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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May 25. 2018

여자의 삶

여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영화 6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삶일까. 게다 전문가로 인정받는 여성이라면.

여자라면 누구나 다 자신의 업으로 인정받고, 사회인으로 성공을 꿈꾸기 마련이다. 남성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마 그 열망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할 거라 생각이 든다. (여기서 페미니즘을 논하려거든 뒤로 가자. 이 글은 페미니스트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다)


잘 나가고, 화려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여자들도 인간이기에, 삶의 고충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게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 시대라면 더더욱.


오늘은 그런 여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여자라서 행복한' 삶이 아닌, 여자라서 더더욱 고뇌할 수밖에 없었던 삶을 다룬 영화 6편이다.


Edited by Movie Saver.

#여성의삶 #여자의인생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moviesaver




1. 미스 포터 (Miss Potter, 2006)



해리포터 이전에, 영국에는 포터 성을 가진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베아트릭스 포터'이다. 최근 개봉한 '피터 래빗'을 만든 작가가 바로 그녀. 영화 '미스 포터'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피터 래빗' 개봉 소식을 듣고 생각난 것은 내가 다녀왔던 '레이크 디스트릭트' 그리고 영화 '미스 포터'였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여행기는 쓰고 있는데... 쓰고 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잠시 좌절 중)


미스 포터는 귀엽고 장난기 많은 피터 래빗과는 달리, 마냥 행복한 삶을 살지만은 않았다. 당시 결혼해서 아이 낳아 집안일을 책임지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던 시대에서 결혼하지 않고, 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은 삶과 하느님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봐 주고, 그녀의 신념대로 '피터 래빗'을 가치 있게 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미스 포터는 '작가'로서 인정받는 삶을 (겨우) 살아나갈 수 있게 된다.


한 가정을 책임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소신껏 살아나가는 그녀의 삶. 그녀는 피터 래빗의 고향,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보존에 힘쓰며 그렇게 여생을 보낸다. 그래서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이 곳을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미스 포터'를 떠올리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녀의 홀로서기가 오롯이 담긴 곳이기에 애잔한 마음이 든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과 다른 일을 한다는 것,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2.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2007)


영국의 대표 작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극도로 감성적이면서도 시대 배경을 잘 녹여내어 고증 자료로 연구가치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글이다. 나는 그녀의 은근하게 비꼬는 듯한, 그러면서 세심한 감성이 녹아 있어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오만과 편견'), 영화 '비커밍 제인'을 보면 그녀의 글들이 납득이 된다.


영화 '비커밍 제인'은 실제 그녀의 삶이라기보단 약간의 픽션이 더해진 영화이다. 그래서 이 것이 진짜 제인 오스틴의 삶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녀의 인생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제인 오스틴 역시, 시대에 맞지않는 '직업여성'으로 쉬운 길을 택한 여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그랬듯, 제인 오스틴은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이 글을 읽고 쓴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 강인한 여성이다.


영화 '비커밍 제인'은 그녀가 쓴 소설 '오만과 편견'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날 세우며 논쟁을 벌이는 상대, 톰(제임스 맥어보이)과의 만남이 특히 닮았는데 그 끝은 서로 상반되어 마치 그녀의 아쉬움을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담아낸 듯한 인상을 받는다.

소설 속 여성들과는 달리, 끝내 사랑을 찾지 않은 제인을 보면 그녀의 소설들이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좌) 비커밍 제인, (우) 오만과 편견 영화 스틸컷 / 어딘가 닮은 두 영화 속 연인이다.


제인 역의 앤 해서웨이, 그리고 톰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의 감성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니, 연기자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3. 코코 샤넬 (Coco Avant Chanel, Coco Before Chanel, 2009)


작가를 벗어나서 이번엔 디자이너를 만나보자.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브랜드, 샤넬의 창립자 '코코 샤넬'이다.

개인적으로 '샤넬'의 제품보다는 '코코 샤넬'의 철학에 깊이 공감을 해왔던 터라, 굉장히 기대했던 영화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모자 디자이너에서 의복 디자이너로 성장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설레게 하는 시대의 아이콘.


코코 샤넬은 '샤넬'이라는 거대한 브랜드를 만들어 냈지만, 그녀의 삶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녀의 삶은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그 시대 다른 여성과는 달리 자유분방함을 추구하고, 그래서 그때의 의복과는 달리 여성들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심플하고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했던 코코. 그녀의 이런 생각들을 함께 해줄 수 있는 남자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그녀 또한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그때그때, 그녀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현실에 충실하다.


디자이너로는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코코에 대한 평가는 실제로도 엇갈린다. 나치와 손잡았다, 돈을 위해 많은 남성들을 만났다 등 부정적인 평가는 있지만 분명한 건, 시대를 앞서가는 그녀의 시각과 디자인은 자유로운 영혼을 품은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3. 서프러제트 (Suffragette, 2015)

코코가 디자인으로 여성에게 자유를 주었다면, 모드는 투쟁하여 여성의 '인권'을 주었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주인공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강인한 어머니이자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녀는 처음부터 '서프러제트*'는 아니었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란,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말한다. (출처 : 네이버 영어사전)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었고, 신권에 모독하는 일이었고, 정부에 반대하는 일인 시기였다. 모드는 누구보다 숙련된 세탁공장 노동자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임금이 적었고, 게다 어렸을 적부터 공장장으로부터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다. 하지만 여자라서,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혼자서는 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생각이 깨어 있는 친구를 만나고 멘토를 만나 그녀는 점점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서프러제트는 폭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영화를 보면서도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저건 잘 못 된 방식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모드 와츠가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 말로만 할 때는 무시하고 일이나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악을 쓰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그제야 사람들이, 남자들이 반응을 보인다.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유치할 수도 있으나, 그것이 존재를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별 수 없다.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어쩐지 지금의 모습을 많이 닮은 듯한 영화. 그녀들이 왜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 러브레이스 (Lovelace, 2012)


사랑스러운 린다, 그녀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과 끼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포르노 연기'. 포르노 배우로서, 그리고 작품이 극장에 걸리며 '여배우'가 되지만 그녀는 '포르노'라는 타이틀 앞에서 진정한 배우가 되지 못한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뽐내는 린다지만, 그녀의 남편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하고 린다는 빠져나오려 하지만 그럴 없는 현실에 점점 무너져 간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아름다운 여배우의 삶을 택한 그녀지만, 비현실적인 삶 속에서 겨우 버텨가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럽고, 어떻게든 구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생각보다 깊다. 이제껏 보지 못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하는 어두운 인생을 볼 수 있다.



5.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


마릴린 먼로 하면 무엇부터 떠오르는가. 통풍구에 서서 날리는 치마를 꾹 누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이리라.

하지만 마릴린 먼로는 어떤 것도 혼자서 하지 못하는, 마치 어린아이 와도 같다. 너무 일찍 스타덤에 오른 탓일까, 항상 불안해하고 인기가 사그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 그녀를 위로 해준 '콜린'과 마릴린은 함께 달콤한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다. 둘의 로맨스는 결코 이어질 없지만, 함께 보낸 일주일만큼은 마릴린은 진정으로 행복했을 거라 생각한다.


마릴린 먼로의 인물이 궁금하기보단, '에디 레드메인'과 '엠마 왓슨'이 출연했다기에 봤던 영화였다. 오히려 미셸 윌리엄스가 마릴린을 연기했다기에 살짝 반감이 있었는데, 보다 보니 그녀가 마릴린 처럼 보였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 많은 이들이 사랑했던 시대의 아이콘이라면 더더욱)


엠마 왓슨의 비중은 아주 작았기에 아쉬웠지만, 수줍은 듯 마릴린을 바라보며 그녀의 일탈을 적극적으로 돕는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역시 빛났다.  


'마릴린 먼로'를 섹시 아이콘이나 배우이자 가수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원했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영화. 그녀도 역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6. 더 포스트 (The Post, 2017)


뒤늦게 본 영화 '더 포스트'. 메릴 스트립이 대체 어떤 연기를 펼쳤기에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또(!) 노미네이트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더 포스트'는 워싱턴 포스트 지를 배경으로 당시 베트남전의 실상을 폭로하는 배경을 다룬 영화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정말 숨 막히도록 빠르게 흘러가는 타임라인에 초집중하게 만든 대단한 영화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 투 따봉 드립니다)


더 포스트는 언론인들이 가져야 하는 직업의식, 그리고 언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중립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지만, 사실 나는 보면서 '캐서린'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됐다.


포스트 지는 사장이었던 남편이 죽으면서, 캐서린(메릴 스트립)이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게다 주식 상장을 앞두고 있던 터라, 평생 일할 필요도 없었고 한적도 없었던 그녀는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완벽하게 연습에 연습을 하지만 막상 주주들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고 만다.

강경한 편집장 벤(톰 행크스)과 주주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뜻대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녀는 한 회사를 이끄는 사장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만찬에서도 자연스레 남자들의 비즈니스 이야기가 아닌 여자들의 티타임에 합류한다. 정작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자리는 다른 방에 있는데.


캐서린은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죽은 남편을 위해, 그리고 자식들 앞에서 떳떳한 '사람' 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포스트를 지켜내려 한다. 포스터 지는 그녀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파티를 즐기고, 소셜에 능통한 그녀가 포스트 지의 주체로 '각성'하게 되며, 그녀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다. 포스트의 정통과 그리고 그녀의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의식으로 이끌어나간다.


이렇듯, 더 포스트는 정권에 대한 폭로를 다룬 영화이지만, 사실은 수동적이기만 했던 한 여인이 '주체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루기도 한다. 실제 이야기를 빠른 호흡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한 인물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레디 플레이 원'을 제작하는 도중에 만들었다고 한다. 너무 지쳐서 만든 게 이 정도라고. 이런 류의 영화는 배우가 다 하기 때문에 쉽다고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괜히 거장이 아니다.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다 보니, 여성의 시각과 관점이 많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게다 쓰는 사람도 여자인지라 한쪽의 생각으로 치우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여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고 이 글이 제목도 여자의 삶이지만 약자인 사람들이 그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던 한 편의 드라마로 본다면,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는 영화일 거라 생각한다.


여자들의 삶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는 듯하지만, 위의 영화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으로 꽉 찬 영화들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얼마든지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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