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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죽히죽 Apr 11. 2024

Super friendly dimple lady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칭찬


우리 항공사에서는 매달 가고 싶은 취항지를 10곳 신청할 있도록 해준다. 

이것을 우리는 Crew Bid라고 부른다. 물론 휴무 Day off를 원한다면 함께 신청할 있다. 


인천 비행 ICN 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크루들이 가고 싶어 하는 취항지이다.

이 부분에서 흐뭇함이 정말 크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정말 멋진 곳이라니까! 

나 역시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고향이기에 인천을 신청했고, 행운의 여신은 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나 받기에도 힘든 비행을, 한 달에 2개의 인천 비행을 받은 것이다! 


점점 그날이 다가왔을 때, 같은 국적의 승객을 손님으로 모신다는 생각에 반가움으로 마음은 가득했다

비행 가기 전, 화장도 더욱 공들여서 했다. 네일도 예쁘게 바르고 말이다.

비행기 출발 전 모든 객실 승무원은 모여서 사무장과 부사무장 주관 아래에 회의를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비행편의 정보, 특이사항, 안전 및 서비스 유의사항, 안전 관련 질문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 안전 질문과 같은 경우에는 연차가 쌓인 승무원에게도 긴장감을 안겨주는 순간이다. 


우리는 Safety questions이라고 부른다. 

총 2번의 질문 기회가 주어지고, 1번째 질문에 답변한다면 PASS, 2번째 질문에도 정답을 말하지 못할 시, 안전요원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비행에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함께 비행하지 못 한 몇 승무원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럼 다시 안전 교육 재이수를 하게 된다고.. 정말이지 안전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완전을 지키고 있다.  


긴장되는 순간도 끝이 나고, 이제 비행기로 이동하자.

브리핑실에서도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하는 말소리를 들으니 더욱 인천 비행을 가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말의 힘은 굉장히 크다.

승객으로부터 들었던 말 한마디로 가장 좋았던 비행과 마음이 힘들었던 비행이 나뉘니까 말이다. 

완벽할 줄만 알았던 인천 비행에서는 첫 컴플레인 승객을 마주했다.


복도석에 앉아계신 손님이셨다. 간이 책상이 tray table 고장이 나, 식사를 하시거나 책을 보시는데 불편함이 크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해결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빈 좌석을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인천 비행은 거의 만석이다. 찾은 빈 좌석은 중간석 (창문과 복도의 중간석) 밖에 남지 않았고, 해당 손님께 이 상황을 설명드리면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옮기시겠냐고 여쭤봤다.


큰 화를 불러일으킬 줄을 몰랐다.

결국 안전 요원을 위협하는 말씀까지 하셔서, 부사무장님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하셨다.

내가 받은 첫 컴플레인에 손님들이 안 보이는 곳에 조용히 돌아와 눈물을 훔쳤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들어서일까.. 더욱더 크게 와닿았던 말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는 걸까?

아직 경험과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했던 내 모습에 나는 멀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말이다.

이렇게 눈물을 쏟아내고, 비행을 마치고 먹는 훠궈에 쓰린 마음은 금방 풀리는듯하였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 됨으로써 

나중에 말이다.. 후배들에게나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잘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발리 Bali 비행을 갔을 때이다.

대부분 휴양객들로 보이시는 승객들을 모시고 가는 나의 첫 발리

내가 발리에 간다니..! 승무원이 아니라면 내가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다양한 것을 경험토록 해준 이 직업에 대해 감사하다.


장정 10시간을 날아 도착했을 때, 

동남아 특유의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안내해 주는 현지인들은 만날 수 있었다.

관광지에서는 큰 짐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던 내게, "우리 가게에서 맡아줄 테니 너는 발리를 즐기고 와!" 친절을 베풀어주셨던 분들, 한국말로 인사해 주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말 한마디로 기쁨을 나눠주시다니요..


나는 갑자기 습하고, 더워진 날씨에 불쾌지수도 올라가서 점점 웃음이 사라져 갔었는데 말이다.

사람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와 친절에 감동했고 또 반성도 했다.

발리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 편에서는 나도 그들처럼 기쁨을 나눠드려야지 다짐을 했다.

그렇게 비행이 마무리가 되었고, 나의 서비스 존 zone 승객으로부터 

"I love your smile"

"Super friendly dimple lady"

칭찬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힘들어했던 나를 다시금 움직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언어랄까

감사합니다. 


나의 뺨 보조개가 더 깊어지게 환히 웃음 짓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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