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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어

by 한천군작가

있잖아

그 흔한 사랑 한단 말 한마디 못해서

미안해


있잖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아서

고마워


있잖아

그 흔한 장미 한 송이 못 줘서

미안해


있잖아

그 힘든 길을 오가던 그 시절 당신께

고마워


있잖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라는 말에는 모순이 많다.

시간이 지날동안 아파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일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슴에 더 깊이 새겨진다는 것을 알까.

세상을 살아오며 가슴에 단 한 사람을 품고 살았다면 믿을까?

"요즘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야."

"그럴까?"

"그래... 혹시 너 아직도?"

"그런가 봐"

얼마 전 35년지기와의 대화다.

그 녀석은 여전히 그 시절 그 사람 별명을 말하며 바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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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는 슬픈 말이다.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그때의 그 마음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때의 말 못 하던 바보 같은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불합리하다.

물론 그렇게 잘 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그 말을 싫어한다.

가슴에 담고 살아가며 다른 사람에게 미안해서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바보라 부른다.

지우면 나 역시 지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명함이 바보로 비치는 것이 아닐까...

바보를...
바보이기에 바보를 사랑했고
나 현명치 못한 바보이기에
현명한 바보를 사랑한다.
나 때문에 왜 우냐고 현명치 못한 질문을 않고
내가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꼭 껴안아 줄 수 있는 바보를 사랑한다.
쏟아지는 별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간직하고 싶었기에
너는 세상을 사랑했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고 싶었기에
나는 너를 사랑했다
커다란 세상을 사랑항 너였기에
작은 나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했고
야속한 너의 마음이 나를 슬프게 했지만
그런 너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나는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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