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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어떻게 이렇게 일하고 있지 신기한 부분도 있다.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라는 참으로 무책임한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냥 기회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뿐.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참으로 다양한 일들을 했다.
구아바컴퍼니로도 일하고, 마케팅 에이전시 소속으로도 일하고, 다른 1인 회사와 협업으로도 하고.
프리랜서 하려는 이유가 혼자서 일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며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프리랜서로 계속 일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자. 자유롭다는 건 내가 원할 때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시간과 업무 배분을 자유롭게 한다는 거다. 결과적으로는... 거의 깨어 있는 시간의 3/4쯤은 업무에 쓰고 있게 되었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과 왜 이렇게 일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 한번 정리를 해본다.
1. 구아바컴퍼니
나의 본진이다.
프리랜서 형태를 가장 선호하지만 사업자는 있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 관리 때문.
사업자가 있으면 일을 맡기는 입장에서도 좀 더 신뢰하는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담당자가 편안해한다. (오 좋네요!라는 말을 실제로 여러 번 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프로젝트를 잘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서는 사업자가 없으면 아예 프로젝트 제안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프리랜서 VS 사업자로 따졌을 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도 더 커진다. (상대방도 더 납득을 한다.)
그렇게 구아바컴퍼니로 사업자를 내고, 나의 모든 업무는 내 이름이 아닌 구아바컴퍼니로 계약하고 있다.
세금 낼 때 (마침 세금을 내야 하는 1월이다) 굉장히 헉 소리 나지만, 부가세를 따로 받으니 괜찮다.
TIP) 부가세는 쓰는 돈이 아니다! 모아놨다가 세금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프로젝트 비용에서 부가세는 별도로 하자.
2. 마케팅 에이전시
프리랜서의 가장 고민인 지점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달에 따라서 몇십에서 천만 원까지 수입이 널 뛰기도 한다.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프리랜서를 하면 안 된다... 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바로 '연간계약'!
최근 나와 같은 기획자 혹은 마케터 직군에서도 일하는 형태가 정말 다양해졌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얼마든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면서 프리랜서 일을 할 수 있다.
원티드 긱스에서 마케팅 PM을 구하는 글을 보고, 지원했다.
브랜드 인하우스 마케터는 아니었고,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구인 공고를 낸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로 2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브랜드 하나를 맡아서 마케팅 PM으로 일하면서 함께 제안서도 썼다.
브랜딩 전략 업무를 많이 해서 마케팅 실무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나에게는 엄청나게 귀중한 기회였다.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뒷단의 실제 마케팅 액션까지 만들어내는 일들이라 하루하루가 바빴다. 하지만 내가 언제 이런 일을 해볼 수 있을까.
내가 원래 하는 일에 더 폭넓은 관점과 실행까지 해볼 수 있고 무엇보다 연간계약 형태라 프리랜서로 안정감과 소속감까지 부여한다.
3. 1인 기획사와 협업
나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프로젝트에 내가 PM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나의 능력이 잘 쓰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같은 브랜딩 프로젝트라고 해도 사람마다 푸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또 배우는 것들이 많다.
혼자서 일하면 가장 어려운 게 사고의 확장이다. 책이나 강연도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할 때는 나의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딴지 걸어줄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야 더 풍부한 전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흥미롭게도 1인 기획사 두 곳과 함께 일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프로젝트 리더가 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환상적인 합을 내는 경험도 하고, 브랜딩에 대해 같은 관점을 지닌 분과 일을 하며 소름 돋을 정도의 짜릿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여러 경력자(=일잘러)와 일하면서 느꼈던 것은 회의 시간과 결괏값이 비례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생각을 익히고 익혀서 고민의 결과를 나누고, 프로젝트 리더가 하나로 합친다. 그러면서 엄청난 시너지라는 게 폭발하고 결과도 당연히 좋게 나온다.
이 프로젝트가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한다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서 좋은 게 무엇인가. 여러 사람과 여러 방식으로 일해 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올해는 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구아바컴퍼니가 일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마케팅 에이전시 소속으로 계속하고 있고, 1인 기획사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시작되었다.
2024년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계획 같은 걸 세세하게 세우지는 않았다.
목표는 작년보다는 더 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정도만 잡아두었다.
확실한 건 작년보다도 더 재미있게,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