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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Feb 05. 2020

내면의 거울

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미팅을 하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화장실 앞면이 거울로 되어 있어 볼일 보는 동안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내 얼굴이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요즘은 남자들도 유행한다는 성형까지 할  엄두는 못 되고 다만 인상이라도 좋게 해 보려고 굳은 얼굴을 씩 한번 펴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콧구멍으로 마른 코딱지가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이런! 사무실 팀원들이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 것이었습니다. 크게 흉해 보이진 않지만 아내가 봤다면 또 칠칠맞다고 면박을 피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제 아내는 코털 하나만 삐져나와도 가위로 아주 깨끗이 잘라줍니다. 사람이 늘 이미지가 중요하다면 저 대신 저를 잘 관리해 줍니다. 거울은 아주 유용한 물건임에 틀림없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해주거나 제거해 주지 않으면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거울을 보기 전에는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린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대개의 일상이 그렇게 거울을 보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을 성찰(省察)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자신의 외모는 거울을 봄으로써 쉽게 고칠 수 있는 반면,  마음을 들여다보는 성찰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내면, 특히 허물을 보려거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눈은 나 아닌 모든 것은 보면서 정작 자신의 얼굴만을 볼 수 없도록 만든 것도 성찰이 어려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는 원리를 따라보면 어떨까요? 성찰, 반성을 영어로 찾아보면 reflect의 뜻이 나옵니다.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라는 것입니다. 비추어 본다 함은 다른 무엇과 비교하는 것이지요. 즉 타인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의 행동을 삼가는 것입니다. 만나는 모든 타인은 나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라고 논어에는 ‘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이라고 했습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모두 나의 거울이 되는 스승이라는 것입니다. 나를 가르쳐주는 분들이기에 스승이라고 한 것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가히 겸손의 극치라고 볼 수밖에요. 그래서 고금으로 논어를 논하는 것 같습니다.


배움은 겸손으로 시작합니다. 타인을 스승으로 여기니 아니 배울 수 없는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우리 삶은 참으로 리스크가 큽니다. 사람마다 적지 않은 단점을 갖고 있는데 제 눈으로 제 얼굴을 볼 수 없듯이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알 수 없으니 딱하기 그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 단점을 알고 있는 타인들은 누구 하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설령 가끔 누군가 내 단점을 감히 지적하는 이가 있긴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커녕 감정이 상하여 오히려 관계만 악화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타인의 단점을 지적하는 건 부모 자식 간에도 어려운 일 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밖에 없는 듯합니다. 매일매일 거울을 보듯이 그 거울 옆에 "내면의 거울"을 또 하나 붙여놓고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타인이 나의 단점을 지적해 줄 때는 매우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나의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보통 경지가 아니겠죠? 매우 어려습니다. 그래서 성찰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별도리가 있나요.  꾸준히! 매일매일 겸허한 마음으로 마음공부할 수밖에...


이미지 출처    https://hsfa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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