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
파도와 만나는 자연이었다
넘실거리는 그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고달픈 삶이
토해내는 생명의 소리였다.
잠녀(潛女)의 주름진 주름
호오이 하는 생명의 신호로
갈매기 울음도 소리 죽이고
세상에 보내는 신호 그 소리
애달픈 삶의 노랫소리였다.
해녀를 나는 아주 자주 만난다. 본다라는 말 보다 만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갯바위에서 그녀들을 만나면 꼭 무언가를 사는 버릇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내 낚시가방에는 작은 지퍼 팩이 늘 들어있다. 낚시를 하는 중 해녀가 물질을 하며 내 앞을 지나면 나는 가방 속 지퍼팩을 꺼내고 해녀에게 말을 건다.
"고기 좀 있습니까?"
"호오이... 휘 없어요"
"그럼 많이 따셨습니까?"
"네"
"그럼 2만 원어치만 주세요"
흥정이 없다. 갯바위 가까이에서 그녀가 주는 데로 나는 활어 살림용 바칸에다 그것들을 담고 미리 준비한 지퍼팩 속에 만 원권 두장을 넣어서 바다로 던져준다. 때로는 이만 원 이상의 해산물을 때로는 조금 모자란 듯 하지만 나는 그녀들의 삶 속에 한 줄의 글귀처럼 스며들기를 바라며 언제나 그렇게 지퍼팩을 준비한다.
낚시꾼들은 해녀가 지나가면 화를 내기도 한다. 집어를 해 두었는데 해녀가 지나가며 고기들을 다 쫓아낸다고 그렇게 화를 낸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해녀들이 고맙다. 그녀들이 바닷속을 헤집어 놓으면 용존 산소량도 높아지고 부유물이 많아지기에 많은 어종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천연의 집어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서 해녀가 지나가면 낚싯대를 세워두고 휴식을 취한다. 물 혹은 커피를 한 잔 하며, 그리고 해녀에게 해산물도 사고 이 얼마나 좋은가. 일석이조가 아닌가. 낚시에 집중을 하면 주위 풍경을 볼 수가 없지만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는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사진으로 담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이어도에 시추 대가 올라올 때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웠는데
시샘하는 시비에 금방 몸서리친다
하지만 이어도가 물 밖으로 나온 것은
어머니의 힘
올라와야 한다 물 위로 올라와
수천만 년 물에 잠긴 서러움을 씻고
하늘을 보며 살아나야 한다
이생신 님의 이어도 사나 중에서
이생신 님은 섬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분의 시집 어머니의 숨비소리는 아침을 깨우는 황홀한 아침해 같은 느낌이라 좋아한다. 파랑도(波浪島)는 어머니의 힘이라는 그분의 말씀처럼 어쩌면 제주는 어머니의 힘으로 이루어진 삶이 아닐까. 나는 갈망한다. 갯바위에서 그녀를 만나면 보물상자를 건네 받는 듯한 마음으로 그녀들의 거단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이라고...
파랑도(波浪島) 혹은 이어도(離於島)라고 불리는 전설의 섬은 사실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176Km 지점에 위치한 보이지 않는 수중 암초다.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처음 수중 암초를 확인한 후 국제 해도에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으로 표기도 한다. 그리고 제주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 발효된 유엔 해양 법협 약에 따른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둘러싼 중국과의 견해차로 1990년대부터 해상경계획정 협상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하지 못해 아직까지 이어도를 둘러싼 한ㆍ중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