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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5. 2022

Blue Christmas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8-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흐른다

작은 커피숖의 몇 안 되는 테이블엔 그의 목소리가 거울에 반사돼 튕겨져 다시 돌아오고 그 남자의 군번줄에 걸린 사파이어가 반짝이는 반지가 덜그럭거리고만 있었다.

눈이라도 내리길 바란 것인지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식은 잔을 어루만지고 있다.

마치 자신의 온기로 따뜻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어쩌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혼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우울할 것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찬 바람에 바알게진 아이의 볼처럼 붉게, 그 여름 잔디밭에 앉아 보던 강물 빛 같은 푸른색으로 깜빡거리는 기억을 소완하고 있다.

“이런 날에 혼자라니”

그 남자는 혼잣말을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캐럴이 울려 퍼지는 동성읍 터미널 아래에서 이제 돌아가야 하는 그 여자의 손을 접아 군복 주머니에 넣고 버스를 기다리며 그 남자는 그 여자의 귀에 속삭인다

“크리스마스 한 번만 더 지나면 같이 있을 수 있겠다”

고개 돌려 남은 손으로 그 남자의 얼굴을 만지며 미소를 보인다.

길 가장자리엔 제설작업으로 쌓아 놓은 눈더미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된 솜처럼 불규칙하고 그 사이로 서울행 버스가 다가오고 있다.

“추운데 따뜻하게 그리고 잘 먹고, 아프지 말고, 나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알았지”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 여자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다.

“너도 가면서 울지 말고...”

그 남자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그 여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텅 빈자리로 내리는 겨울의 이른 어둠을 마주 하고 있었다.


혼자라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둘이었다가 혼자가 되어야만 외로운 것이다.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 중 어느 하나가 사라진다 해도 그것을 느낄 수 없듯이 익숙함에 외로움이 지쳐 갈 때 즈음에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낯설음이다.

모든 자리가 자기 자리가 아닌 듯 함이 그것이다.

그 남자는 지금 외롭다.

아니 어쩌면 그 외로움이 지쳐갈 때도 되었을 텐데 여전히 외롭다.

문득 떠오르는 잔상으로 힘든 것이었다.

몸부림치도록 아픈 추억도 미치도록 좋았던 기억 때문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이 사라진 거에 아픈 것이었다.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일상이었으니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짧은 캐럴이 끝이 나고 그 남자는 그곳을 나왔고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겨울 햇살 속으로 걸어가고 그가 앉았던 자리에는 좀 전의 캐럴이 냅킨에 적혀있고 마치 그 남자의 익숙한 낯섦이 식은 찻잔에 담겨 남겨져 있었다.

햇살을 제치고 걸어가는 그 남자가 남겨둔 미련처럼 찻잔은 가득하기만 하였다.

그렇게 1992년의 겨울이 지났다.


내 크리스마스는 우울하겠죠
그대가 없다면
너무나 우울할 거예요
그대 생각에
빨간 장식들
초록의 크리스마스트리
예전 같지 않겠죠
그대가 내 곁에 없다면
그리고 우울한 눈꽃송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울한 기억들이 밀려오겠죠
당신은 잘 지낼 거예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하지만 나는 우울한 블루 크리스마스를 맞아요

“우린 참 함께 한 것이 없구나

그 흔한 여행도 못 갔으니... 아니 안 간 건가?”

그랬다.

그 남자의 기억으론 그랬다.

“언젠가 내 앞에 네가 있다면 아니 그런 날이 온다면 하고 싶은 게 많다. 그걸 다 할 수 있을까?”


그 남자에게 하고 싶은 것이란 소소 함이었다.

아침에 함께 눈을 뜨고 밤에 함께 잠들며, 가끔 많은 사람들 오고 가는 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또 가끔 가까운 시외로 나가 오솔길을 걷고 시골집 같은 곳에서 시골스러운 밥을 먹고 마치 금광이라도 찾은 듯 한 느낌의 작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그런 소소 함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그 시절 하지 못한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것이었다.

25년 만의 크리스마스에 곁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그 여자를 바라보며 1992년 그날을 떠 올리며 그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Elvis' Christmas Album 에 수록된 전형적인 롹엔롤 뮤직
RCA빅터를 통해 발매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첫 크리스마스 음반은 한정판으로 발매됐고, 빌보드 톱 팝 앨범 차트에서 4주간 1위 자리를 지킨 앨범이며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음반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었다.
그 처음은 1948년 도예 오델이 처음 녹을을 하였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르티나 맥브라이드(Martina McBride)가 함께 부른 곡이 더 유명하다.
미국의 컨트리 음악 싱어송라이터이자 음반 프로듀서였던 마르티나 맥브라이드, 그녀는 소프라노 가창력과 컨트리 팝 소재로 유명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녀의 음악도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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