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2

四季 - 夏

by 한천군작가

여름 장맛비에

나이 든 처마는

무거운 허리를 굽히고

골 따라 흐르는 것이

투영되지 않는 것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긴 시간의 골을 타고 노는

그것과도 같이...

젖은 종이가 울어

글씨를 흐리게 만들며

여름날의 편지는

그렇게 가슴으로 스며든다.


지나간 시간은 늘 아쉬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시간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였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것은 현제의 시선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도 마찬가지다.

분명 그 시간에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충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순간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현제를 살아가며 과거에 대한 동경이 크기 때문, 혹은 현제를 살아가는 시간의 척박함이 주는 무엇이든 잡고 싶은 심정의 변화가 그리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리움이 그리운 것은 현제가 주는 고마움인 것은 분명하다.


선풍기에다 대고 아~~~ 아~~ 아~~~ 하며 까르르 웃던 어린 시절 선풍기엔 녹색 혹은 파란색의 망이 둘러쳐져 있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온전한 바람에서 울리는 소리가 분명 더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듯 커 버린 몸집만큼이나 감정도 커지면 좋으련만 감정은 그대로인데 사물을 보는 관점이 퇴색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세존도.jpg 남해 먼바다의 세존도(世尊島)


태양이 타오르듯이 내리쬐는 이 힘든 계절에
사람과 가축은 활력을 잃고,
나무와 풀조차도 더위를 타고 있다.
뻐꾸기가 지저귀기 시작하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러나 북풍이 갑자기 산들바람을 덮치고,
산양은 비를 두려워하여,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린다.
번개, 천둥소리, 그리고 무수한 파리떼들 때문에
산양의 피곤한 몸은 편안하지 않네
아아, 산야의 두려움은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비추고, 우박까지 내리게 하여,
익은 곡물의 이삭을 상처 입게 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 해당하는 시
제2곡 <여름:L'estate>은 G단조로 지루하고 나른한 싫은 계절을 단조로 표현한다.


단조(短調) : 장조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단음계를 기초로 하는 조이다. 으뜸음에 따라 다단조, 라단조 등으로 불리며 장조에 비해 어둡고 슬픈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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