 결심한다.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홀로 떠나기로 결심을 하기까지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고,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픈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 힘들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안 죽어”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였기 때문에 그 결심이 쉬웠는지도 모른다. 물론 살고 싶다. 너무도 간절하게 살고 싶다.
14시간의 긴 비행을 마친 나는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눈이 많이 오는 이곳의 겨울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눈으로 이곳의 풍경을 담고 그도 모자라서 카메라 셔터를 빠르게 누르고 있다.
조금만 움직이면 허기가 진다.
그것을 달래기 위해 뭔가를 입으로 가져다줘야 한다고 나의 뇌는 나를 송두리째 움직이고 있다.
잠시의 허기를 채운 나는 다시 게이트로 천천히 나를 옮겨 놓고 오타와로 출발한다.
하얀 세상
내 고향은 눈이 잘 오지를 않아서 눈을 아이처럼 좋아한다.
그래서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할 때 처음에는 정말 좋았는데 그것을 내가 치워야 하니 싫어졌었는데 그냥 보는 것은 정말 좋다. 의자에 등을 붙이고 무릎 담요를 하고 시간이 멈춘 듯 나 역시 숨 죽이며 창 밖의 하얀 세상을 바라만 보고 있다. 나가고 싶은데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며 그렇게 지겹도록 바라만 보고 있다.
이곳에 오고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나에게 묻는 것도 많아졌다.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아직 살아있어 다행이야 하며 또 다른 주삿바늘을 맞이한다.
하지만 오타와의 아침은 늘 평온하기만 하다. 내 아픔 혹은 많은 아픈 사람들의 마음과는 달리 동쪽으로 떠 오르는 해가 고스란히 다 가져가 버릴 것 같은 도심의 아름다움도 그다지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그렇다.
단지 다른 모습이 있다면 지겹도록 하얀 세상이라는 것이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주사 호스가 없는 하루 중 짧은 시간만이 내게 주어지는 자유로움이니 그 시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는데 허비를 하였다. 어쩌면 이것 조차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 홀로 분주하기만 하다.
사진을 한 장 남기는 일.
일상이 되었다. 하루하루 피 패하게 변해가는 내 모습들을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단지 이렇게 이런 모습이었다. 하며 추억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까?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사진을 또 한 장 남긴다.
긴 머리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니 깎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에 당연 그리해야 하나보다 하고 자르기로 맘을 먹었다. 군입대 전 짧게 잘라보고는 처음이다. 아니 완전히 민머리가 되어보기는 백일 이루 처음일 것이다. 어색한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내리를 만지고 거울을 보며 어색해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래 이 머리가 자라면, 어쩌면 내 살던 곳에서 따스한 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