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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un 13. 2018

당신의 첫 영화를 기억하나요

 10살 즈음에 봤던, 추억의 영화 3편


처음 본 영화 기억하세요? 


페북으로 알고 지냈던 몇몇 분들과 영화 이야기를 명분으로, 아무 말이나 하는 방을 하나 만들었다. 사회에 대한 비판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화는 물론, 만화와 음악 등에 대한 자신만의 평을 나누고 있다. 

평소처럼 아무 말이나 떠들고 놀던 중에, 첫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 첫 영화는 뭐였지. 몇몇 영화들은 기억이 나는데 무엇을 먼저 봤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영화도 보려면 근처 도시까지 나갔어야 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고향에 아주 낡고 오래된 극장이 하나 있어 그곳에서 단체 관람을 가곤 했다. 그곳에서 봤던 영화들이 나의 첫 영화, 그러니깐 비디오가 아닌 극장에서 본 첫 영화였을 거다. 


그곳에서 몇 편의 영화들을 봤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봤던 영화였기에 모두 '전체관람가'의 어린이 영화였지만 그때부터 나는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극장은 더 이상 찾는 손님이 없어서인지 아예 건물이 사라지고, 신식 마트가 들어섰다. 어른들은 좋을지 몰랐겠지만 난 슬펐다. 더 이상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극장이 없어지면서 그때 봤던 영화들이 더욱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시멘트 건물의 퀴퀴한 냄새, 불편한 자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웅성 소리들. 그리고 깜깜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 그 세계들은 하나같이 판타지였고, 나는 두어 시간 동안 현실을 잊은 채 푹 빠져서 봤었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이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다시 보면 왠지 그때 그 느낌이 사라질 것만 같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아직도 자리하고 있는 나의 첫 영화들. 딱 세편만 골라봤다. 

사실 이 세편 말고 다른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영화 중 무엇이 첫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 날, 한 시간에 함께 본 것처럼 다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그냥 첫 영화'들'이라고 해야겠다. 아마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봤다면 나와 같은 세대일거라 생각한다. 


Edited by Movie Saver.

#인생첫영화 #추억영화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moviesaver




1. 쥬만지 (Jumanji, 1995)

이 영화 본 사람??? 하면 아마 다 손을 들지 않을까. (저요 저요!) 봤다면 당신은 적어도 8X년생 일거다. 

(이 영화를 봤다면 아래의 영화들도 다 봤으리라) 


내용부터가 초딩국딩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주사위를 던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이제 막 국민학교 들어간 아이의 눈에는 그저 '우와' 소리만 나오게 한다. 3D는 무슨, 디지털도 아닌 필름이었을 텐데도 큰 화면에서 나오는 게임의 세계는 현실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괴물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 졸이며, 다음은 어떻게 될까 주사위 그만 던져 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당시 관객들이 모두 어린이 었기에 극장은 거의 어린이 뮤지컬 공연장이나 다름없었다.) 


쥬만지는 최근 '새로운 세계'라는 부제로 리부트 되었다. 잭 블랙과 드웨인 존슨이 함께한 쥬만지라 구미는 당기지만, '로빈 윌리엄스' 없는 쥬만지라니 왠지 아쉽다. 그래도 쥬만지를 추억하며 한번 볼까 한다. 


참, 쥬만지에서는 커스틴 던스트도 출연했다. (사실 지금 검색하면서 알았다.) 커스틴 던스트는 늙지도 않나 보다. 어쩜 이렇게 똑같지.



2. 꼬마유령 캐스퍼 (Casper, 1995)


위의 '쥬만지'와 함께 나의 첫 영화일 확률이 매우 높은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이다. 

이 영화 역시 '쥬만지'처럼, 방과 후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봤던 영화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쥬만지를 봤던 상황과 굉장히 비슷하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어떤 영화를 먼저 봤었는지. 


뭐, 그런 게 중요한가. 이 영화 역시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 

'쥬만지'는 그야말로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면, '꼬마유령 캐스퍼'는 '슬픔과 감동'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유령'이라면 무서울 법도 한데, 귀신이 아닌 '유령'이란 단어 때문에 그런지 왠지 더 귀엽게만 느껴졌고, 영화 속 유령인 '캐스퍼'도 친근한 캐릭터라 어린 마음에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꼬마유령 캐스퍼는 아마도, 처음으로 울게 만든 영화 일거다. 캐스퍼를 살려 내려 한 아빠의 마음, 그리고 캐스퍼와 진정으로 친구가 된 캣. 국딩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이 넘쳐흐르는 이야기였다. 


선과 악이 뚜렷한 편이라, 악당이 나오면 '안돼!!!' 소리를 지르고 캐스퍼와 캣과의 아름다운 우정을 보며 눈물 흘렸던 나의 추억 영화. 이야기 대부분을 잊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스틸컷만 봐도 내용이 떠오른다. 내가 정말 좋아했었나 보다. 


보는 내내 화나게 만든 삼촌 유령들


캣의 드레스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런 원피스 입고 싶다고 생각했던 10세 구아바.



3. 쥬라기 공원 시리즈 (Jurassic Park)


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라면, 단연 '쥬라기 공원'이 아닐까. 첫날 100만을 돌파하며 계속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나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고민중이다.)


쥬라기 공원은 1993년을 시작으로 3편까지 만들어진 시리즈 물이다. 그중 극장에서 봤던 영화는.. 1인지 2인지 모르겠지만, 시기를 보면 아마 2였을 듯하다. 


'쥬만지'처럼 판타지 모험극 이기에 어린아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게다 공룡이라니! 공룡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공룡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흥분 안 할 10세가 있겠는가! 그것도 엄청난 화면에서 말이다. 당시 유행하던 공룡 공원 같은 곳에 가면 실제 사이즈의 공룡 모형이나 화석을 보면 신기해하면서도 그것만으로도 무서웠는데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나에게는 거의 공포물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무서웠다!)


지금 보면 조악스럽고, 다 티(!)가 나지만 그래도 그때의 쥬라기 공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쥬라기 공원이 탄생된 것이 아닐까. 

.. 스틸컷만 봐도 공포스럽다.


사실 어렸을 땐 쥬라기 공원의 내용을 이해를 못했다. 나중에 다시 보면서 이해했다. 어린 나이에 DNA가 어쩌고, 유전자가 어쩌고 하는 내용은 너무 어려웠다. 90년대에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여 공룡을 복원한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은가.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 공룡영화 하나로 어린아이에게는 공룡에 대한 기대감(!)을 주시고, 어른에게는 믿기지 않을 과학의 대단함을 알려주었다.


2015년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과는 다른 세계관이지만, 영화 속에서 폐쇄가 된 '쥬라기 공원'을 보여주며 이전의 쥬라기 세계관과 나름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쥬라기 월드'는 훨씬 더 실제 같고, 스케일도 훨씬 더 커져 있어 어른이 되었는데도 마치 10살 아이처럼 몰입하며 봤다. '쥬라기 월드'에서 '쥬라기 공원'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듯, 30살의 구아정이 10살의 구아정과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 펼쳐진 쥬라기 세계가 '쥬라기 공원'이 아니라 '쥬라기 월드'여서 고마웠다. 추억은 추억대로 간직한 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좌) 쥬라기 공원 입구 / (우) 쥬라기 월드 입구




본 영화들보다 앞으로 볼 영화들이 훨씬 많을 테지만, 위의 세 영화들을 따라잡을 영화들이 있을까. '처음' 이란 단어는 그저 두 글자뿐인데도, 그 힘은 엄청나다. 20년이 더 흐른 지금, 첫 영화들과 함께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극장에서 나와 집에서 가는 길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서후에게 첫 영화는 무엇이 될까. 엄마 마음으로는 좋은 영화를 골라 함께 보자고 하고 싶은데 아마 뽀로로 극장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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