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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16. 2021

I can`t stop loving you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7-

첫눈은 처음 내린 눈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해 겨울 처음 내리는 눈이 첫눈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누군가와 함께 보는 처음 눈이 첫눈이다.

그해 겨울이 그랬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첫눈은...

눈먼 바람이 눈먼 나에게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고 하나 둘 가로등에 불이 켜질 즈음 흐릿한 불빛 속에 작은 알갱이 하얀 눈이 하나 둘 날리고 있었다.

입김을 손에다 연신 불어대며 두 손을 비비며 길 건너를 바라보다 다시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온기를 남겨두었다가 다른 손으로 그 온기를 옮겨 주기 위해서였다.

" 넌 늘 이렇게 손이 따뜻해서 좋아"

그녀의 그 한 마디가 또 듣고 싶었던 거였다.

리어카의 테이프상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간간히 보이는 트리의 오색 불빛이 깜빡이고 박자를 맞추듯 음악의 탬포가 빨라지고 있었다.

"추워서 그런지 꽃 파는 아주머니가 없어서..."

그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여자는 그 남자의 팔짱을 끼며 입김 가득한 미소를 보였다.

"한 겨울엔 프리지어가 없거든요"

그 말 한마디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끌려가 듯 걷기 시작했다.

I'm so hurt

To think that you, you lied to me

I'm hurt way down deep inside of me

You said your love was true

And we'd never, never ever part

어쩌면 그 남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Timi Yuro의 Hurt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노래 괜찮지?"

"난 모르는 음악인데 좋네"

"방금 나온 가사가 뭔지 알아?"

"난 모르는 노래라니까."

"You said your love was true

당신이 그랬죠. 당신의 사랑은 진실이라고.

And we'd never, never ever part

그래서,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나 이 부분이 좋아"

"그런 가사였어?"

"응"

그때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헤어지더라도 꼭 다시 만날 거고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 남자는 눈발이 날리는 연병장을 가로질러 정훈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정훈실을 들리곤 하였으니까.

"넌 또 여길 왜 와?"

"정상병 님 좋아하는 내 사랑 내 곁에가 흘러나와서 위로 차원에 들렀습니다"

"지랄을 하세요 너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온 거잖아"

그 남자는 아무 말을 못 하고 몇 장 안 되는 CD를 뒤적인다.

손은 CD 케이스를 뒤적이지만 눈은 작은 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을 보고 있었다.

지금 내리는 눈이 아니 겨울이 몇 번이 지나야 잊을 수 있을까 라고 속으로 말을 하며 다시 CD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정상병을 바라본다.

"이거 듣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Ray Charles?"

"네"

"제목은 눈에 익은데 가수는 잘 모르겠다"

"1930년 태어난 피아니스 튼데 리듬엔 블루스와 재즈를 혼합한 양식인 소울의 초기 발전에 기여해 소울 음악의 대부죠 그리고 Stevie Wonder처럼 앞이 안 보여요. 어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거든요"

"오우.... 또 실력 뽐내시려고 오셨나 봐요"

"하하하 아닙니다"

Those happy hours than we once knew

한 때 가졌던 행복했던 시간들

Though long ago, still make me blue

오래전에 흘러갔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슬픔에 잠깁니다

They say that time heals a broken heart

상처 난 가슴에는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는데

But time has stood still since we`ve been apart

하지만 우리가 헤어진 이후로 시간이 멈춰 버렸어요


그 남자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은 이미 짙은 안개를 덮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다.

가슴속에 넣어둔 사진을 조용히 꺼내 보며 어두워지는 저녁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만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 남자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가끔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추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남자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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