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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Jan 02. 2021

설중초(雪中草)에 배우며

엄동설한에 핀 설중초(雪中草)

20년  12월 31일 오후 14시, 며칠 전부터 영하 10도에 가까운 강추위로 인해 세상은 온통 꽁꽁 얼어버린 시간!
한낮임에도 영하 5도의 매서운 한파가 마음마저 시리게 하는 세모에 사무실 창가에 설중매(雪中梅)가 아닌 설중초(雪中草)가 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난 화분의 물구멍 틈으로 자라난 너무도 어린 새싹입니다. 종류도 이름도 모르지만 어찌나 예쁜지 모릅니다. 마치 갓난아기의 보드라운 손 같기도 하고, 새봄에 갓 피어난 새싹 같기도 합니다. 이 엄동설한에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한껏 봄기운을 즐기는 듯합니다. 여리고 여린 새싹이 이 추위에 홀로 자라나는 것이 너무도 예쁘고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녀석을 여름에 보았더라면 아마도 감동은커녕 그냥 잡초 정도로 취급하고 떼어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새해 연휴기간 차가워질 사무실에 홀로 남아 무서운 동장군에 다칠까 봐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으로 옮겨 놓고 퇴근을 하였습니다. 연휴 이틀째를 보내고 있지만 녀석이 잘 있는지 걱정부터 됩니다.

이제 시간은 다시 새해로 바뀌고 직장은 모든 면에서 새로움 등의 변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새로운 열정과 주인정신, 새로운 일방식, 더 새로운 성과까지 종사원들에게 요구하며 더더욱 분주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의 연초 변화 모습은 작심석달로 끝나기 일쑤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상시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히 종사원에 대한 주인정신 요구는 모든 회사에서 해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되는 덕목이지만 종사원들은 딱히 주인정신을 발휘할 의사가 없는 듯합니다.

문득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철이라도 되는 듯 한껏 자라나고 있는 설중초가 떠오릅니다. 난 화병에 어쩌다 씨앗이 들어간 것이고 그 씨앗은 자신에게 맞는 적정한 환경이 되자 스스로 발아하여 싹을 틔워낸 것입니다. 난의 주인인 저는 그 화병 안에 씨앗이 있는지조차 몰랐고 더욱이 싹을 틔우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제가 한 일이라고는 물이 부족한 난을 위해 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죽은 난의 가지들을 잘라준 것뿐입니다. 게다가 싹틔우기를 강요할 수도 없었습니다. 식물이 제 말을 알아들었을 리도 없고요. 다만 새싹 나올 때부터  많은 관심으로 물을 더 정성 들여 주었을 뿐입니다.

직장의 종사원들도 화병에 피어나 자라나는 어린 새싹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사원의 주인정신은 회사 대표가 명령하고 지시하여 끌어내는 것이 아나라 종사원 스스로 자발성을 발휘하여야 함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병의 어린 새싹처럼 스스로 자라나도록 적정한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적정한 환경은 심지어 12월 엄동설한의 시기에도 새싹을 피워낸 것처럼 종사원에게도 매우 핵심적인 자발성 발휘 여건이 될 것입니다.

직장별로 종사원에게 적합한 환경은 제각각일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적합한 환경은 크게는 기업문화, 작게는 사무실 분위기, 아주 직접적으로 상사와의 소통 관계로 표현될 것입니다.

먼저 모든 종사원은 스스로 발휘할 주인정신의 씨앗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직책자들이 실패하는 요인중 종사원을 수동성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그릇된 관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시로 종사원의 자발성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실제 또한 통제가 되고 가시적인 성과까지 보여집니다. 직장 등 모든 조직은 그러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은 고유한 기업문화를 갖추지 못하게 되고 성장하지 못합니다.

조직의 종사원이나 화병 속에 어린 새싹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집니다. 어린 새싹이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자라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추고 수분을 공급해 주었듯이 종사원들이 자신  마음속에 열정을 꽃피워  성과에 매진할 수 있는 회사와 사무실의 환경을 조성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회사 대표와 각 부서장 등 직책자들의 역할일 것입니다.

신축년 회사 내 새로운 부서로 자리를 바꾸고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스스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창출할 수 있기를 설중초를 통해 작은 지혜를 배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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