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四季 - 春

by 한천군작가

봄날에 쓰는 편지는

꽃가루처럼 흐릿하여

모아 두고 보지 않으면

무슨 색인지 모른다.

정작 그 색을 알았을 때

마음까지 얼룩이 진다는 것을

마지막 마침표에서 안다.


봄비가 내리 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 그리 많은 비가 아님에도 이미 옷을 모두 젖은 상태였고, 혹시라도 지나는 차들 중 하나가 나에게 물세례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 던 그 길에는 어제 그 집이라는 간판에 막 불이 켜지는 이른 저녁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 순간 철길에 다다르고 간간히 기적소리가 들리면 반가웠다. 마치 유년의 시절에 레일 위에 대못을 놓아두고 철길 아래에 엎드리고 친구와 수다를 떨다 그만 못이 어디로 튀는지를 못 보고 한참을 찾았던 기억과 함께 그것으로 반듯하게 작은 칼을 만들었던 그 시절의 그 콩콩 거림을 느끼고 싶어서였을까? 혹은 단 한 번도 그 철길에 함께 가 보지 못한 그 사람과 왜 이곳에서는 추억이 없을까 하는 맘 때문이었을까? 전자도 후자도 아닐 것이다. 막연함이 때로는 멀리 가 버리는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가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다니는 산책로는 녹슨 레일이 잡초에 묻혀서 한 겨울이 아니면 온전히 보기 힘들 정도다.

이 길을 매일 걷고 있으면서 그 봄날의 작고 소소한 기억을 떠 올리는 것을 보니 오늘도 막연함이 가슴을 감싸 안았는가 보다.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듯 노래하며, 봄에게 인사한다.
서풍의 상냥한 숨결에 불려 나와, 냇물은 상냥하게 얘기하며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봄날의 천둥이 울려 퍼지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가면, 작은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즐겁게 부르기 시작한다.
여기, 꽃이 한창인 아름다운 목장에서는
나무들의 잎사귀가 아름답게 속삭이고,
산의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옆에 두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 치장 속에서,
전원풍의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추어 즐거운 듯이 춤춘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 해당하는 시

제1곡 <봄:La Primavera>은 E장조로 봄을 맞아 새가 지저귀고 녹색으로 희망찬 곡상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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