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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Oct 02. 2020

가을 이문세 그리고 소녀

내가 이문세에 빠진 건 '그녀의 웃음소리뿐' 때문이다. 87년 그해 난 방황하는 대학 1학년이었고, 이문세의 간절한 호소력에 귀의하듯 빨려 들었다. 당시 이문세를 좋아한 게 어디 나 뿐이랴! 모든 청춘들이 이문세에 빠져 들었고, 이영훈과 함께 한 그의 4집은 대한민국 음반 사상 전무후무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사실 그때  나는 그의 노래가 몇 번째 앨범인지 작사곡이 누구인지 따위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그의 음률과 가사 그리고 목소리에서 안식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우울한 twenties는 이문세에 의지한 채 결국 논산으로 끌려 갔고, 잠시 온 세상과 자의 반 타의 반 격리에 돌입했다. 자칭 악명 높았던 논산 26 연대 하드 코스는 차라리 적당한 안식처였다. 나약했던 체력이 보강되고 낯선 군 방식이 다소 익숙해져 가볍게 10킬로 구보를 즐기게 될 즈음 한겨울  통신학교에 배치되고 새봄 화천 어느 패치카 숙소에서 운명처럼 다시 이문세를 조우하였다. 근 6개월간 고된 격리 끝에 만난 그는 더욱더 강렬한 위안을 선사해 주었다. 강원도 화천 어느 산골 부대에서는 대형 전축과 스피커를 통해 그의 노래를 충분한 음량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의 노래와 함께 한 겨울 바닥 딱기는 전혀 힘든 줄도 몰랐다.

4집의 음악들을 귀가 닳을 만큼 들을 때쯤엔 3집도 소환되었고 그렇게 저녁 점호 끝난 취침 시간에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같다. 분명 소녀는 고교 시절에 들어 봤으리라. 하지만 당시에는 처음 듣는 그것처럼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그렇게 나의 청춘은 이문세밖에 모른다. 아직도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곡은 이문세밖에 없었다.

전역을 하고, 취직을 하고 다소 여유 있게 맞은 그해 초가을 나의 취미는 퇴근 후  누워 이문세를 듣다가 잠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독히도 이문세는 나를 놓아 주지 않았다. 아니 나는 이문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와 이영훈의 주옥 같은 히트곡 중 가장 아련한 곡은 바로 '소녀'이다. 지금의 아내에게도 많이 불러준 노래이다.

오늘 한가위 연휴 서늘한 가을 저녁  이제는 내 아이들과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듣는다.


이문세의 소녀!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그리움 두고 머나먼 길
그대 무지개를 찾아올 순 없어요
노을 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면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노을 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면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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