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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Feb 11. 2022

팔 것 정하기

제품? 서비스? '경험' 정의가 먼저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위와 같이 '브랜드를 만든다'라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무엇을 팔지 정하는 일일 것이다. 

 

보통 브랜드를 만든다고 할 때의 '브랜드'는 '제품'과 동일시한다. 제품 카테고리, 제품명과 같은 것들이 브랜드의 출발선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은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서비스 모두를 포함한다.)


하지만 브랜드라 하면 제품보다는 상위의 개념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제품 하나가 브랜드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제품 종류와 가짓수(SKU)를 확보하고, 나아가 최소 3년 이상은 바라보고 시작하는 '사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다'는 것, 꼭 '제품'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브랜드 관점에서는 '판다는 것'이 다른 의미로 작용한다. 바로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경험', 즉 '핵심 가치'가 된다.




브랜드 경험과 핵심 가치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다. 브랜드 하나 만드려는데 단어부터 어렵다.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다루는 서적에서도 '핵심 가치'의 중요도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풀이마저 낯설게 느껴진다. 


용어는 뒤로 하고 간단하게 다음 세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만들고자 하는 제품(또는 카테고리)

2. 제품과 연계한 서비스 

3. 고객이 느낄 감성 또는 감정 


여기, A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위 1, 2, 3번에 각각 대입해 본다면


1. 만들고자 하는 제품(또는 카테고리) - 에센스(화장품)

2. 제품과 연계한 서비스 - 1:1 맞춤

3. 고객이 느낄 감성 또는 감정 - 나만을 위한


위 3가지를 결합해 보면 '나만을 위한 1:1 맞춤 에센스'가 된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팔고자 하는 핵심 경험이자 가치가 된다. 


이렇게 팔 것을 정하고 나면, 사업적으로 브랜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길이 보인다. 

그냥 화장품이 아니라 고객이 '나만을 위한'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1:1 맞춤 에센스'를 팔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에 필요한 제품 패키지, 세부적인 서비스, 프로모션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볼 수가 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 문진을 하거나, 키트 배송으로 '피부 진단'을 프로그램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패키지에는 고객의 이름을 붙여 '나만을 위해' 제작했다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나만을 위한 1:1 맞춤 에센스'라는 핵심 경험을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 디자인, 서비스 등으로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핵심 경험이나 가치가 정의되지 않는다면 아이디어는 무한대로 펼쳐질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다. 하지만 아이디어에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우리가 팔고자 하는 것에 부합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팔 것'을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제품 카테고리를 정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우리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정해야만 아이디어도 뾰족해진다. 





슬로건은 핵심 경험으로부터


핵심 경험을 정의하고 나니 어딘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든다. 밋밋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핵심 경험은 브랜드의 기본이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나 독특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 경험과 가치는 내부에서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누가 봐도 해석의 여지없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것을 느끼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전달할 '키워드'는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름이 무엇인지. 바로 브랜드 네이밍과 슬로건을 만들 때이다. 


여기서부터는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 핵심 경험과 가치를 우리만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짧은 문장이나 3~4개 내외의 단어로 만들었다면, 이는 우리만의 브랜드 슬로건이 될 수 있다. 보통 슬로건과 콘셉트를 동일하게 쓰기도 하지만, 차이는 있다. 


브랜드 콘셉트는 내부 공유용으로 핵심 가치나 미션, 비전등을 담아 표현한다. 대개 2~3개 단어 이내로 만든다. 그리고 브랜드 콘셉트는 단어(verbal) 외에도 이미지(visual)로도 표현한다. 브랜드가 가져갈 전체적인 분위기(tone&manner)를 확정한다. 그리고 이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해서 콘셉트를 바꾸지 않는다. 


슬로건은 내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달할 브랜드 키워드이다. 슬로건은 장기적이기보다는 중단기 단위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창의성을 요하기도 한다. 시작하는 브랜드라면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한 용도로 카테고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핵심 경험이나 콘셉트를 더 짧고 간략하게 줄여서 표현하면 이는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부르는 말, 바로 브랜드 이름이 된다. 




브랜드 경험, 브랜드 핵심 가치...
결국 이 모든 것은 '업(業)의 정의'


개인적으로 브랜드 기획을 할 때 좋아하는 말이 있다. 바로 '업(業)의 정의'이다. 이 업을 정의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브랜드 핵심 경험이자 가치를 정하는 일이며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는 미션까지 담아낸다.  


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냐에 따라, 시장도, 고객도, 경쟁자도 모두 달라진다. '업'은 우리가 뚫고자 하는 시장이고, 팔려는 사람들이고, 경쟁하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업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정해진다. 


팔 것을 브랜드 또는 업의 관점으로 정의하면 제품이나 카테고리를 확장할 때도 범위가 더 넓어진다. '화장품'을 판다 고만 생각하면, 확장할 때도 뷰티나 헬스 정도의 범위로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업'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꼭 유사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경험' 확장의 개념에서 더 넓은 범위로, 혹은 생각지도 못했던 카테고리까지도 더 넓혀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의 예시로 보자면, '에센스'의 확장이 아니라, '1:1 맞춤'이란 업에서 관점을 더 넓혀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때에는 자사의 역량을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면, 네이밍이나 로고 제작을 고민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팔지 생각해 보자. 제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어떤 경험, 어떤 기분을 느꼈으면 좋을지 고민해보자. 

파는 사람 입장에서 좋은 것 말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무엇이 좋을지, 어떤 기분일지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팔고자 하는 제품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팔 것이자, 업의 정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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