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相思)

by 한천군작가

개나리 봄 꽃인데

돌담에서 나를 기다렸나

겨울 다음에 올 것이지

담쟁이 마른 잎이

바스락 부서지는데

서너 가지 노란 것이

가던 걸음 묶어두고

병들게 만드는구나.


한적한 공원길에서 만나는 길 잃은 개나리를 보며 나처럼 너도 길을 잃었구나 한다.

어떤 날은 참 독하구나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꿈에서도 안 보여주는지 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난 후엔 혼자 웃었지만...


我慕山石句(아모산석구) 恐受女郞嗤(공수여랑치)
焉能飾悽愔(얼른 식 초음)辛苦斷腸爲(신고다 장위)

나는 산석 구를 사랑하나니 소녀의 웃음 살까 두렵다만
억지 슬픔 꾸며내어 애간장 부러 끓을 수야 없지.

한유의 산석 시
한유(韓愈)는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다.
그의 시는 300여 수가 남아 있는데 독특한 표현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며 특히 산을 좋아했다고 함.


오늘은 산책로를 달리해서 문신미술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개나리를 만났다.

이곳에 살며 두어 번 가 본 기억이 있는 곳이다. 처음엔 문신? 몸에 하는 그 문신? 이러며 갔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아... 하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문신은 프랑스에서 활동을 한 세계적인 조각가인데 내가 타투와 비교를 하다니 했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오솔길도 있어 산책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저 길을 따라 걷다 마산항을 내려다보고 그러다 잠시 쉬어가려 앉으면 낙엽이 머리 위에 내려앉기도 한다.

이 길을 그 사람과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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