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Sep 28. 2021

브랜드 기획자가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기획자 10N년차가 제품 만들어 본 썰

브랜드 기획자 또는 브랜딩 컨설턴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기업이나 브랜드에 소속되어 브랜드 전반을 담당하는 브랜드 매니저(BM)

-. 컨설팅 회사 등에 소속되어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


나는 브랜드 기획자로 일하면서 줄곧 후자였다. 기업이 만든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이 제품을 브랜드답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시작은 '컨셉 플래너'였고, (잠깐 콘텐츠 기획자이기도 했지만) 지금 역시 프리랜서로'브랜드 기획'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하다보면 흔히 말하는 '3년병'이 온다. 남의 것만 하다가 내 거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도 그랬고, 그래서 브랜드로 들어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BM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이건 회장님 거라며.. (.. ) 내 것도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보통의 기업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맡기까지는 최소 5년정도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숫자도 봐야하고, 수익도 따져야하고, 결재도 받아야하고..

(재미있는 건, BM들은 브랜드 컨설턴트를 궁금해 한다. 같은 '브랜딩'을 하면서도 서로의 일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기업의 일을 받는 입장이지만, 브랜드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그들보다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내부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가 대신 이야기하기도 하고, 브랜드 기획자라서 통하는 전략들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기획자로 조금 더 넓게, 확장된 시야를 가지고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었고, 담당 BM과 함께 될만한 것들을 추려가며 또 다른 전략을 세우는 일들을 해왔다.


렇게 기획자로만 일을 하다보니 제품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은 드물다. 비즈니스 전략부터 만드는 일도, 포지셔닝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도, 네이밍도, 스토리도, 심지어 공간도, 브랜드 관련해서는 조금이라도 다 걸쳐서 해봤지만 실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만들어 본적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 본 제품은 나에게 의미가 깊다.

제품의 컨셉이나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일이나 네이밍은 원래 내가 하던 일이었지만, 항상 해당 브랜드의 매니저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중심 역할을 해왔고, 나는 전달 받은 사항에 대해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제안을 요청하기도 하고, 팀장님이나 대표님의 결정 이전에 내가 먼저 결정을 해야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아예 확정을 지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제품에 대한 결정권이 이전에는 BM에게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마치 그 BM처럼, 제품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비단 네이밍이나 스토리보드 뿐만이 아니었다.

이 제품을 어디서 런칭할 지도 내가 정해야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매니저님과 팀장님, 대표님 등 모두 함께 의논하고 정하기는 하지만, 그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그래서 부담감도 컸고, 조바심도 났다.


요즘의 채널 전략이 그러하듯, 신제품이 나갈 수 있는 창구라고는 사실 많지 않다.

와디즈를 늘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던 터라, 그리고 회사에서도 경험차원에서 와디즈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와디즈에만 나가면 잘 될것 같았지만, 사실 찾아보면 펀딩 실패한 제품들도 꽤 많다. 

'1000%, 2000%, 1억, 앵콜펀딩' 이런 키워드가 전면 노출이 되다보니, 와디즈에만 나가면 우리도 그렇게 될거라 생각하기 쉬웠다.

오히려 잘된 제품들보다도 실패한 제품들을 보며, 왜 실패했을까 찾아보기도 했다.

(와디즈를 준비중이라면, 실패하거나 성적이 저조한 제품들을 꼭 찾아서 봤으면 한다.)





보통 브랜드 기획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도 걸린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물론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해나가며 브랜드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딱 프로젝트 기간까지다. 그래서 그 기간에 미친듯이 뭐라도 한다. 이 브랜드가 잘 되기 위해서, 5년 후, 10년 후에도 촌스럽지 않게, 여전히 유효할 수 있도록 너무 트렌드에 매몰되지도 않으면서도, 지금 당장 매력이 될 수 있는 그런 포인트를 발굴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내 손을 떠나버린다. 

내가, 우리 팀이 준비한 내용이 그대로 실현이 될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는 3년 후에 내가 썼던 스토리나 전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도 계속해서 브랜드 사이트를 새로고침 해보고,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브랜드를 검색해본다.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니깐.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니, 이건 끝이 없다.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업로드 해서 끝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또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계속해서 뭐라도 해야한다. 어디서 어떻게 노출을 시켜야 할지, 광고 메세지는 뭐라고 할지, 펀딩이 끝나면 채널은 어떻게 할까, 가격은 어떻게 노출을 할까..


와디즈 펀딩이 곧 끝이 나는데, 오히려 나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자사몰과 스마트스토어에 어떻게 올려야 할지, 가격 설정부터, SNS 부스팅은 어떻게 해야할지 등등

기획하고 실행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브랜딩은 BRAND+ING, 즉 브랜드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브랜딩에는 끝이 없다고, 브랜딩은 그냥 브랜드를 계속 버티게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은 있을 순 있지만, 성공적인 브랜딩 전략이란 말은 성립 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끝은 그 브랜드가 사라질 때일 뿐,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브랜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BRANDING-ING인 셈이다.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며, 이젠 내가 정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하는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일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고나 할까...? 

하지만 늘 생각했던 것처럼, 제품은 언제나 브랜드의 중심이고 제품을 직접 만드는 일이야말로 브랜딩의 시작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브랜드 기획자가 만든 제품,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자.
맞다. 사실 이 제품 홍보하려고 쓴 글이기도 하다. 


브랜드 기획만 하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쉬운 여정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또 다른 도전을 해볼 수 있어 나에게는 너무 값진 경험이었다. 브랜드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생겨서 그것 또한 기쁘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22743


매거진의 이전글 커뮤니티도 브랜딩이 필요한가요? - 스여일삶과 SWI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