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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Sep 20. 2020

브런치라는 아직도 낯설고 두려운 공간

흥분되었다. 5년 전쯤인가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상당히 흥분되었다. 세상에 글을 쓰는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나도 한번 해봐야 되겠다 하고 매우 흥분되어 가입을 하였고 브런치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치 작가라도 된 듯이 작은 뿌듯함이 있었다. 그렇게 가입하였고 눈팅이 시작되었고 그러다 의욕은 점차 소멸되었다. 그곳에 소개되는  글들의 수준을 보면 볼수록 브런치는 낯설기만 하였다.

흥분이 다시 시작된 건 3년 전쯤이다. 어떤 계기로 잊고 잊던 브런치에 다시 접속하여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였다. 지원한 글은 꽤 오래전에 작성해 두었던 글이다. 이런 허접한 글로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될까 하는 소심한 맘으로 누가 볼세라 겨우 신청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작가로 등록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내가 작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브런치는 내게 캄캄한 절벽이었다. 글쓰기 탭을 눌렀지만 나 보고 뭘 어쩌라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브런치는 여전히 낯설었고 심지어 두려운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몇 년이 흘렀다.

그래도 이 곳을 영원히 떠날 수가 없었나 보다.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그 '책 한 권'이다. 중학교 시절인가 보다. 나도 사십 대가 되면 책 한 권은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것이 평생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게 내 꿈인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올초 꽤 버거운 자리로 발령을 받았고, 업무로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 하나씩을 올리고 있었다. 밤 열 시가 넘어 퇴근하고서도 기어이 한편을 써서 올리고 잠이 드는 열정을 보였다. 그렇다고 낯의 업무를 소홀히 하진 않았다. 글쓰기는 두어 달이 지속되어 오십 편 가까이 되었다. 지금 읽어보면 조금은 억지스럽고 내 생각이 아닌 주워들은 남의 생각들은 옮겨 적은 글들도 있고 수준이 유치한 것도 있다. 그렇게 브런치는  내게 억지스럽게 다가간 곳이다. 그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십여 편의 글쓰기가 지난 후 또 몇 달이 지났다. 그리고 일주일 전부터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브런치 글쓰기가 편해진 것은 아니다. 아니 실로 드는 의문은 '내가 이 곳에 나 만의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이곳이 낯설고 두려웠던 것은 내성적인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남에게 보이는 공간에서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글들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벌거벗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혼자만의 글이라면 휴대폰의 메모장에 끄적거리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브런치는 내게 꿈의 무대이기 때문에 나는 이곳 브런치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진심을 풀어내고자 한다. 그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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