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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un 07. 2018

좋은 빵, 건강한 빵, 맛있는 빵 -파리바게뜨

브랜드 플래너의 프로젝트 썰 #6. 파리바게뜨 BI Definition


그런 적 있지 않나. 모르는 지역에 갔을 때, 딱히 들어가고 싶은 식당도 없을 때 어떡하지 고민하던 중, 한 줄기 희망처럼 반짝이는 파란색 에펠탑 간판을 보고 안심했던 적. 


파리바게뜨 이전 BI. 지금은 변경되었다. (출처: 파리바게뜨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여행은 낯선 곳을 탐험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아는 것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즐거운 모험이 될 거라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만나면 반가운 브랜드가 나에게는 '파리바게뜨'이다. 


동네에 하나쯤은 꼭 있는 파리바게뜨. (그래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는 프랜차이즈 전체의 문제이니 논외로 하자.) 어렸을 적부터 먹어왔던 맛이기에 편안하지만, 지루하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익숙함'은 늘 과소평가되기 마련이다. 


파리바게뜨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빵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누구에게나 잘 맞는 '괜찮은' 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고르든 실패할 확률이 낮고, 상상 가능한 맛. 그래서 커다란 새로움은 없지만 먹고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된다. 


잠깐, 이 정도면 '좋은 빵'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과연, 좋은 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진 빵일까, '맛'이 좋은 빵일까, 아니면 이렇게 누구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일까. 




파리바게뜨의 고민은 '왜 파리인가 / 왜 바게뜨인가' 에서 시작되었다. 빵이니깐, 빵으로 유명한 파리의 이미지를 가져온 거잖아 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파리바게뜨는 바게뜨와 같은 프랑스 빵보다는 우리 입맛에 맞춰진 '한국식 빵'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레 '파리바게뜨'가 제공해야 하는 '빵의 가치'로 이어졌다. 위에서 언급한 '좋은 빵'에 대한 정의가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사실 '좋다'라는 건 전문가에게는 절대적 평가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정서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한 생일 케이크, 엄마와 함께 먹은 고로케, 아빠가 사다준 크림빵 등 각자의 추억 속에서 '빵'은 각각 다른 의미로 '좋은 빵'으로 정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의미, 그리고 빵의 가치를 정의하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았다. 역사도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까딱하다가는 '파리바게뜨'의 지금까지의 가치가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에게 필요한 건, 기존의 가치를 잘 정리하는 것이지 새로운 의미 부여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원래도 파리바게뜨를 좋아했지만,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파리바게뜨의 모기업인 SPC는 '빵'과 관련된 사업만 할 뿐이지 그 외의 것으로 확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빵으로 시작한 자부심과 오리지널리티를 굳건하게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님은 늘 배부른 상태에서 빵을 시식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배고픈 상태에서 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불리 먹고 나서 먹었는데도 맛있다면, 정말 맛있다는 거다. 


파리바게뜨의 샌드위치와 커피. 여행지에서 즐겨 찾는다. (이미지 출처 : 파리바게뜨 공식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파리바게뜨가 지향하는 바에 크게 공감했는데, 파리바게뜨는 한 명에게 맛있는 빵보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맛있는 빵을 지향한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도,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동일한 빵을 제공해야 하며, 그렇기에 퀄리티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아, 이때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어딜 가든 파리바게뜨를 보면 안심이 되는 이유가. 어디서든 같은 맛이니깐, 실패하지 않는 맛이니깐, 아는 맛이니깐 적어도 배고플 일은 없겠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다. 소규모의 빵집이라면 소수에게 맞는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맞을 거다. 대중을 상대하기보다는, 나의 맛을 알아주는 고객만 있어도 장사가 될 테니. 하지만 전국구를 상대로 하는 빵집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테다. 누구에게는 엄청 맛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빵이 될 수도 있다. 파리바게뜨는 '중간맛'을 잡아내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파리바게뜨가 추구하는, 그리고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좋은 빵이란 '행복한 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파리바게뜨의 추억이 행복이 되어 지금도 맛있게 먹는 빵, 서울에서도 제주도에서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먹으면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는 그런 좋은 빵. 평범할지는 몰라도 기대했던 만큼 맛을 내는 빵. 파리바게뜨의 빵에는 '행복' 이란 키워드가 숨어 있었다.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아쉽게도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브랜딩이란, 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서 이럴 땐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서 드문드문, 그때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적용된 것을 보면 파리바게뜨의 행복한 맛을 떠올린다. 


파리바게뜨 TVC (출처 : TVC 캡처)


생각해 보면 파리바게뜨는 정말로, 누구에게나 잘 맞는 빵을 만든다. 잡곡을 좋아하는 나는 잡곡빵이나 통밀빵을, 신랑을 위해서는 우유식빵이나 소시지빵을 고르면 된다. 식빵을 단 하나만 사야 하는 상황에서도 파리바게뜨라면 문제없다. 검은깨 단호박 식빵이나 옥수수 식빵으로 타협을 할 수가 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뽀로로 카스테라를 고를 수가 있고, 생일에는 상어가족 케이크로 온 가족이 즐거워했다. 세 식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맛이 있는 곳, 바로 '파리바게뜨'이다.



만약 당신이 낯선 곳을 여행하다 마땅한 식당을 못 찾았다면 스마트폰에서 파리바게뜨를 검색해보자. 대단한 성찬은 아닐지라도, 여행 중 만난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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