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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an 22. 2020

커뮤니티도 브랜딩이 필요한가요? - 스여일삶과 SWIK

브랜드 플래너의 프로젝트 썰 #7. 스여일삶 BI Definition


1.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사람만 어떻게든 모이면 규모를 키우는 것은 금방이다. 마음 맞고, 취향 맞는 사람들이니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적당히 친해지기 좋다. 시시콜콜한 나의 개인사를 털어놓지 않아도 되어 좋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나를 만들어갈 수 있어 다른 자아로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는 클래스, 운동, 스터디, 직무 등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등장하였고, 그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명, 300명 정도 하던 스여일삶 역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 관심 있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에 어느덧 1,000명, 2,000명이 되더니 지금은 총 3,776명의 멤버가 모였다. (2020년 1월 22일 12시 3분 기준)


*스여일삶은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을 위한 커뮤니티로,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이다. (바로가기)


2018년에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줄여서 FCLP)에 한국 유일의 커뮤니티로 선정되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스여일삶을 찾아 주었다.



2.

이제 스여일삶도 '브랜드'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운영장이자 창업가인 지영킹님과 함께 고민했다. 스여일삶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스여일삶'이란 이름을 떼어내고 다른 이름으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이름으로 아예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할지 갖가지 경우의 수를 두었다. 스타트업 마케터 출신과 브랜딩 기획자 출신 둘이서 카톡으로 밤새 이야기했다. 틈만 나면 커뮤니티와 브랜딩에 대한 글을 공유하며 여러 가지 방향성과 생각들을 나누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WORKPLACE에서 수많은 글과 노트를 남겼다.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때 다양한 커뮤니티도 살펴봤다. 해외의 수많은 멤버십 커뮤니티부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브랜드까지. 카테고리 가리지 않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그리고 그 지점과 닮아 있는 브랜드를 서로 공유하며 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타깃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분석하며 서로가 느낀 인사이트를 주고받았다. 페이퍼로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특정 브랜드를 놓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맞출 수 있었다.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3.

사실 스여일삶의 경우 브랜딩을 할 것도 없었다. 지영 님이 확고한 가치와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였고 나는 그런 생각에 그저 '좋다/다른 걸 더 생각해보자' 정도로 의견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커뮤니티의 브랜딩이란 사실 이런 것이 아닐까.

일반적인 기업 브랜드라면 마켓을 조사하고, 현재 자사의 위치와 타깃 등을 분석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브랜드의 코어를 명확히 해 나간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경우 운영자의 가치가 곧 브랜드 핵심이 되고 그 가치를 얼마나 잘 준수하냐에 따라 커뮤니티의 색깔이 뚜렷해지게 되는데 이게 바로 커뮤니티의 브랜딩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커뮤니티의 브랜딩은 운영자 개인의 퍼스널 브랜딩이 확장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한 개인의 느낀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를 오픈하였고, 이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운영자의 퍼스널리티가 곧 커뮤니티의 퍼스널리티가 되고, 이것이 곧 멤버들의 유형이 되기도 한다. 


4.

스타트업에서 유행하는 브랜딩 기법(?) 중 하나인 '페르소나' 설정도 해 보았다. 커뮤니티야 말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이는 분명 우리를 명명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내가 먼저 '스여일삶이 사람이라면...' 이란 가정으로 페르소나를 정의 해 보았다.

"나이는 30대 초반. 스타트업 마케터 5년 차.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 2-3년 내로 출산을 생각 중이지만 스타트업 근무 환경 속에서 육아가 가능할지 고민이다... "


이걸 읽은 지영 님의 반응은 "이거 나잖아!"라는 대답이었다. 그렇다. 커뮤니티를 만든 사람은 지영 님이고, 이 커뮤니티의 가상 인물 역시 그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이런 지점이었으니 페르소나 역시 그녀에 가까운 인물일 수밖에.



5.

브랜드 플랫폼도 만들어 보았다. 이것저것 칸을 채워나가며 지영 님과 카톡 토론을 하던 중, 의문이 들었다.


"이게 진짜 우리한테 필요한 일일까요?"


하면 할수록 스여일삶과 SWIK이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며, 커뮤니티와 브랜드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만약 스여일삶을 모두 SWIK으로 바꾼다면, 기존 멤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이걸 분리한다면 1인 창업가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관리할 수 있을까 등등의 고민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커뮤니티와 새롭게 만든 SWIK(Startup Women In Korea - 지영 님이 해외 교류 시, 스여일삶 대신 사용한 영문명 이기도 했다) 사이에서 처음부터 고민이 있었다. 이 둘을 어찌 끌고 갈 것이며, 어떤 방향을 가지고 갈 것인지.


결론은, 스여일삶은 스여일삶으로 남겨두고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은 SWIK으로 하는 것으로 도달 하였다.


6.

처음에 스여일삶 자체를 SWIK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을 했었다.

창업자인 지영 님은 이에 대해 걱정 근심 고민... 등등이 아주 많았는데, 내가 한 말은 "스여일삶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훠어어어얼씬 많아요. 걱정 말고 바꾸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바꿔요. 그게 비용을 아끼는 일입니다"라는 소리도 해댔는데 사실 이는 정말 커뮤니티를 1도 모르고 했던 소리였다... (그때의 나 자신 반성합니다)


내가 간과한 것은 '멤버'였다. 커뮤니티는 멤버의 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단 10명이라도 우리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지해준다면 다수의 100명보다 그 10명이 훨씬 중요하다. 이는 브랜드의 팬 만들기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커뮤니티라면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커뮤니티의 자산은 그것을 만든 사람도, 커뮤니티의 네임 밸류도 아닌 '멤버'다. 멤버가 있기에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있고, 이들이 없다면 커뮤니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커뮤니티가 '브랜드'라면 멤버는 곧 코어 밸류나 다름없다.

앞서 언급했듯, 창업자 역시 커뮤니티의 가장 큰 기둥이자, 역할이 된다. 브랜드 핵심은 창업자로 시작하게 되지만 결국 커뮤니티의 밸류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은 멤버다. 모임에 참석하고, 그 모임에 대한 후기를 생성하고, 지인에게 소개하여 커뮤니티를 올바른 길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 그렇기에 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커뮤니티의 가치를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더 나아가서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해 나가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의 브랜딩이다.


7.

그렇기에 스여일삶은 제대로 된 커뮤니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정된 소속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피로감은 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홍보성 글들은 피하려 하며, 작은 모임이라도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나만 알던 커뮤니티였는데 혹은 여긴 신규 멤버가 활동하기에는 끼어들 틈이 없네 등등) 늘 유의하는 부분이다.


스타트업 용어로 이야기해보자면, 'Product - Target Fit' 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멤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엇이 불편했고 어떻게 더 잘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것이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존재 할 수 있게 하고, 멤버의 의견이 반영되었을 때 그들에게 더 큰 소속감과 참여의식을 부여하게 한다.


8.

스여일삶의 브랜드 격인 'SWIK'은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SWIK은 콘퍼런스나 외부 등에서 커뮤니티보다는 더 큰 관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여일삶이 완전 핵심 가치에만 집중하여 활동한다면, 그 외의 활동에 대해서는 SWIK이란 이름을 활용한다. 스여일삶은 커뮤니티의 순기능만 작용할 수 있도록, 우리 운영진도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9.

가장 먼저 쓴 제목에 대한 답으로 이번 브랜딩 썰을 마무리 하려 한다.


그래서 커뮤니티도 브랜딩이 필요한가요?

- 네. 필요합니다. 그런데 브랜딩의 목적이 진짜 멤버들을 위한 것인지 늘 우선으로 생각하세요.

- 혹은 커뮤니티와 연계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스여일삶과 SWIK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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