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3

四季 - 秋

by 한천군작가

어제 그 길에 내리던 비가

한숨으로 다가오고

어제 그 길의 바람들이

나를 꼬드긴다.

마치 그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나를 끌어다 놓는다.

옴 몸으로 스며드는 것이

바람만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돌아가는 길이 흐린 시야로 남아

어제 내린 비가 다시 스며든다.





내 곁에 함께 누운 코스모스 꽃잎에 갈하늘이 스며들고 있다.

은은하게 스며든 하늘 그림자가 꽃잎으로 다시 만들어지니 아름답다고 어루만지려 손을 내밀었다가 이내 다시 거두어들였다. 혹여 내 따뜻한 체온이 너를 화상 입게 할까 겁이 나서 눈으로만 너를 만지고 말았다.

산책이 주는 고마움이 이런 것이 아닐까?

떨어진 낙엽이 계단에서 뚫어져라 나를 보면 비켜서 걷게 되고 가지 사이로 바람이 비좁게 지나가다 툭 하고 잔가지를 치며 미안해라고 하며 지나갈까? 아닐 것이다. 아니기에 저 나뭇잎이 그렇게 한 동안을 바람 지나간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웃는다.

나의 산책길은 이렇게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마치 내가 그 무리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풍요로운 수확을 기뻐하며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택에 모임은 흥분되고
결국에는 모두 깊이 잠들어 버린다.
모두 춤추기를 멈추고, 노래를 그친 후에는 평온한 공기가 기분 좋다.
그리고 이 계절은 달콤한 잠이 사람들을 근사한 휴식으로 이끌어준다.
사냥꾼들은 새벽에 사냥하러 나간다.
피리와 총을 들고 개를 데리고
짐승은 도망가고 그들은 쫓아간다.
짐승은 무서워하고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지쳐버리고 상처 입어,
부르르 떨고 있다. 그리고 도망칠 힘도 잃고 궁지에 몰려 죽는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에 해당하는 시
제3곡 <가을:L'autunno>은 F장조로 가을의 결실을 표제음악적으로 다루었다.
표제음악(標題音樂) : 순수하게 음의 구성에만 관심을 갖는 이른바 절대 음악의 반대 개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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