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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의 자갈처럼

by 한천군작가

그 길의 자갈들은

부목과 함께

언젠가는 지나갈 기차를 기다리며

소음을 압축할 수 있도록

기운을 비축한다.

덜커덩 덜커덩 만 할 수 있도록

조용히 준비를 한다.

그리움의 끝도 마찬가지다.

차곡차곡 포개어지면

만날 날 있을 테니

그것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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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걷는 산책로는 이렇게 철길로 되어있다. 철길 옆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나는 그 길보다는 이 철길이 맘에 들어 레일 위를 걷는다. 빼론 삐끗거리어 헛발질을 하지만 그래도 다시 레일 위로 발을 올려놓는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도 같은 것 같다. 지금은 나뭇잎들이 환하게 마지막 색을 보여주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모두 떨어져 앙상함만이 존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이 길이 외롭게 느껴진다.

이제는 자갈들이 잡초를 덮고 제 살을 잘 보여주지 않으려 하지만 걷는 내내 나는 그 살점들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걷는다. 마치 사진첩 속의 사진들을 하나씩 바라보는 시선처럼 그렇게 건드리며 걷는다.

이 길의 끝에는 철길 시장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곳은 가 보지 못했다. 벌써 53개월을 살고 있는 곳인데 여전히 가 볼 곳이 많이도 남았다.

이 길을 일 년이 넘게 산책로로 정하고 다니면서 정작 이곳에 무슨 철길이지 하는 생각을 이제야 가져 봤다.

1905년 마산선 삼랑진에서 마산포를 잇는 철도로 조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패선 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화물열차가 다녔던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녹슨 철길이 마치 우리의 주름살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에는 마산시내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팽창되면서 마산 임항선 인근으로 수많은 주택가와 상권 지역이 형성되면서 평면교차 건널목이 총 8.6km의 구간 가운데 무려 9개에 이르렀고, 구 교원 역 부근에 위치한 "북마산 시장"은 열차가 잘 운행되지 않는 점 때문에 노점상이 선로까지 점거하게 되면서 열차 통행에 있어 매우 어려움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 철길에는 노점상들이 나와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가 보지 못했다.

마산 임항선(馬山臨港線)은 경전선 마산역에서 마산 항역을 잇는 총연장 8.6km인 철도 노선이었다. 2012년 1월 26일에 폐선되었다. 마산항 제1부 두 선이라고도 하였다.

철길 40리 숲길 조성 계획 "그린웨이" 사업을 2009년 10월 21일에 발표하였으며 마산역과 마산항을 잇는 75,570㎡에 이르는 마산항 제1부두선 부지 전체를 야마시타 린 코센 프롬나드처럼 2015년까지 공원화하기로 해서 만들어진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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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린 코센 프롬나드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나카구 (神奈川県 横浜市 中区)에 있는 프롬나드로, 길이가 500m에 달하며, 오래된 화물선 선로를 개조한 길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는 이슬람 양식의 탑인 요코하마 세관 건물과 해협 교회도 볼 수 있으며, 왼쪽에는 오산바시(大さん) 여객터미널과 같이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 보이는 코스모 월드의 대관람차가 보이는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라는 기억이 나는 곳의 이름을 이 길의 표지판에 보니 새롭다.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안도현 님의 철길

매일 이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고 가끔은 밴치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덮고 책을 읽기도, 그리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기도 한다. 어제는 코스모스가 한창인 것을 보았고, 이 길 곁에 국화축제를 하기에 다소 시끌시끌하지만 이 또한 산책의 매력이 아닐까 하며 그것조차도 누리며 걷는다.

안도현 님의 시처럼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의 시가 문득 떠 올랐다. 둘이라면 좋겠네 하기도 하였다. 아주 가끔 드는 생각이긴 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이슬 맺힌 풀잎을 만지고 촉촉하게 머리 감은 나무들을 만나며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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