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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Aug 05. 2019

바람아 불어라

작은 화분이라도 키워본다면, 햇빛과 물만큼이나 바람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엔 그저 공기를 바꿔주는 환기의 중요성?하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바라보니 물리적 흔들림까지 포함하는 일이었다. 식물의 성장을 위해선 바람이 꼭 필요했. 아무리 연약한 식물이라도 적당히 흔들림을 겪어야 목대가 더 튼튼하게 부피를 늘리면서 바닥으로 뿌리를 내린다. 한 곳에 뿌리내려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정적인 생물조차 성장을 위해 흔들린다는 것을... 곱씹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김수영의 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까지 소환할 필요는 없지만. 난세니 풍파니 하는 단어에도 모두 바람소리가 들다.

고여서 썩은 물을 생수로 혼동하는 것이 위험하듯, 일부러 바람에 흔들어 알곡과 쭉정이를 골라내는 키질도 중요하다. 개인이나 조직, 국가 같은데도 통하는 이치.

자신의 존재를 오로지 대척하는 다른 것으로만 증명할 수 있는 바람... 흔들림으로 완성하는 수직의 고요.


오늘 나와 당신을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로인해 나는 눕거나  뿌리뽑히거나 아니면 성장할까. 그나저나 시원한 바람은 안분다. 덥다. 여튼 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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