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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Aug 18. 2021

패션이 되는 로고

패션포스트 40호 (2020.9.28) / 구아정의 브랜드 이야기

패션이 되는 로고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2



‘타이포 또는 심볼타입의 로고 디자인’을 의미하는 ‘로고(logo)’. 이러한 로고를 대놓고 보이는 것이 촌스럽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자고로 로고는 가리는 게 미덕이었다.  


하지만 최근 레트로 열풍과 함께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하기에도 좋다. 



<슈프림 매거진(좌), 슈프림 벽돌(우)>



평범한 벽돌도 ‘Supreme’ 로고를 붙이면 돈이 되고, 하루만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는 일간지는 되레 시간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올라갔다.  

많은 브랜드들은 더 적극적으로 로고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소비자들도 이를 적극 받아들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망하는 브랜드를 입고 마치 브랜드 전도사처럼 당당히 거리를 거닌다. 


이런 열풍은 의류 산업이 아닌 마니아들의 브랜드가 패션으로 진입하는 길을 열어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업들이 ‘로고’를 활용하여 ‘패션’으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의류부터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패션 브랜드로 진화한 두 브랜드, 바로 ‘라이프 아카이브’와 ‘코닥 어패럴’이다. 



역사적 기록이 패션의 순간이 되다, ‘라이프 아카이브’

<라이프  아카이브>


빨간 바탕에 하얀색 고딕체로 정갈하게 놓여있는 ‘LIFE’. 라이프는 당대 최고의 사진가와 역사적인 순간들이 만나 사진이 곧 작품이 되는 매거진이었다. 유명인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달에 첫발을 내밀었던 순간,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까지. 의미 있는 순간부터 평범한 누군가의 순간 모두가 라이프 매거진에서는 기록이 되었다. 


라이프 매거진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2019년 라이프의 기록물들은 ‘라이프 아카이브(LIFE ARCHIVE)’라는 이름의 새로운 브랜드로 출시됐다.

현대인의 삶을 위한 브랜드를 표방하는 ‘라이프 아카이브’는 ‘LIFE’ 로고만을 새긴 의류와 클러치, 모자 등으로 첫 선을 보였다. 로고가 곧 디자인이고, 상품이 된 것이다. 이후에는 키즈 스트리트 브랜드 ‘히로’나 비치웨어 브랜드 ‘오션 퍼시픽’, 트립 웨어 브랜드 ‘로우로우’와 협업하며 경계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라이프 매거진이 최고의 사진작가와 함께 순간을 기록했다면, 라이프 아카이브는 그들만의 취향을 지닌 브랜드와 함께 오늘날의 ‘라이프’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라이프 아카이브를 입고 쓰는 순간을 SNS에 기록했다. 라이프 아카이브가 또 다른 라이프 저널을 만들어 낸다.

일상 속에서 꼭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선보인다는 라이프 아카이브는 ‘LIFE’의 로고를 통해 사람들의 삶으로 기록되는 중이다.  


<라이프  아카이브>




카메라 대신 옷장을 채우다, '코닥 어패럴'


‘코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강렬하고 쨍한 노랑과 빨강의 조합일 것이다. 이 색감을 그대로 옷으로 입는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좋아할까? 다소 촌스럽고 튀는 색감의 옷은 MZ세대들에게 ‘독특함’으로 다가갔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봤을 법한 필름과 카메라. 140년 역사를 지닌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선보이는 패션은 로고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코닥의 브랜드 컬러를 과감히 의류에 입혔다. 코닥을 한 번이라도 써봤던 3040대에게는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코닥을 처음 보는 1020에게는 또 하나의 독특한 브랜드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코닥 어패럴(KODAK Apparel)’은 의류 외에도 신발과 모자, 양말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서 컬러와 로고를 활용하며 ‘코닥 어패럴’의 세계를 완성하고 있다. 온라인숍 또한 ‘필름’을 형상화한 레이아웃으로 코닥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다. 사진을 찍는 도구였던 코닥은 이제 코닥 어패럴로 새로운 세대들로부터 사진을 찍히고 있다.  




취향과 아이덴티티의 결합


이토록 대놓고 로고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그 브랜드만의 독특함으로 마니아 팬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거나, 팬이 아니었더라도 ‘취향’을 드러내기 좋다는 뜻이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매거진과 사진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지식을, ‘코닥’은 카메라에 대한 애착과 특유의 색감을 보여주기 좋다. 남들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내가 먼저 알아보고, 내가 인정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게다가 두 브랜드는 역사가 깊은 브랜드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 더욱 드러내기 좋다.  

심벌을 포함한 로고는 브랜드의 가치를 이미지로 집약한 ‘아이덴티티(Identity)’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고에 먼저 반응하고, 더 큰 의미를 담으려 하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브랜드를 소유하려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것을 허락하고, 그 브랜드의 로고를 통해 나의 취향은 이 정도나 된다는 것을 플렉스하려는 것이다.  


브랜드의 쇼핑백을 부러 들고 다니거나 혹은 로고가 적힌 핸드폰 케이스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로고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브랜드의 감각과 아이덴티티에 함께 하겠다는 소비자의 깊은 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로고를 소장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가 깊은 팬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프 아카이브나 코닥 어패럴 두 브랜드는 이 모든 것에 부합하는 브랜드이다.  


패션 기업이 아닌 브랜드의 로고만으로 얼마든지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시대. 소비자들이 더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 혹은 가리고 싶어 하는지, 과연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스티커가 가방에, 노트북에, 휴대폰에 붙여져 있다면 과감하게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 보자. 소비자는 이미 당신의 브랜드와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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